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문학동네-동일한 영혼을 가진 남녀의 중독성 강한 사랑이야기
폭풍의언덕(양장) 저자 에밀리브론테(EmilyJaneBronte) 출판사 문학동네(2011년12월23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폭풍의언덕-동일한영혼을가진남녀의중독성강한사랑이야기

폭풍의언덕.책제목에서부터강렬하고치명적이며모든것을휩쓸고갈슬픈이야기임을암시하고있다.또제목이예뻐서왠지읽고싶게만드는끌림이있다.어렸을때재미있게읽은기억과히스클리프라는이름이막연히기억될뿐인책,나이가들면서고전소설에취향이생겨서들춰본책,다시읽었을때는매우강렬한느낌에여운이짙게남는책이다.

두주인공의사랑,즉히스클리프와캐서린의사랑을어떻게표현할까?쓰고매운사랑의맛을제대로보여줬다고나할까?참을수없을정도로통점을제대로자극한갈수록매운캡사이신의맛.얼얼하고아릿한맛에눈물,콧물쏙빼놓고도잊을수없게만드는육신과영혼까지아프게하는사랑정도?

주인공들은하나같이삐뚤어진성격에모나고거친말투들뿐이지만사랑에있어서는어수룩하고미숙한초보자들이다.이해와배려보다는이기심과욕망,증오와질투로무장되어속깊은사랑의정체를모른채전쟁같은사랑을한다.만약에이들에게노련한사랑의기술이있었다면?만약캐서린의아버지가히스클리프를데려왔을때가족과의관계를이해와배려라는덕목으로조화롭게관계를지었다면,오랫동안살아남아서가족을사랑과이해로통솔해갔다면이런일이벌어졌을까?현대에이런일이벌어졌다면치정극,막장극,통속의끝장인셈인데.

히스클리프와캐서린에게사랑은동시에왔지만알아차린시점이엇갈려버렸다.사랑을인식했을때에는서로가다른장소,다른모습으로있었기에이뤄질수있는사랑이아니었다.캐서린이먼저린턴과결혼해버리고이것을안히스클리프는캐서린에대한복수를꿈꾸며린턴의여동생과결혼해버린다.일이저질러진뒤에야사랑을알아차리고회한의눈물을흘리지만돌아가기에는너무멀리와버린것이다.이렇듯눈부시게와야할사랑이어긋나면서열정으로남몰래가슴을태우고이기심에눈이멀게되면서치명적인사랑이되고결국목숨을걸어야이뤄낼수있는사랑이되었다.누구에게나사랑은왔다가지만사랑은여러가지다.조용히오는사랑,눈부시게오는사랑,뜨겁게오는사랑,지독히무디어서한참뒤에야알아차리는사랑,촉수가예민해서사랑임을금방알아차리는사랑,밋밋한사랑,끈질긴사랑.사랑은유형도,모습도여러가지다.기회의신이왔을때둘다잡지못하고놓쳐버린대가가지독히도맵고쓰고슬플줄이야.

2대에걸친이루지못한사랑의복수극은주변의모든사랑을상처와죽음으로내몬다.결국은죽어서야이뤄지는사랑.그사랑을이루기위해주변사람을,자신을학대하고파괴했던사랑.사랑이없으면미움도없다는말에공감한다.그절절한사랑이미움으로변할때의파괴력이란예나지금이나막강한가보다.

마지막장면은더더욱가슴을먹먹하게하고눈시울을붉게한다.악마같던히스클리프의죽음은인과응보라며속후련해야하지만그의사랑을알기에속깊이아려온다.죽어서야하나가된두사람의사랑.육신을파괴하면서까지사랑을붙잡으려는몸부림.이들처럼운명적으로동일한영혼이있을까?운명적으로동일한영혼의사랑은늘불꽃같을까?상처주지않고상처받지않는사랑은없는걸까?모두가자신들의사랑은평범하지않다지만사랑으로늘가슴설레는것도아니며영원한것도아님을알기에때론촉각을누그러뜨리기도하지않나?참고기다리기도하질않나?너무뜨겁고열정적이라서폭풍우치듯휘몰아치는사랑,모든것을휩쓸어버리고앗아가는사랑,자기파괴적인사랑이라면그것이내사랑이라면섬뜩하고무섭다.

미움이미움을낳고증오가더큰증오를낳고서러움의씨앗은질투와분노,폭력으로뿌리를뻗어칡넝쿨처럼뿌리를뽑기가어렵다

우정이사랑으로변하는시점에서엇갈려버린사랑,오래된학대와멸시로가슴에응어리가커지면서불신과오해로커져버린증오.중독적인스토리와멋진표현들이만나서아름다운풍경을배경으로슬픈사랑을잘그려냈다.

단한편의소설을썼지만그하나가불후의명작이된에밀리브론테.천재적인작가의상상력과표현력이존경스럽다.150년이지난지금도시공을초월할정도로충분히감동적이다.사랑에는국경이없고명작에는시공이없음을증명이라도하듯세월이흘러도시간의간극을메우고도남을정도로감동은넘쳤다.격정적인감정표현들과미세한묘사들에이끌려다니느라꿈을꾸듯현실을잊고책속으로빠졌다.날씨만큼이나변덕스런캐서린,악마같고거친듯해도묵직하게순정을간직한히스클리프.좀더일찍서로의마음을알고터놓았더라면,좀더성숙한사랑을했더라면,상처받지않는사랑이었다면광풍같은미움은없었을텐데하는아쉬움이가득하다.

*인상깊은구절*

내가그애를사랑하는건잘생겼기때문이아니야.그애가나보다더나자신이기때문이야.그애와내영혼이뭘로만들어졌는지는모르겠지만어쨌거나같은걸로만들어져있어.(p.130)-캐서린-

가슴이미어지는것처럼슬펐는데,잠이깨고보니왜그렇게슬픈지기억이안났어……내가대체왜그렇게슬픈지기억해내려고열심히머릿속을더듬었지.그랬더니이상하게도,내인생에서지난7년이통째로없어져버렸어!7년이흐른것자체가생각나지않는거야.나는어린아이였고,아버지의장례식직후였어.내가슬펐던이유는힌들리오빠가나랑히스클리프를떼어놓았기때문이었어.(p.199)-캐서린-

나를떠나지마.유령이든뭐든상관없어.나를미친사람으로만들어도좋아!떠나지만않는다면!니가없는이나락에나를버려두고떠나지만않는다면!이런제길!그건안돼!내목숨이없는데,나더러어떻게살라고!내영혼이없는데,내가어떻게살아!(p.266)-히스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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