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뱀이 잠든 섬- 전설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에서 빛나는 우정!!
BY ary68019 ON 2. 7, 2013
흰뱀이잠든섬
저자
미우라시온(SHIONMIURA)
출판사
문학동네(2009년11월1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흰뱀이잠든섬-전설과현실,그모호한경계에서빛나는우정!!
뱀의해를여러번살아왔음에도불구하고뱀에대한상서로운느낌을가져본적이없어서인지,새해첫날을맞는기분은’어제와같은오늘’딱그정도였다.
뱀에대한나의평소생각은무섭고징그럽고사악하다는것이다.흰뱀,누런뱀,초록뱀이든애완용,보신용,동물원용이든색깔불문용도불문하고말이다.
극지를제외하고는전지구상에분포된뱀.정작뱀은부의상징,수호신의이미지이고열대지방으로갈수록그종류와수가점점증가해서열대지역은뱀에대해상당히호의적인편이다.십이지동물중여섯번째인뱀은불사와재생의상징으로신화와전설에다양하게나타난다는데도아직은친근하지가않다.
그래도올해는명색이뱀의해인데이젠좀편견을깰수있으려나하고’흰뱀이잠든섬’을펼쳐들었다.
미우라시온.한국젊은작가도잘모르는데일본작가는더욱낯설고미우라시온역시생소한작가이다.제135회나오키상수상자이고일본을대표하는젊은작가라는설명에적어도지겹지는않겠구나하는정도의안도감이들었다.
흰뱀이잠든섬에사는주민들은뱀을무서워할까?든든해할까?흰뱀이겨울잠을자는건가?봉인된채로영원한잠을자는걸까?마을에서두려워하는큰사건이라면어떤종류일까?만약섬이위기에처할때뱀은어떤모습으로나타나서어떻게사건을해결할까?온갖상상을하며책을읽는데처음부터예사롭지않은분위기다.
이소설의배경인오가미섬에는바깥세계와다른규정및독특한관습들이있다.이를테면섬에는장남만남을수있고장남끼리지념형제를두며백사님을모시는신궁인아라가키신사에서실질적인섬지배를하고있는것등이다.
늘뜻을함께한다는지념형제.
지념형제는섬에있는장남끼리만맺을수있다.혈육인친형제보다물리적으로나정신적으로깊은관계를맺음으로써좁고단조로운섬생활을지루하지않게외롭지않게하려는장치인듯하다.서로의지하고도우며섬에남게하여이작은공동체를유지하고자하는섬사람다운발상이다.그들만의평화를위한생존법칙이부럽다.누구라도지념형제가있다면세상은좀더견딜만하고안정적이될테니까.현재의학교폭력과자살문제까지생각하니제도적으로라도시도해보면어떨까?하는생각이불뚝든다.지금우리의현실은마니또니멘토니하는정도로는미약하니까.
이소설의주인공인사토시와고이치는지념형제이다.섬을떠나도시에서고등학교를다니는사토시와섬을지키며배를타기도하는고이치는쌍둥이처럼서로를배려하며끈끈한유대감을갖고있다.하지만사토시는섬을자꾸떠나려하고섬사람과도이질감을느끼며물위의기름처럼섬생활에동화되지못해서혼란스러워한다.마치예민한사춘기소년의정체성혼란처럼.
형태는보이지않았다.느낌뿐이다.하지만사토시는알수있다.어떤불온한것이이마을을잠식하려한다는것을.-본문94쪽
이섬은사토시의피부를자극한다.아픔을느끼는감각의부위가커지는것같다고할까.숨구멍이모조리열리고그곳을통해실바람이몸속으로흘러들어오는듯한찌릿한고통이섬에올때마다사토시를덮친다.섬공기가신경을예민하게만든다.-본문97쪽
13년전열병을앓은이후로사토시는신기한것을보는아이가되었고지념친구인고이치는정작자신은보지못하지만말없이들어주고공감해주는친구이다.대축제를앞두고서는남이보지못하는것을보고남이듣지못하는것을듣는증상이점점심해져서더욱선명해지고그횟수도잦아진다.현실인지꿈인지그경계가모호해지는순간이많아지면서마침내’그것’을보기까지한다.
‘그것’은바다와산을드나드는전설속의괴물로서입에담아서는안되는금기어이다.입에담거나글자로쓰는순간재앙이닥친다는그것이마을에나타났다는소문에마을인심이흉흉해진다.
이섬의특징은고등학생들이과자나물을달라고하면담배나맥주가나온다는점이다.어떤부분은통제하고어떤부분은자유롭게한다.섬에뭔가가있기에그고통과불안을잠재우기위한생존방식이아닐까?그래도백사주를마시고권하는것은이해할수없다.신으로섬기는백사를술로만들어마시다니겁도없이.아니작가가겁이없는거지.
그런데가장특이한비밀은백사님을모시는아라가키신사다.섬의가장깊숙한곳에서실질적인힘을발휘하는이곳에는뱀의비늘을지닌아이가태어난다는오랜전설이있다.시게지라는금지구역엔뭔가(황신님)가봉인되어있어신사는존경과두려움의대상이다.섬사람들은그비늘을보고신구가를살아있는신으로받들게되었고오가미섬축제는시게지에봉인된그것을달래고그것으로부터섬을지킨다는의미로하는것이었다.하지만정작장남인신이치에게는비늘이없고차남아라타에게는비늘과동시에신기한능력도있다.그런동생을시샘하는장남.물론이점에대해서는마을주민누구도모르는사실이다.어쩌면알면서도서로가내뱉고이야기하지않는지도모른다.구체적인이야기는금기사항이니까.비밀인지모르는건지독자들을아리송하게한다.
신화는전승되면서종교적인지위를누리고전설의단편적인이야기는문화와환경에미치는힘이큰가보다.신화와전설이라는초자연적인힘을빌려섬전체를지배하는신사.모든신화와전설들은종교였었다는신화학자들의말을빌리지않더라도오가미섬에흐르는백사와황신의전설은뭔가명확하지는않으나종교로서의지배력을갖는다.체계적이지는않으나사멸되지않고계속발전되는이야기가되어섬깊숙이파고든다.보이지않는존재가지념석,시게지,금줄등으로형상화되어사실과상상의경계를허물어버린다.
잘모르겠지만,무슨일이일어날것같은느낌이들어.오시다아줌마집에서본검은그림자,축제때마을가장깊은곳에들어온외부인,섬에굳이돌아올필요가없는차남!-본문85쪽
축제전날아라타의친구이며대학에서민속예능을조사한다는이누마루가아라타의집에머무는미스터리속에섬은축제준비로바쁘다.
축제날금기어가된’그것’이나타나마을사람들은쉬쉬하며불안해하고축제의밤에는산사태로길이끊어지고마을이정전되는등대혼란에빠진다.위기를느낀사토시와고이치는아라타와이누마루의도움을받아고생끝에신사뒤편의바닷가동굴벽에금줄을거는데성공하여불온한무리들의섬침입을잠재운다.축제는무사히끝났고신궁의후계자도장남신이치에게무사히계승되고마을은다시일상으로돌아간다.그런데알고보니섬의꿈틀거리는기운과이누마루를본사람은사토시와고이치뿐이다.
작가는현실과가상의그모호한경계를독자들에게체험시키고있다.헝거게임의캣니스처럼진짜야?가짜야?라고외치게만든다.제임스힐턴의’잃어버린지평선-샹그리라,마음속의해와달을찾아서’만큼이나허공에붕떠있는듯한전설과현실의경계선이흐릿해지는짜릿한체험을하게한다.어디까지가현실이고어디까지가전설인거지?미스터리를접하면해결의열쇠고리가될단서를찾아집중추궁하는심리를이용하는듯하다.이럴땐다시읽으며그단서를찾아야의문점이해소된다.
난옛날부터신구가의’비늘소유자’에게는약하니까-본문142쪽
‘비늘달린자’가살아있는한함께하는것-본문358쪽
동굴속에서는아라타가백사의화신같다고느꼈지만아라타는’황신님’과손을잡은존재다.바다에서온백사님과예전부터섬에있던황신님이아라타라는존재를통해영향을미치고융합한것이라고보면된다.덕분에지금의평화가유지되는지도.-본문170쪽
신구가의존재가시게지에봉인된것을진정시키고그것으로부터섬을지키기위한것이듯영원한황신님인이누마루는세대에서세대로이어지는주인님인백사가탄생할때마다불안정한마을을안심시키기위해백마탄왕자처럼구세주처럼등장해서백사를돕게된다는것이다.이누마루.영원을사는그에게는순간을사는백사님아라타와의만남이,이런섬축제가그저심심할때놀아주는파수꾼정도라니.’비늘달린자’와함께있을때만잠깐눈을뜨고놀아주다가다시잠을자고,순간과영원이끝없이반복되고,순간의기억은그때뿐인신의세계.어쨌든섬축제를통해황신님과백사님은사랑하는사람처럼다정히손을잡았고덕분에당분간평화가유지되겠지.
늘사람들속에섞이지못하고현실적판단에자신없어하던사토시도섬축제가끝난후고교로돌아가는뱃길위에서안정과자유를느낀다.이제더이상낯선고향이아닌친근한고향이된다.신기할정도로변함이없는조용한마을이아니라그속에어마어마한비밀을간직한마을임을체험했기때문일까?막연한환상들을직접체험하면서불안정하던생각들이정리가된사토시.말로표현하지못하는것은존재하지않는것이라던그에게한여름밤의체험은확실히평화를가져다준것같다.불확실한것에불안감을느끼는청소년의심리를대변하듯보고듣고느낀걸직접생생하게확인해서야안심을하고있으니.청소년의성장이란원래그런것아닐까?
아이들의장난처럼한여름밤의꿈처럼동화같은설정이신의세계를,신묘한백사와황신의전설을귀엽고아름다운이야기로만들어버린다.무시무시한뱀일것같다는선입견을무장해제시켜버린다.두렵고떨리는두신의우정이사토시와고이치의우정보다더매력적이고귀엽다.신이기에지념석은필요없지만누구보다도더지념형제같은이누마루와아라타.순간의기억은그때뿐,곧모든것을잊어버리고새로운순간을사는영원한신이누마루의모습이나비늘이없는장남신이치를도우며모든것을양보하는동생아라타의배려등을통해작가가말하고싶은것은뭘까?신이있느냐없느냐의확인보다서로에대한확신과배려가있느냐가더중요하다는것을말하고싶었던게아닐까?밋밋하고지루한섬을짜릿하고긴장감도는섬으로만들었다가마침내안정적인섬으로만들어버릴수있는전설,그런전설하나쯤있으면재미있겠다는생각이든다.인간심리묘사가뛰어나다는미우라시온의청소년심리해법인가.청소년의아슬아슬한불안심리를아리송한전설과섞어감칠맛나게풀어버린다.어른이읽어도재미있는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인간은정말희한한존재라고이누마루는생각했다.형태가없는마음을헤아려그것을말로표현한다.소중한보물처럼-본문360쪽
도망치고싶은곳이있고,그리고그곳에언제나기다려주는사람이있어야돼.이두가지조건이충족되어야만비로소사람은그곳에서도망치면서자유를느낄수있어.-본문161쪽
Share the post "흰 뱀이 잠든 섬- 전설과 현실, 그 모호한 경계에서 빛나는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