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개성존중 하는 행복한 학교, 영원히 불가능한 무리수일까요?

수레바퀴아래서 저자 헤르만헤세(HermannHesse) 출판사 문학동네(2013년01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수레바퀴아래서-개성존중하는행복한학교,영원히불가능한무리수일까요?

여고시절에읽은헤르만헤세의작품들은충격그자체였다.

수레바퀴아래서,데미안,유리알유희,크눌프…….

늘틀에박힌일상,정형화된생각과목표속에서막연히탈출을꿈꿀뿐나는늘제자리걸음만하는용기없는학생이었고도전과일탈을겁내던학생이었으니까.그래서책속주인공들의고뇌와갈등에동화되어같이우울해하기도했고이상과현실의괴리에울분을토하기도했다.책속에서찾아낸명문장들은나의지적유희수단이되었고화가이중섭인양껌은박지에깨알같이적어서친구들과서로나누기도했고한지나수채화용지에거창하게적어편지로보내기도했다.

그러다들어간대학에서나는희망과꿈을보기보단왠지모를싱겁고밋밋한대학생활의허탈함에헛웃음을치기도하고절망하기도했다.그때는정보도없었고먹고사느라모두가바쁜시절이라고쳐도한동안무엇을해야하나,무엇을꿈꿔야하나갈팡질팡했던기억이있다.

아,나는무엇을위해그리도애써왔던가.무슨고민을해왔고무슨미래를그려봤던가.그고민들을제대로해보기나했던가.왜스스로질문하고해답을찾아보려는노력을하지않았는지,스스로에대해실망했고아이들을이끌어주는선생님과부모들의태도와방법에불만을토로했었다.

왜좀더희망과도전을심어주지못할까?

왜여러길이있으니갔다가돌아와도된다고하지않을까?

왜가슴이펄떡일정도로뛰는일을찾아보라고하지않았을까?

왜우리주변엔그런사람이없을까?왜?

그리고20여년의세월이흘러다시읽어본수레바퀴아래서.

예나지금이나가슴깊이아려오는먹먹함은여전하다.

권위주의적인사회관습이나획일적인사회가치,억압적인종교,물질만능의풍조앞에각자의개성은상실되고일탈하는인격은존중받지못한다는현실이헤세가살던그시절독일이나지금우리가사는대한민국이나별반차이가없음에놀랍고통탄스럽다.

마을의자랑이고미래가창창하던기품있고영리하던천재소년한스기벤라트.신학교,튀빙겐대학입학,대학졸업후교사나목사의안정되고존경받는생활이보장된규격화된엘리트코스를따르기만하면되는그였다.보통의평범한시골범부에지나지않던아버지의입장에서는집안의자랑이자집안의명예를높일수있는귀하고소중한아들이었을것이다.

그런아들이사회의획일적관습과가치,어른들의욕망에휩쓸려자기삶의진정한의미와목표가무엇인지도모르겠다며꽃다운나이에어이없이죽어갔다.그가진짜로죽은이유를,그의속내를아무도모른채.신학교에서사귄유일한친구,시를좋아하던친구,자기주장이있고개성이강하던친구헤르만하일너가떠나버린후그헛헛함에그는생활의활력을잃었다.그로인해무기력과신경쇠약으로어렵게공부해서입학한신학교마저그만두고방향감각잃은돛단배가되어마음의중심을못잡고무의미한생활속에서결국죽음을맞게된다.기벤라트의죽음을미화하고싶지는않지만이는어른들의탓이크지않을까.마을에서는구둣방주인플라이크가,학교에서는복습교사가,친구중에서는헤르만하일너와어릴적친구아우구스트가유일하게그를이해해주었다.

인간에게있어서10세~15세가일생중기억력이가장왕성하기에배움의시기인것은맞지만마을분위기가,학교가,가정이,친구들이그에게공부만큼이나소중한것들이많은세상임을가르쳐줬더라면어땠을까.가던길이아니면돌아올수도있음을,최고가아니어도소중한가치임을일깨웠더라면어땠을까.

주시험에2등으로합격한뒤그에게주어진달콤한휴식들에그제야은밀한기쁨과즐거움으로가슴이쿵쿵뛴다는말이왜이리도눈물겨운지.

신학교에들어가서는왜그래야하는지도모르면서점차공부에집중하게되고그로인해두통과걱정이생겼다는부분에서는슬픈전조같아울적하게했다.

생각지도않았던기계견습공의일을시작하면서그래도적응해보고자애쓰는그의모습은백척간두에서있는느낌이었고꿈과목표를상실한채마을을헤매는모습은곧폭발할것만같은시한폭탄을품에안은듯불안해서몸둘바를몰랐다.

문득그때나지금이나별반다르지않는청소년들의고민과방황.나는그들을얼마나이해하고있나라는생각에뜨끔했다.평소청소년들과자주접하는생활이기에더더욱나를돌아보며반성하게됐다.저러지말아야지,그러지말아야해라고수없이다짐했다.

청소년과기성세대와의갈등,부모와자식간의갈등,스승과제자의충돌이어제오늘일이아니지만이갈등의차이를줄일수는없는걸까?

인간은태어나면서각자가다른환경,다른소질들을지니고있음을모두가이해하고배려했더라면,천재적이고기품있던기벤라트의죽음을막을수있었을것이다.자신이감당하지못할수레의무게로,그속도로인해깔릴수밖에없는현실.전도유망한한젊은이가자신의꿈이뭔지도모른채,그꽃을피워보지도못한채꺾이고스러져갔다.이얼마나어이없는일인가.

우리의아이들이힘들다고아우성치며헉헉대는숨소리에귀를기울여보고잠시쉬었다가자고손잡아줄여유가아쉽다.자신이끌고가는수레가평지든언덕이든독촉하지말고어차피자신의몫이기에응당부모라면어른이라면뒤에서밀어주고때론휴식도주고방향과속도를의논하게해야한다.

앞으로인생100세,150세까지살지도모른다.긴인생에서청소년기는지극히짧고소중하다.스스로결심하고가슴펄떡이며하는일,뜨겁게즐겁게희열을누리며할수있게해야한다.언제나주체는자신이되어야하고주변은배려와사랑으로지원해준다면행복하게자신의몫을해낼수가있으니까.

우리는말한다.오늘의교육이내일의희망이라고.청소년이미래의대한민국의꿈이요자화상이라고.그러나현실은과연그러한가?

스스로찾은꿈도,스스로갈구하는목적도없이주입되고강요된미래앞에서우리의청소년들은행복을그리고있을까?

헤르만헤세자신의성장소설이기도한이작품에서한스기벤라트와헤르만하일너는작가의분신이라고한다.그가소설속에서외쳐되던개성존중이지금이시대에도절실히요구되고있다.오랜만에다시읽어도감동과생각이흘러넘친다.생각의깊이를더하고감동의여운이만리향같은소설.시대를넘나드는고전의가치에절로고개숙인다.

마지막으로헤르만헤세가남긴말을나누고싶다.

‘서로다른사람이되는것은우리의목적이아니다.중요한것은서로다른개성을지닌사람으로인정해주는것이다.그가하는일을보고그를존중하고각각의다른사람들을보고배우는일이중요하다.사람들은각자의서로다른성격과개성을지니고있다.이세상에서같은사람은한명도없다.서로가서로다른부분을인정해주고서로다른성격과개성을지닌사람들을통해내가가지지못한부분을배울수있다.하나의그림에는수많은색채가담겨져있다.하나의색깔로만칠해진그림은어디에도없다.수많은색채들이어울려서하나의명작을만들어낸다.’

*인상깊은구절

동정심많은복습지도교사비트리히를제외하면그들중아무도소년의여윈얼굴에나타난당혹스러운미소뒤에물에빠져가라앉는영혼이아파하고있으며,그영혼이두려움과절망에차죽어가면서주위를두리번거리고있다는것을알아차리지못했다.-본문141쪽

그럼,그래야지친구.아무튼지치면안되네.그렇지않으면수레바퀴아래깔리고말테니까.―본문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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