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잠들지 않는다.-김만중의 예술혼과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다
BY ary68019 ON 2. 23, 2013
남해는잠들지않는다
저자
임종욱
출판사
북인(bookin)(2012년11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남해는잠들지않는다.-김만중의예술혼과그의선견지명에놀라다.
요즈음고전과옛문학에끌려서인지’남해는잠들지않는다.’라는소설이김만중의유배생활3년을그렸다는사실만으로도호기심은끌렸고설렘은가득했다.그런데왜남해는잠들지않는다는걸까?아직도끝나지않은추리소설인가?후편이계속나오는건가?표지의제목도’잠들지않는다’에서띄워쓰기를하지않았는데등등온갖미스터리한상상을하며책장을넘기게되었다.
이소설은김만중이남해로유배를온시점부터그가노도에서생을마치기까지를구운몽과사씨남정기,서포만필을자료로하여작가적인상상력으로요리해서맛있게먹기좋게버무려놓았다.그래서김만중과함께유배된심정으로,사대부이자유력정치가의쇠락한마음으로,누구에게라도속마음을터놓고이야기할수없는죄인의심정으로이소설을읽을수있었다.유배인의심정,정치적세력에내몰린억울함이무엇인지를조금이나마느낄수있었다.또한구운몽,사씨남정기,서포만필에대한이해가좀더쉽게다가왔고실제작품들도읽어보고싶다는강렬한열망도가지게되었다.
인간사일장춘몽을느끼게하는구운몽은불법을전하는육관대사의제자성진의이야기다.대사의심부름을가다용왕이보낸팔선녀의미모에빠져불법에회의를품다가지옥으로추방된다.이후에성진은양처사의아들로이승에서다시태어나우여곡절끝에팔선녀와다시재회하고부귀영화를누리지만역대영웅들의황폐한무덤을보고인생의덧없음을깨닫고다시불도를닦는데깨어보니모두한낱꿈이었다는이야기다.이소설에서는풍채좋고언변에막힘이없는사나이양설규의색락과풍악,불도를즐기는모습들을몽환이라는이야기로쓰게되는과정이그려져있다.패관잡기를즐기는어머니를위해,좀더쉽게백성들이편하게읽을수있게하라는어머니의가르침을바탕으로언문소설을다듬고완성하게되는과정이담겨있다.누가봐도구운몽의이야기임을알수있게한다.
사씨남정기는중국명나라를배경으로한소설인데자식을낳지못하는사대부집안정실인사씨가간사하기짝이없는교씨라는첩을들이면서온갖고생과억울한일을당하지만훗날첩의악행이드러나첩은처형되고사씨는다시남편과백년해로하게된다는이야기이다.이소설에서는장선달댁며느리이소정의정숙함과그의첩채란의간계와모략,충직한종의이야기로채워져있는데긴박함과긴장감을끌어올려마치추리소설같은느낌이다.사씨남정기는희빈장씨의세도를빗대고당시의정치현실을비판했다는평가를받고있다.즉장희빈의치마폭에서놀아난숙종에게깨우침을주기위한글이라는평가다.실제로김만중이생을달리한이후에소설의내용처럼장희빈은처참한죽음을맞게되어결과적으로그의목숨을건충언과예언이맞아떨어진셈이다.권선징악의교훈이역사속에서소설처럼펼쳐지다니아이러니가아닐수없다.
소설속에서김만중은평소에는눈여겨볼틈이없었던시골민초들의마음과아낙네들의고달픈하루,서민들의힘겨운목소리를어느때보다가까이서직접보고듣고느끼면서생각이달라지고있음을보여준다.현장에서본조선민초들의삶이좀더정겹고좀더애틋하게느껴졌을것이다.인생무상을절감했을그가헛헛하고갑갑한마음을가지고할수있는유일한소일거리는부인과주고받는편지와글쓰기임을,그로인해위로를받고있음을보여주고있다.아마실제로도그렇지않았을까싶다.
이소설을읽으면서가장많이한생각은만약김만중에게세번의유배즉,강원도금성,평안도선천,남해노도에서의유배가없었다면,그래서계속집권세력으로정치의중요위치에있었다면구운몽,사씨남정기같은유배문학을남겼을까?였다.국문학사에한글소설문학의선구자라는거대한발자국을남길수있었을까?아마도정치에집중하느라문학에는그리신경쓸수없는환경이었을테고한문을출중하게구사하던그였기에열정적인정치가였기에자신이속한당파의이념을관철시키기위해전력을다한그였기에어려웠을것이다.
유배로인해몸은비록자유롭지못했지만생각은자유롭게훨훨날수있었고정신은살아펄떡일수있었으리.유배지를떠돌며생각해낸것들이미완성인채로남아있다가노도에서운명을직감한듯생각들을정리해서작품으로마무리할수있었으리라.떨어져있는홀어머니를생각하는효성과우리말,우리글을살리고자하는마음과기존사대부들과정계에일침을가하고자함이절절해서문학으로결실을맺었으리라.그리하여구비문학이한문학보다진실성이우월하다는그의주장과한글로써야진정한국문학이라던그의이론을펼칠수있었으리.그리하여마침내그의생각을세상사람들이편히읽을수있는언문소설로완성하기에이르렀을것이다.정계를떠나서야시간적여유가많아졌기에의문을가지고질문을하며사고를재정립하고당시의주류인주자학에도얽매이지않는이론도펼칠수있으리라.그의소설에서불교적인용어와도교적인것과유교적인것이융합된형태로나타남은당시로서는상당히파격적이고진보적이라고볼수있다.양반들이언문이라고무시하던한글로글을썼다는것은얼마나대단한용기인가.
김만중의마지막유배지남해노도.배를젓는노를많이만들었다고해서지어진이름노도.강화도뱃길의선상에서태어나노도에서생을마감한그는배,바다와의만남이운명적이었나보다.
몇해전봄에남해를다녀왔다.금산보리암에오르기도하고죽방멸치들을보며신기해했던,풍부한횟감에입은즐거웠던,구불구불뱀같던해안도로들의이색적인풍광들을두눈가득,따뜻한인심들을가슴가득담아온적이있다.그곳이김만중의유배지였음을이제야알게되었고후세들의무심함에송구스런마음이든다.고등학교시절교실에서배운것은한글소설구운몽의국문학사적가치와김만중의저서,유배문학의가치등이었다고어렴풋한기억들이있다.인터넷도없던시절,책과참고서도귀하던시절이었으니까.늦게나마관심을가질수있어서천만다행이다.제목처럼남해는잠들지않고김만중에대한연구를계속해야한다는뜻일게다.
이런류의소설이나와줘서청소년들이더쉽고가깝게고전문학을즐길수있게되지않을까.단지아쉬운점은옛말,옛언어들,옛내용들이라서학생들이알기에는어렵거나생소한단어와낯선용어들이많지않았을까.학생들을위해서라도페이지아래쪽에한두개씩이라도어려운말의뜻풀이가친절하게있다면국어공부에도도움이될것이고옛문화와풍습을익히는데도움이되지않을까싶다.마지막으로김만중의성격과기개를엿볼수있는책속의글로마무리하고싶다.
‘부드러움이능사는아니다.’
‘세상에나가무슨일이든이루려면단정한품행만으로는해결되지않는일이생기는법이다.배짱과단호함을강조하는것은그의성격을잘드러내준다.때로는공부에도행동에도선을넘을줄아는강단이필요하다.‘
‘공자의말에물획하라.이말은자신의능력에미리선을긋지말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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