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게 만드는 이야기.

구경꾼들 저자 윤성희 출판사 문학동네(2010년10월0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구경꾼들-나도그래요.라며끼어들게만드는이야기.

이책을통해윤성희작가를처음알게되었다.현대문학상,이수문학상,올해의예술상을받은작가의이력에내심기대를하면서책을펼치는데만만치않은이야기솜씨에고개를끄덕이며읽었다.

이책의내용은콜라처럼톡쏘는달콤한맛은아니어도막걸리같이거칠고구수하며알싸한맛을지닌이웃에있을법한이야기들이다.

거봐,사람사는건다똑같잖아.(108쪽)

평범한일상속에들풀처럼일어나꽃을피우고열매맺은이야기,비바람에쓰러져꽃대꺾인이야기,그러다봄이되면새로돋고움트는자연처럼다시순환하는끝없는이야기들이책속에는가득하다.결코남의이야기같지않은,구경하는나와별반다르지않은이야기들이다.그래서공감가는이야기들이다.

누군가를지켜보거나훔쳐보는일은흥미롭기도하고내자신이다른사람들의시선을끌때면때때로묘한재미를느끼기도한다.그래서우린소설을읽거나드라마를보거나영화를보거나남의이야기로수다를떠나보다.우리의인생은그렇게구경꾼이되기도하고구경거리가되기도하나보다.

그래.사람사는건어디에나다똑같지.지구어디에선가나처럼살거나나같은생각을하는일부가있을거라는생각에묘한호기심과안도감이든다.

우린시선을받거나시선을주거나하면서늘그런관계속에서하루하루를보낸다.소소한나의일상이남에게일어나기도하고공감을주기도한다.

그래서인지소설속의3대가족의일상을쭉구경하다보니불쑥불쑥내이야기가하고싶기도하다.나도그래요라든가,그럴땐이렇게해보시지라든가,인간이참용기있네요라든가,허공에대고지껄이고있는자신을발견하며입꼬리가올라가기도한다.그래서이소설은나의참견본능을일깨운소설이다.

물론나는3대가족으로살아본적이없다.우연히도로를달리다가재수없이사고가나거나옥상에서떨어지는사람에맞아황당하게죽은가족도없고신문기사하나달랑들고직장에사표를던지고냅다비행기를타고기사의주인공을찾아가는무모함도없다.그리고하고싶은말을다하며살지도않거니와하고싶은대로용기있게나서지도못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나도그래요.라며끼어들고싶어진다.

주인공가족들은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어머니,큰삼촌,작은삼촌,고모,나,따로사시는외할머니까지요즈음보기힘든대가족이다.이들은하나같이호기심이많고주관이뚜렷하다.궁금하면물어볼수있는용기,일상을접고과감히떠날용기를지니고있어서때론아슬아슬하기도하고때론유쾌,상쾌,통쾌한스릴을느끼게하기도하며사소한말한마디로배꼽잡고웃게만들기도한다.상황에따라거짓말을술술해대는조금은엉뚱한가족들이다.그러면서도우리이웃에사는누군가의모습,아니나의모습과겹쳐질때가있어서나도그래요라고속삭이게만든다.

사고나죽음을대하는이들가족들의자세는슬픔속에서도의연하다.사는건어디나다똑같고명대로살다가는거니까억울할것도없다는듯당연하게받아들인다.발버둥쳐봤자거기가거기임을체득한것일까?주어진대로,세월가는대로,엮이는대로사는인생임을,특별한듯특별하지않은인생임을통달한가족들같다.

큰삼촌은처음으로한가족여행길에서교통사고를당해병원에입원해있다가그병원의옥상에서떨어지는여자에깔려죽는다.그사고이후로할머니는식탁에큰삼촌의밥그릇을여전히차린다.기억하면살아있는듯느껴지기때문일까.식구들은큰삼촌의물건들을나눠가지며추억한다.할아버지는강간범과싸우다가의식을잃고병원에입원한다.그소식이뉴스에나가고많은사람들의격려를받지만결국은깨어나지못하고세상을떠나간다.큰삼촌의죽음이후로아버지는회사에사표를낸다.부모님은신문기사에난주인공을찾아비행기를타고여행을떠난다.신문에실린기사는생활고에비관한미혼모가삼층건물에서뛰어내렸고때마침그아래를지나던남자를덮쳤는데도둘다살았다는내용이었다.이후몇번의여행을하고돌아와서는그때찍은사진과그에얽힌에피소드들을엮어책을출간하게되고전국사인회를가지기도한다.삼십년동안혼자돌로집을짓고있는남자를찾아갔다가그돌무더기가무너지는바람에깔려죽는부모님.식구의수가점점줄어가는이야기에는일상속의코믹함과불행이,기적과우연이교차하며일어난다.운명인지우연인지,행과불행이겹쳐서일어나기도한다.너무나자연스럽게.중요한순간에내의지로할수있는게과연몇가지가될까.

이소설을읽으면서겉으로말하는나와속으로말하는또다른나를발견한다.

그러게집떠나면고생인걸요.앞만보지마요.때론옆도,뒤도,하늘도,땅도쳐다보며살아야해요.사고는예고가없답니다.평소의행동패턴이사고를유발한다고그러잖아요.성추행당하던소녀를지키려던할아버지의용기는멋져요.성추행이나성폭행범은엄벌로다스려야해요.그런데첨성대같은집은왜지어요.에스키모처럼돔형으로짓든지장군총처럼짓지.돌사이에시멘트로접착하시지않고.오초본드도괜찮은데.튼튼한집이되려면안전점검은필수죠.여러분세상구경많이하고싶으면외할머니처럼족발집을해봐요.

할머니,저는삼식세끼가주는즐거움에살아요.간식은물론티타임도기다려지죠.물론요리하는즐거움도있고요.가족들이먹는모습에서도행복을느끼는걸요.아직그연세까지살아보지않아서일까요?

이렇게수런수런거리는나의모습이내진짜모습인가보다.

작가의맛깔나는이야기솜씨에빨려들듯참견하고있는나를보며속이후련해짐을느낀다.

작가만의유머감각에헤헤거리며웃음을흘리기도하고슬픈죽음앞에애달파하기도한다.어느날중요한순간에고민스런일이생긴다면한번더읽어보고싶은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독자들을만나면서부모님은여행을하는동안보았던기적같은일들이실은그다지특별하지않다는것을알게되었다.그런이야기는먼곳에만있지않았다.(236쪽)

음식솜씨없는할머니는하루에세끼를먹어야하는인간이징그럽다고생각했다.(8쪽)

내게부채질을하면서할머니는속삭였다.’누가뭐래도니맘대로살아야한다.'(36쪽)

네가여기있는걸니엄마가아니?알면여행이고모르면가출이야.(……)며칠만더이러고있다가집에갈거예요.집에돌아갈걸알고있으면여행이에요.(……)가출이면아침밥을사주려고했는데여행이니네가알아서사먹어라.외할머니는소녀의침낭에묻은모래를털어주면서말했다.(67쪽)

나중에커서밑줄그은부분을다시읽어보렴.그러면네가얼마나자랐는지알수있을거야.(93쪽)

어쩌면괜찮은사람을만나는것이힘든것이아니라나자신이괜찮은사람이아닐지도모른다.(181쪽)

어머니는해외토픽에나오는황당한죽음을보면서웃긴죽음이라는것이실은얼마나슬픈일인지를늘생각했다.슬픈죽음이란거의비슷비슷한사연을담고있다.하지만웃긴죽음이란모두제각각다른이야기를품고있었다.그이야기는돌고돌게될것이다.(249-250쪽)

어머니가어깨에멍이들정도로무거운배낭을짊어지고지구를헤맬동안외할머니는주방간이의자에앉아서어머니가보았던이야기보다더많은이야기를듣고있었다.(189쪽)

전학생은꽃다발을사가지고문병을왔다.어울리지않게이게무슨짓이냐.내말에전학생이일년에한번씩은어울리지않는짓을해야심심하지않는법이라고말을했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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