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한 오늘을 사는 흠집투성이들 – 파과

상실한오늘을사는흠집투성이들-파과

<피그말리온아이들>을통해구병모작가를처음알았다.그러다<위저드베이커리>를읽게되었고오늘<파과>를읽었다.

破果는흠집난과일이다.

냉장고속에넣어두고있는줄도모르다가어느날청소하다보면물러문드러진복숭아처럼.무관심중에내버려졌던사람들의이야기다.이웃의상실된부분에대한상처다.

첫부분의내용들이너무무서워,너무소름끼쳐서,너무끔찍해서밤에는결코읽을수없었던이야기다.

이런생도있을까,이런사람들도있을까.

이해되지않은소설속이야기였지만작가의글솜씨에이끌려읽다보니어느새클라이맥스다.

너무불쌍해서,너무슬퍼서마지막엔먹먹한가슴으로책을덮고마는이야기다.

금요일밤전철에올라탄65세의노부인조각.

아이보리면모자에꽃무늬티셔츠와카키색바람막이점퍼차림의그저평범한할머니다.조용히자리에앉아갈색보스턴백에서성경을꺼내루페로성경을읽는교양있는연장자의전형일뿐이다.

잠시후열차가멈춰서면서승객들이타고내리는중에50대의건장한남자가일수가방을품에안은채로퍽쓰러지게되고공익요원과역무원이몰려온다.그러는혼란중에그녀는화장실에가서루페속에감춰진비수의독을닦고있다.

그녀는누구일까.

왜그런일을하게된걸까.

이제는기억력도가물가물하고몸도예전같지않은나이일텐데젊은이들보다빠르고민첩하게살인청부업을하는이유는도대체무엇일까.

그녀는방역업체의원년멤버로서대모라고불리는현역이다.마약이나도박처럼방역도중독성이있는지45년간사람죽이는걸업으로살아온여자다.

어릴적낳아준부모는가난을이유로조각을당숙집에식모로보냈다.결혼하는당숙집언니의귀금속을잘못건드렸다가당숙집을쫓겨나게되면서외국인들을상대로하는업소로오게되고자신을겁탈하려는외국인을찔러죽이게된다.그녀의솜씨를눈여겨본조와류가그녀를거두면서시작되는청부업자생활.

사회의벌레들을없앤다는방역업에종사하면서그일을시킨고위층이나유지들이누군지,그들이얼마나더벌레같고쓰레기같은지는생각해보지도않았다.방역대상의대부분이기족이있는사람들이었음에도남은가족에대한생각도연민도가져본적이없던그녀다.자신의뱃속으로낳은아이가해외입양브로커의손에넘어갔을때도생물학적어미로서의죄의식이나슬픔또는그리움은사치였다.그러니타인의눈속에든공허감을보며공감이니연민이니하는건새삼스러운얘기다.

같은방역업체의투우는아들뻘이다.

어렸을적에,자신의아버지가집에서칼맞아쓰러져있고엿새간가사를맡아서자신에게알약을갈아주던도우미가창문으로탈출하고있는장면을목격한다.

왜그랬을까.왜아버지를죽여야했을까.

방역업체를찾아아버지가왜죽어야만했는지,그녀의정체가뭔지를찾고자방역업체에들어온투우,

그는특전사출신이라는데책도많이읽고인물도말끔하지만엄마뻘인조각에대해서말끝마다시비다.사실방역업체직원끼리안면을트고지내진않는다.일의특성상철저한개인플레이기때문이다.

그런데도그는늘조각에게시비를건다.이유가무엇일까.

조각이50대남자의방역을하던중심하게다쳐서거래병원의장박사에게갔던날이다.

흐릿한시야에강이장으로보이는바람에강박사의치료를받게된다.

칼에맞은등을치료해주는젊은강박사의눈길에서그녀는무엇을느꼈을까.서로비밀로하자고했는데도불안함에뒷조사를해서강박사부모가하는시장귀퉁이의과일노점을기웃거리게된다.

과일노점에서노부부가손녀와지내는것을보며새삼스럽게부러운시선으로일상의평온함을느끼게된다.45년의세월동안금기시되었던일상의즐거움을부러워하며주인할머니와수다를떨기도하며과일을사가기도한다.

방역은누가왜이것을원하는지묻지않는다.단지구제해야할해충이나소탕해야할쥐새끼처럼설명도,동정도,계산도필요치않다.의뢰인이고위공직자일수록,방역대상도마찬가지로사회적입장을가진자일수록’왜’는언제나누락된채업자에게전달된다.그의죽음으로써누가무슨이득을얻게되는지,그의죽음이창출하는이윤을방역업자는계산하지않는다.

삶들은자기가가는곳이어딘지도모르면서꼭남더러갈곳을끈질기게묻더라.

……

희미해지던양치식물의냄새가사라지고그녀는투우의눈을감긴다음,역시무심코중얼거린다."이제알약,삼킬줄아니."(본문중에서)

지속적인상실과마모의생을살았다는조각과투우의과거는너무나어둡고칙칙하다.양지바른곳의삶,세로토닌이상승하는삶을살아본적이없는사람들이다.평범한인간이된듯한삶은언감생심이다.남의고통에대한연민이나자신의기쁨에대한권리도모르는연체동물같은하루다.이런삶이있을수있을까.너무극단이아닐까.소설속에나오는이야기일뿐이지만혹시나싶은마음에그런삶이없길바라고바래본다.

작가의이야기는늘사회적문제의식을깔고이야기를전개한다.전혀과하지않으면서도강렬한느낌들이신선하다싶었는데,이번작품은충격적이라고할까.

하정우주연의영화<더테러라이브>를보고와서일까.

사회에대한분노,개인에대한분노가무의식에깔릴때의폭발력을보며끔찍함을생각한다.상실이습관화되면일상적인의미들이사라지고파괴적이된다는건가.무섭다.

파과(양장) 저자 구병모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3년07월1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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