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함께 한 사랑과 추억들….[내 마음 속의 느티나무]
BY ary68019 ON 8. 11, 2013
느티나무와함께한사랑과추억들….[내마음속의느티나무]
9편의단편이실린소설집을읽으니제목만큼이나잔잔한여운을준다.
바람소리물소리들리는고즈넉한시골풍경을떠올리게도하고,어릴적추억의학교길을그려보게도하고,이웃집의소소한일상들을상상해보게도하는친근한이야기들이가득한소설집이다.
그중에서도마음을더욱끄는건마지막에나오는<내마음속의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예전에는마을어귀에들어서면마을의수호신같이우뚝솟은존재였다.휘휘늘어진가지마다무성한잎들이반짝이는한여름이면뜨거운햇볕을가리고시원한그늘을만들어주던곳이었다.어머니품속같던편안함으로동네놀이터,동네사랑방의역할을든든히했던느티나무.그아래에서모든만남이이뤄졌고모든마을문제가논의되었으며모든마을사람이모이던곳이었다.
우등생인이찬이는학교에서제일예쁜미숙이를좋아한다.같은동네,같은나이,같은학년,같은반이면서도한번도이야기를나눈적은없었지만언제부터인가그렇게마음속에자리잡았다.학교를마치고집에가던어느날둘은이찬이가길가의밭에서따준단수수대를먹으며친해진다.간식이귀하던시절이었기에자연에서얻은열매가제일좋은간식이었다.앵두만한파리똥(보리수열매)을먹자며지름길인산길로가서흰점이야리야리한빨간파리똥열매를맛있게먹게된다.그러다작은동굴에들어가서여러가지추억을쌓게된다.그이후로둘은더욱가까워지나진학을하면서헤어지게된다.
삼십년의세월이흘러대학교수가되어고국을찾고,고향을찾은이찬.
그의눈에보이는것들은무엇이었을까.
마을의느티나무두그루는베어지고그곳에는도로가나고옆에는새로운정자가들어서있다.어린시절의풋사랑이었던미숙이는교통사고로숨진남편을먼저보내고고향에서교편을잡고있다.돌아가신부모님,환대해주는고향사람들,고향을떠난사람들과고향에남은사람들…..
베어진느티나무만큼이나마을도변했고사람들도보이지않는다.한시간동안이나걸어가던등교길은10분만에차로달릴수있고,수수밭자리에도넓은도로가나고,오십호하던마을이열다섯채남짓남아겨우명맥을유지하고있는고향이되어버렸다.
미국에서박사논문을마치느라아버지의임종도보지못한이찬은그제야회한의눈물을흘린다.늘든든한버팀목이되었던것은느티나무와함께한아버지의사랑이었음을깨닫게된다.지금은느티나무도없고아버지도계시지않는다.자신도그런아버지가될수있을까.느티나무같은아버지가.
아버진너나너그성이높은사람이되길원치않는다.사람의도리를지킬줄아는사람이면그만이다.사람의도리를지킬줄알면서큰사람이된다면더할나위가없지만말이다.단한가지너도커서장가를가고아들딸을낳게되면그애들에게어떤상황에서도애비로서버팀목이되어줘야한다는거다.뙤약볕이내리쬘때저정자나무가그늘을만들어마을사람들을쉴수있게한것처럼너도그늘을만들수있는사람이되라는말이다.네새끼들의그늘,나아가서는너보다못한사람들의그늘말이다.(p.244)
이소설은느티나무와아버지의든든함을상징적으로잘표현한듯하다.베어진느티나무만큼이나아버지의부재는씁쓸하고마음을허전하게한다.오랜세월을함께한존재들은다든든한느티나무같은추억을갖고있지않을까.
태어나고자란곳의느티나무.나에겐그런느티나무는없지만지금도부모님들이느티나무처럼든든히버티고계신다.그느티나무들이오랜세월을건강히잘지냈으면좋겠다.부모님의사랑을생각해보는시간,어릴적추억을곱씹어보는시간이었다.
내마음속의느티나무
저자
박희주
출판사
책마루(2013년07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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