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은 주홍글자
다시읽은주홍글자

아마도여고시절에읽었을것이다.그때는주홍글씨라는제목이었다.주홍글자A가간음한여인에게주어지는잔인하고끔찍한형벌,불공평한형벌이었다고어렴풋이기억된다.남자들의권위와위선에희생되는여자의모습에안타까워했던것도같고,글자가주는상징성에몸서리를쳤던기억도있다.

주홍글자A는낙인이다.간음한여인에게주어지는형벌이다.경멸과비난의눈초리를받아가슴이멍들어도뗄수없고,동정조차허락하지않는죄악의표식이다.절대지워지지않는고통의상징이다.

이야기는17세기중엽의어둡고칙칙한뉴잉글랜드의보스톤을배경으로초기청교도시대를그리고있다.종교가인간에게미치는양면성인구원과잔학성을잘그리고있다.

종교와법률이거의일체를이루었던고지식한청교도시절에뉴잉글랜드에서벌어진실상에대한고발은종교가벌인죄에대한심판이지나치게편협적이고이기적임을보여주고있다.

특히공적인형벌인광장처형대앞에서목사나재판관이내리는벌은동정조차도기대할수없는마녀사냥식이었고,구원과회개는눈곱만큼도기대할수가없었다.거기에서의판결은모두에게경외심과두려움을갖게하는힘이있었기에누구도거부할수없는것이었다.

젊은목사딤스데일과짧은사랑을나눈아름답고열정적인부인헤스터프린은처형대에서세시간정도세우고평생가슴에치욕의상징물을달도록하라는판결을받는다.그녀는자신과죄를범한남자를말하라는추궁에도절대말하지않겠다고버틴다.안고있는아이의아버지를인간들에게는절대가르쳐주지않겠다고한다.

그녀에겐이미늙고기형적인어깨를한책벌레인남편이있었다.아내가먼저대서양을건너오는과정에서2년동안떨어져산사이에이런일이발생하다니…..

재능과학식을겸비한딤스데일목사는그의매력적인목소리와타고난말주변과종교적인열정으로이미성직자로서의높은지위를보장받고있었다.하지만헤스터프린과의사랑으로그는남몰래괴로워한다.죗값을오롯이혼자서짊어지고가겠다는헤스터프린을보며더욱양심의가책을느낀다.고백할용기가없는그는다른방법으로자신의용서를빌게된다.

다시감옥으로돌아온헤스터프린에게로저칠링워스라는의사가와서치료를해주고간다.남편인자신을앞으로모른척하고절대비밀로하라는당부도한다.죽은줄로만알았던남편이다른이름을갖고돌아온것이다.늙어가는불구의지식인과젊고정열적인여자의결혼엔애당초애정이없었다.

-저도당신에게큰죄를지었어요.

-처음에죄를범한것은나요.이제막싹트기시작한젊은당신과시들어가는나와의부자연스런관계를원했으니말이오.(본문에서)

책속에서진리를구하고연금술로금을만들어내기도했던그는사물을꿰뚫어보는능력자가되어,약초로환자를치유할수있는의사가되어돌아온것이다.남편인자신의정체를밝히지말고비밀을지키라고한다.죄인의남편이되어손가락질을받기싫었던것일까.

금고형기를마친프린은죄의화신이라는주홍글자를단채외진곳에서삯바느질로생활해나간다.그녀는뉴잉글랜드가자신이죄를지은장소이기에이곳에서속죄해야자신의영혼이깨끗해질것이라고믿는다.고통을견뎌야속죄된다고믿으며살아간다.솜씨좋은바느질실력덕분에경제적인약간의여유는누리지만사람들과의접촉,인간적인대우는기대할수가없는생활이다.은밀하고노골적인경계밖의인간이라는시선이고독과씁쓸함을안겨줄만한대도그녀는죗값이라며달게받고살아간다.목사의십자가까지지겠다며온갖모욕을참아내는것이순교자의삶같기도하다.

로저칠링워스는목사인딤스데일의주치의로등장하면서인정을받게된다.처음에는그를치료하고위로해주지만그가범죄의상대방임을알고부터는그를서서히고통속으로몰아간다.

7년의세월이지난뒤고통으로허덕이던딤스데일은처형대에서자신이아이의아버지임을고백하고가슴을열어보여준다,주홍글자A가새겨진끔찍한가슴을,그리고죽음을맞이한다.

가슴에선명하게수놓은주홍글자를새긴옷을입고시민들앞에서는것만으로도죗값으로여겼던시절.선량한시민을길러내는데유용한도구로쓰인다는명목때문에수치와공포를견뎌내고서있어야하는처형대에서의형벌.만인앞에자신의죄를드러내고고백하게하는것은분명공포다.프랑스의단두대처형,북한의자아비판처럼.

인간이인간을심판할수있는정도가어디까지일까.

물론죗값은받아야한다.

하지만온갖모욕적인비난과멸시보다회개의기회를줬더라면,바늘처럼독화살처럼마구찔러대기전에뉘우칠수있는기회를줄수있었다면어땠을까.

죄없는사람이이여인에게돌을던지라는예수의말이떠오르는책이다.누가누구를단죄할수있을까.물론죗값은달게받아야겠지만처벌은공평해야하는법아닐까.

태어나면서악마의자식이라는죄인의자식이라는낙인은또다른주홍글자다.죗값을받고있는사람과그것을심판한사람중에누가더사악할까.

젊은목사아서딤스데일과아름다운부인헤스터프린의짧은사랑,그리고그녀의늙은남편인로저칠링워스의끈질긴복수를아름다운문장으로그려낸소설이다.종교가지닌이중성인구원과위선에대한묘사,통찰력있는인물의세밀한심리묘사,한순간도놓칠수없는치밀한구성,정교한시대적종교적상징들이가득한소설이다.19세기미국문학을대표하는걸작으로꼽힌다는말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

시간과공간을떠나서살수없는인간이기에,아무리시대적억압과굴레가불공평하더라도,종교적인잣대가어느개인에게지나치게엄격하더라도반항하거나저항할수없다.개인앞에선정치와종교의힘은거대한골리앗이상이니까.지나친처벌과그렇게해서받은마음의상처를누가어루만져줄수있을까.구원과용서는어느정도선에서이뤄져야할까.많은것을생각하게하는소설이다.

고전의힘은시공을초월하는힘이있음을이번에도절절히느끼게된다.

주홍글자 저자 너대니엘호손(NathanielHawthorne) 출판사 책만드는집(2013년07월2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