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纖獄囚)
BY ary68019 ON 9. 6, 2013
섬,섬옥수(纖獄囚)
처음에얼핏봤을땐,책의제목이곱고가느다란여자의손을말하는섬섬옥수인줄알았다.자세히보니섬,섬옥수다.점하나의효과에전혀다른뜻이되어버림을,한자어의사용으로의미가확연히달라짐을보면서작가의우리말을비트는솜씨에놀랐다.
섬에갇힌죄수들.<섬,섬옥수>
굳이섬이아니어도우리는스스로의감옥을만들고그속에서살아가는수인같을때가있다.더구나외딴섬에산다는것은공간적인폐쇄성과특수성으로더욱갇힌느낌이든다.
태생지인섬에서나고자라바다에순응하며모진삶을이어온원주민들,스스로를유폐시키려고찾아들었거나,생존을위해먹고살려고모여든외지인들이섬이라는특수성과폐쇄성때문에보이지않는창살에갇힌채서로부대끼며갈등,대립,오해를겪다결국사랑으로구원을모색하는이야기를적나라하게쓰고싶었다.(작가의말에서)
7편의연작이라지만내용들이잘맞물려있어서연작임을눈치채지못하고읽었다.자애의눈으로바라본섬사람들의생태를그린거구나싶었다.그건아마도처음과나중에나오는인물이자애라는한인물이어서그런것같다.
방학을맞아잠시민박하러왔던자애는섬에있는절의요사채에머물게된다.남편과의사이에아이가생기지않아서연결고리가점점느슨해지는느낌이다.서로관심이없는부부가되어가는것이새삼서럽다.10년을대학강사로있었지만정교수자리는요원하고,지도교수는재임용다섯번으로10년을채운그녀에게많은혜택을준것이라며은근히나가달라는눈치를준다.게다가교수들간의알력다툼과종부리듯,도제를대하듯하는은사의권위가이제는몸서리쳐진다.학기중에선생과친하게지내면서적당히리포터로좋은학점을기대하는학생들,성적이나쁘게나오면선생의강의도낮은점수라며협박성문자를보내는학생들을보며가르치는것에대한회의를품는다.사제지간이있기라도했는지의심스러울정도의맹렬한비난조의메일을받는것도정말지쳤다.그래서방학을맞아도망치듯서울을떠나찾아든땅끝섬.
개발되기전에토착섬주민들만의공간이었을때의땅끝섬은정을나누던행복한섬이었다.그러나섬과섬주변이천연보호구역으로지정되면서외부에알려지자관광객들이몰려오고,이익이된다싶으니까외지인들이정착하게된다.그러면서이전에없던문제들이생겨나고나중에는파도처럼,폭풍처럼섬을휩쓸어버린다.
자치회장재범이,물질하는막순할머니와현씨할머니,현씨할머니의막내딸의죽음등이애달프게다가온다.
골프카와짜짱면의등장은이권에눈먼섬사람들의모습이다.그리고이후에다가올재앙의전조이기도하다.기득권을누리려는섬토착주민들과자신의권리를가지려는새로운사람들의갈등과다툼은뺄것도없이그대로우리의모습이다.뭍에서족보있는명견들을경쟁적으로들여오는마을남자들의과시욕.마을에서주인의위상따라서열이정해지는개들의모습까지…….정말이럴지도몰라.라는생각이들게끔묘사를해놓았다.
사제지간,가르친다는것의회의에힘이빠지고맥이풀리기를거듭하다보니이제는지쳤나보다.결국엔학교에사표를던진자애는남편과함께다시땅끝섬으로찾아오면서관계를회복한다.역마살이낀공처사는긴방황을끝내고주지스님이되어있고마을의골프카도,개들도사라지고말끔하다.
모든것이자신의자리로돌아가는모습을보면이소설은해피엔딩이다.아마도자연을훼손하지말자는로망,인간의그대로의순수함을간직하고싶은작가의소망이담겨있으리라.
외지고작은땅끝섬이배경이라서소설속에는물질,낚시,횟집,바다에대한이야기가세밀화처럼그려진다.서울태생이라는작가가걸쭉한제주방언을풀어놓기도하고낚시할때의손맛을그려내는모습,섬에사는개들의권력다툼,섬의태생적인폐쇄성을사실적으로그리는것을보고놀랐다.
섬이유토피아일수도있고감옥일수도있음을시사하는소설이다.있는그대로의섬을보존하는것만큼이나우리의일상도본래의모습에만족하며욕심이없는삶을살자는메시지같다.개발이나발전이반드시좋은것이아님을,자연그대로의수수함이더욱행복임을생각나게한다.
섬의개발로일어나는과정들이그대로우리의일상이기에현실을마주하는느낌이들고선명하다.재미있게읽은소설,훈훈한소설이다.
섬,섬옥수
저자
이나미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3년08월2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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