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BY ary68019 ON 9. 11, 2013
해럴드프라이의놀라운순례
기억도가물가물한20년전의사람이편지를보냈다면기분이어떨까.
그편지가일상을흔들며치유의길로인도했다면…….
그길위에가려진추억의편린들을마주할수있는용기를주었다면…….
한통의편지가모든걸바꿔놓았다.45년간다니던양조회사를퇴직한65세헤럴드의다람쥐쳇바퀴같은일상을바꿔버린것이다.
퀴니헤네시가세인트버나딘요양원에서보낸편지에는그녀가암으로죽어간다는것이었다.양조회사에다닐때경리과에있던퀴니가마지막생의작별인사를하러보낸편지였다.
해럴드는20년전에알던,기억도가물가물하지만착했던추억의동료에게마지막위로의편지를부치러가다가생각에잠긴다.걸음을옮길때마다옛일들이하나씩떠오르면서우체통을놓치게되고그래서그는자꾸만걷게된다.
집에서있을때는생각나지도않던일들이한걸음씩떼어놓을때마다놀랍게도살아돌아오는기억들…….
버거를먹으러들른주유소에서자신의고모가암에걸렸다는소녀를만나게된다.약보다는좋아질수있다는믿음이병을고친다는소녀의말을듣고그는희망을가지게된다.그리고희망도없이살았던자신의삶을떠올린다.늘구부정한자세로살았고살면서포기해버린것들,하지못하고놓친것들이너무많다고깨달은순간요양원으로전화를걸게된다.남의눈에띄지않는삶,있는듯없는듯하는존재였던해럴드의삶에꼭해야할일이생긴것이다.
달라지지않으면,미치지않으면희망도없는게인생인가보다.
해럴드프라이가가는길이라고전해주세요.그냥기다리기만하면된다고말입니다.내가구해줄거니까.나는계속걸을테니,퀴니는계속살아있어야한다고.그렇게전해주겠어요?(본문에서)
45년동안영업사원으로똑같은일만성실히하다가정년퇴직한헤럴드프라이.오래전퀴니가해럴드의잘못을뒤집어쓴채회사를그만둔것에대해여태미안하다는말도못하고잊고있었다는사실이떠오른다.이제미안하고고맙다는못다한말을하고싶다는열망으로길을걸으며퀴니에게간다.사랑하는사람을더이상잃지않기위해서.
해럴드는자신의걸음이퀴니를구할거라고믿으며800km를걸어퀴니에게가기로한것이다.
노인의걸음으로순례길을걸을수있을까.800km를.
시간이흐르면서해럴드의걸음에박자도생기고자신감이붙는다.
자신이이런것을다기억하고있는것이놀라웠다.걷고있기때문인지도몰랐다.차에서내려발을이용하면땅만이아니라다른많은것이보이게되는지도몰랐다.(본문에서)
그는원래차있는데까지만걷는사람이었다.
하지만잊고살아온과거들이걸을때마다길모퉁이마다되살아나온다.하나씩꺼내맞춰보는잃어버린퍼즐조각들…..
어린시절의내성적인모습,술주정뱅이아버지,어느날뉴질랜드로떠나버린어머니,머리좋고잘생긴아들의죽음,아내와의만남에서지금의냉랭한집안분위기,퀴니의친절까지…
외면하고살았던자신을만나고,자신과대화하며,자신을위로하기시작한다.
그렇게퍼즐조각을맞추어가다가같이걸을사람들을만나고…..
길에서만난사람들은그가남부킹스브리지에서북부버픽어폰트위드까지간다는말에관심을보이기도하고응원해주기도하고동참하기도한다.
우리모두과거가있지요.이랬으면어떨까하고,또는그러지말았어야했는데하고아쉬워하는게있단말이죠.행운을빌겠어요.그여자를찾기를바라요.(본문에서)
돌아서지않았던,멈추지않았던해럴드의걸음이퀴니에게도마음을전하게되고,아내와도화해하게된다.그때는미처하지못했던말을전하기위해,사랑하는사람을잃지않기위해걸었던남부킹스브릿지에서북부버윅어폰트위드까지1000km은그대로걷기여행이되고순례여행이되었다.
인생은원래그런것이아닐까.
걸으면서깨우치는삶이아닐까.
걷는것이세상에서제일쉬운지도모른다.
화해와치유를위한제일빠른방법인지도모른다.
몸은고달프지만마음은홀가분해지고상쾌해지는치유의걷기여행이다.
87일간의걷기여행은87년의삶을되돌아보는회고록같다.
자신의깊은속내를끄집어내놓는참회록같다.
산티아고의순례길처럼해럴드의순례도치유와평안,용서와화해가있는길걷기다.
그래서해럴드프라이의걷기는놀랍고감동적이고아름답다.
걷기가주는치유의힘을잘보여준소설이다.
해럴드프라이의놀라운순례
저자
레이철조이스(RachelJoyce)
출판사
민음사(2013년08월0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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