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사랑은 절망이 아니고 구원이야!~
[높고푸른사다리]사랑은절망이아니고구원이야!~

공지영작가의소설을오랜만에접했다.

높고푸른사다리.

제목에서부터종교적인분위기가물씬나는소설이다.저자의<수도원기행>이얼핏생각나기도한다.

우리는사랑하는법을배우기위해이지상에머문다.(띠지에서)

신과의사랑이든,한여인에대한사랑이든인생은사랑의연속이다.신과의사랑을약속했지만한여자와의사랑으로괴로워하는한수도사의현실적번민은어쩌면영원한고통으로남을지도모른다.사랑해서생겨난고통은언제나흔적을남기니까.

누구나아름다워서잊지못하는시간들이있다.고통스러워서아름다워서혹은선연한상처자국이아직도시큰거려서,아직도그때를생각하면뛰는심장의뒤편으로차고흰버섯들이돋는것같다.(책에서)

사랑의순간은언제나찬란할것같지만의외의아픔을동반한다.그러니인간은사랑과이별에의연해야한다.어차피인생은사랑과이별의연속이기에.남녀간의사랑이든,신과의사랑이든또다른사랑이든말이다.

신부서품을앞둔베네딕트수도회의젊은수사인정요한.그는할머니의소원대로결혼도하지않고하나님앞에서정결을맹세하며재산을포기한채공동생활을하는수사의삶을선택한다.

자신의내면에서울리는가장심오한목소리를듣기위해속세를떠난사람들이수도사였고,세상에서가장고귀한것을얻기위해모든것을버린수도사들의대열속에지금그가서있다.수도원에들어온이후요한은성경을통해세상을해석하고싶었고신을통해우주를통찰하고싶었다.하지만한번의회오리같은사랑이요한수사의삶을흔들어놓게된다.흔들리지않고신의뜻대로살기에요한은너무젊었던걸까.

어느날대수도원원장인아빠스님의조카인김소희가종교인의스트레스를석사논문으로쓰려고수도원에오게된다.

소희는남녀간의사랑에대한인터뷰를수사들에게하려고하지만거절당한다.보다못한요한은남녀간의사랑은아니지만다른사랑은이야기할수있다며소희의인터뷰에응하게된다.

하지만그녀의한마디,손길한번에요한의마음은걷잡을수없이소용돌이치게된다.

언제나사랑은소리없이시작되는법이다.요한의첫사랑도그렇게와버렸다.

멀리서그녀가나를알아보고손을흔들었다.(중략)나는처음으로바람결이내머릿결을매만지는부드러움을응시했고,그날처음으로햇빛이어린나무잎사귀를어루만지면서사랑을속삭인다고느꼈다.(책에서)

요한은그녀를좋아하게되면서’호감가는이성에대한스트레스를받는자에대한연구’의피실험자가되어간다.

죽음처럼강하고저승처럼억센것,큰물로도끌수없고강물로도휩쓸지못하는,그런사랑이우리두사람을적시는것같았다.나는두사람이건널수없는강을건너고있다는사실을깨달았다.(책에서)

한사람으로인해온세상이기우뚱하고흔들릴수있다는건,분명사랑의힘이다.

하지만약혼자가있는그녀와신과의사랑을맹세한수도자의길은애초에다른길이었다.

어느날그녀는바람처럼왔듯이바람처럼떠나버린다.

요한의첫사랑은그렇게가랑비처럼왔다가소낙비처럼가버린것이다.

형제처럼,친구처럼지내던미카엘과안젤로수사도빗길에교통사고를당하면서죽게된다.사랑하는사람들을잃은충격에요한은좌절한다.자신의삶하나제대로어찌할수없는나약한존재라는사실이새삼절망스럽다.

그리고먼길을돌아서10년이지난후에요한과소희는해후하게된다.그들의해후는무덤덤할수있을까.

한편,요한은미국뉴저지뉴튼수도원의흥남철수이야기가들어간한국전쟁사자료수집에참여하게되면서미국뉴튼수도원의마리너스수사님에게미해군선박이흥남부두수송선이된배경과피란민에얽힌이야기를듣게되는데…….

마리너스수사의빅토리아메러디스호와원산탈출이야기,6.25당시의흥남부두수송선이야기는사실이라고한다.정말눈물겨운사연이다.

토마스수사의평양감옥과북한의수용소이야기,아빠스님과덕원수도원이야기,요한루드비히신부이야기,할머니와할아버지의사랑이야기등에는우리의아픈역사가들어있다.

높고푸른사다리는야곱이꿈속에서하늘을오르던사다리일수도있고,흥남부두의배위를오르기위한밧줄로묶은높은사다리일수도있겠다.

이소설에서사다리는인간이오르고자하는구원의도구가아닐까.사랑의고통을이겨내고신이주는선물을받으러올라가는구원의사다리말이다.

높고푸른사다리 저자 공지영 출판사 한겨레출판(2013년10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