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길에서 만난 이야기가 이토록 따뜻하고 정겨울 줄이야~
BY ary68019 ON 1. 24, 2014
[길귀신의노래]길에서만난이야기가이토록따뜻하고정겨울줄이야~
다른사람이쓴글에길귀신의노래라는제목이붙었다면분명오해했을것이다.오싹하고섬뜩한기운마저느꼈을것이다.귀신의노래니까.
하지만곽재구작가가썼다면길여행에대해서쓴글이아닐까싶었다.예전에그의작품인<포구여행>을읽으면서작가가길을정말좋아하는구나싶었으니까.
길귀신은내게시의신의다른이름이다.
그가지상의내모든여행을따뜻이지켜주었다.(책에서)
누구나걷는길,어제도걷고오늘도걷는길이다.하지만작가의길에대한노래는끝없는길실타래가되어따뜻한온기로여기저기풀어놓고있다.그만의유별난길사랑이어렴풋한풍경화가되어훈훈함을주고,잔잔한가락이되어울림을준다.
언젠가지상에서내가쓴허름하기이를데없는글들이한송이포도와같은질감과푸른빛의꿈을지녔으면싶다.여기모인글들은지난십수년간와온바다언저리에머물며빚은기억의포도송이에관한것이다.이곳의길위에서나는매일매일사랑스런길귀신들의숨소리와목소리들을들었다.(책에서)
포도송이를이리도좋아하는작가라니,나도포도를좋아하는데.지금은겨울철이라포도보다는귤이후식의자리를차지하고있기에,갑자기포도생각이간절해진다.
여덟살의어린나이임에도아이는자신이선생님의도시락을깔고앉아있는것이민망했다.그런데엉덩이가따뜻하고좋았다.학교로가는길내내엉덩이가행복했다.(책에서)
나는초등학교1학년때의기억이별로없는데,작가는선생님의도시락에대한기억이유난한가보다.아직도기억의한자락을차지하고있는걸보면말이다.
소설습작을하셨던선생님은소설가가되겠다는1학년꼬마가얼마나기특했을까.선생님은학교갈때마다꼬마를불러서자전거뒤에태우고간다.선생님도시락을깔고앉았기에아이의엉덩이가행복했다는표현들.선생님도시락을엉덩이에대고갔으니얼마나죄송했을까.하지만옷이변변찮던시절이었으니미안하면서도따뜻한엉덩이로인해행복에겨웠을꼬마의마음이느껴진다.
내가쓴시에어쩌다한줌의온기가스며있다면그것은선생님의도시락에서느껴졌던그온기에서비롯된것이다.(책에서)
소설가가되겠다는아이에게보인선생님의미소는너무나환했고추위에떨던아이에게베푼배려는너무도따뜻했다.지금은그런풍경자체가어려운시절인데.
시각장애인이야기는뭉클한감동을준다.
목욕탕에서시각장애인이전혀불편함없이목욕하는장면을훔쳐보며작가는신기해한다.보이지않으면서도보이는듯너무나능숙한손놀림으로목욕하고나가는모습은분명감탄의경지다.며칠뒤길에서만난장애인은검은안경을쓴채프레지아꽃다발을들고있었다."아내가좋아해요."그한마디에정서적충격을받게되는데.하지만다음에만났을때는부부가둘다시각장애인임을알고더큰충격을받는다.비록달방에서의삶,시야가보이지않는삶,남보기에는누추한삶일지라도본인이전혀그렇게느끼지않는다면그게바로행복이아닐까.행복은생각하기나름이니까.
그가능숙한솜씨로목욕을끝내는것을조심스레지켜보면서나는삶이란그것을가꿔갈정직하고따뜻한능력이있는이에게만주어지는어떤꽃다발같은것이라고생각을한다.(책에서)
저자가길에서만난추억들이때로는꽃다발처럼향기롭고,때로는포도송이처럼알차게영글었다.데면데면하면서그냥스칠수있는이야기들이환한꽃으로피고탐스런열매로맺었다는것은작가의세밀한관찰과따뜻한마음이있기에가능하겠지.똑같은길을걷는데,달라도너무다르다.끝이없는길이야기를실타래처럼풀어내는작가의솜씨에빠져길여행의묘미를맛보았다고할까.나도이런길여행을떠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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