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탐방기]할머니 양춘단, 대학물 먹다~
BY ary68019 ON 3. 17, 2014
[양춘단대학탐방기]할머니양춘단,대학물먹다~
이소설은대학교의청소노동자들의삶을담은사회소설이다.
대학교에서있는듯없는듯투명인간같은존재로살고있지만,없으면확연히표나는대학의구성원들이야기다.
여자가배워서뭐하냐는시절에태어난양춘단의학력은초등학교5학년이최종학력이다.
그녀는외딴섬에서일제강점기막바지에태어났기에호적조차제때올리지못했다.그렇기에그녀의65년인생은대학과는먼인생이었다.평생대학근처에는가보지않을줄알았는데…….
-대학,대학이라…….이양춘단이가대학에간다는말이여?
양춘단은송정리촌구석에서남편영일의수술과병간호를위해서울아들종철네로옮겼다.남편을따라병원에갔다가알게된양정례로부터대학교청소부용역을구해주겠다는말에대학에대한기대를가지며청소일을하게된다.
학교가는것을꿈도꾸지못한그녀에게대학교청소노동자라는일자리는꿈의자리였다.그녀는대학신입생이된마냥시장에서산가방을매고들뜬마음으로대학교생활을시작하게된다.코끼리상이있는대학교에서신입생같은신입청소용역이된것이다.
그러나대학생활의기쁨은그리오래가지않았다.
백으로들어간용역일조차낙하산인사라는동료들의시샘과따돌림을받아야했고학생들에게대학교미화청소원이라는역할은그저무시받는투명인간같은존재였다.
좁은미화원컨테이너가싫었던그녀는옥상에서점심을먹다가시간강사인한도진을만나게된다.그리고그의한스런밥벌이에대한이야기를듣게된다.
청소하다가우연히도둑강의를듣게된여성착취의역사는그대로충격이었다.
화장실곳곳에는제거해도새로생성되는불가사리같은유언비어들뿐이다.
학생과교수의불륜에대한낙서,교수비리,학내비리에대한낙서들은불사조였다.지워도지워도새로탄생하고마는생명력을지닌불사조였다.
아슬아슬하게당겨진양극의줄,
고작한발짝으로결정되는삶과죽음의친밀함,
갖은수모를당하더라도,
바로쳐다볼수도없는더러운일들이눈앞에서행패를부린다해도,
자신이아니라부모형제를위해살기로마음먹고욕한번하고뒤로물러선다면그리못살건또없지않은가.
바라던꽃길은아니어도이럭저럭걸을만한작은길이뒤에마련되어있다는것을,
똑똑한청년이모를리없다.
그것이그를더괴롭힌다.(책에서)
학생때는내가가장존경했고,
나를교직으로이끈사람이부끄럼도없이제자에게손을내민다.
나에게그만한돈이없다는것을모를리가없다.
그를’선생님’이라고부를때마다혀를삼키는기분이다.(책에서)
시간강사였던한도진의죽음은충격이었다.
그의죽음을밝히는진상위원회가열렸지만결론은타살혐의없는단순자살로방점을찍게되고,양춘단은한도진이남긴노트를비밀스럽게채워간다.
그저그녀가대학물을먹으면서느끼는일상들,생각들을적게된다.한자한자힘을주고강사의필체를따라갈때마다죽은이를살리는일처럼느껴져서사명감까지느끼게된다.
강의실벽을따라걷는춘단을춘단보다조금작은그림자가뒤따라걸어왔다.춘단이화장실쓰레기를담은봉지를어깨에메면그림자도봉지에어깨를멨고빗자루를들면함께빗자루를들었고걸레질을하면따라서걸레질을했다.춘단은걸음을멈추고이제껏살면서한번도눈여겨본적없는그림자를가만히들여다보았다.희미한형체지만분명살아있기는한데말을걸어오지는않고,아무것도없는것처럼다들밟고다니니…….
나로구나.(책에서)
대학교에서는비용을줄이려고시간당4800원이던미화원들의인건비를시간당500원을삭감하는조치를발표하게된다.양춘단을뺀미화원들의시위에학생회까지끼어들면서사태는커지게되고…….
누군가의모함으로인해야간근무를하게되고…….
청소를하지않는대학은화장실이든강의실이든쓰레기들로차고넘치게되고…….
벽에는온갖낙서들이난무하는데…….
노동자의권리를위해폭력을행사하는하숙생은자신의하숙비마저치르지않는모순들……
용감하고씩씩한양춘단의이야기에는유머와풍자가가득하다.재미있어서가독성도있다.
할머니양춘단이대학교에서겪는사건들은그대로사회의축소판같다.정의는축소되고모순과비리와불륜이눈덩이처럼커진사회의모습을보여준다.
양춘단의대학물먹은이야기는대학사회를통해본우리사회의풍속도다.
개인의역사에서그치지않고나라의역사와함께하는세대들의자화상이다.
이책진정추천하고싶다.
소설내용이시사적의미가깊고,걸쭉한사투리가소설전체를구수하게두르고있어서나이가좀된중견작가인줄알았는데,작가는1985년생인박지리다.
그녀는제8회사계절문학상대상을받으며등단했고작품으로<합체>,<맨홀>이있다고한다.작가의다른작품들도기대가된다.
깊이가남다른작가이기에다른작품들도읽고싶다.
양춘단대학탐방기
저자
박지리
출판사
사계절(2014년02월2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Share the post "[양춘단 대학탐방기]할머니 양춘단, 대학물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