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에서 중국을 만나다]중국과 프랑스, 예술작품으로 본 두 문명 산책
BY ary68019 ON 6. 8, 2014
[루브르에서중국을만나다]중국과프랑스,예술작품으로본두문명산책
내가살아보지않은시간과공간을만날때면마치시간여행자의느낌이다.홀로과거속으로걸어가옛사람을만나고,옛예인과장인들을만나고,천하를호령하던영웅호걸과소박한서민을만나기에감동과전율이멈추질않는다.특히박물관산책은내가몰랐던과거의시공속에존재했던예인들의삶과역사와고스란히조우하기에그느낌은보다강렬하다.예술가의혼,권력의자취를마주할수있는미술관산책은그래서언제나호기심가득한시선을뿜을수밖에.
루브르에서중국을만나다.
동양과서양의만남,자금성과루브르의만남,갑골문자와쐐기문자의만남,나폴레옹과강희제의만남,고대그리스여신과고대중국의선녀의만남,함무라비석비와사기정의금문의만남,중세의기독교와당의불교의만남,레오나르도다빈치와원나라예찬의만남,17세기렘브란트와청의팔대산인의만남,부셰의그림속중국과<옹정행락도>속유럽의만남,푸생의고전주의와조맹부의당송계승의만남,들라크루아와서위의만남,코로의자연주의와쉬베이홍의사실주의의만남등수많은만남을보면서도도한장강과고고한세느강의만남을보는듯했다.
먼저,루브르박물관의역사가흥미롭다.
1793년루이16세가단두대의이슬로사라지자,프랑스제1공화국은왕궁이던루브르궁을’중앙예술박물관’으로만들었다.국왕과귀족들의예술소장품들을전시해일반시민에게공개해예술감상조차자유와평등의정신을나타내려했다.나폴레옹이집권하던시절에는’나폴레옹박물관’으로불리기도했다.미테랑정부는’그랑루브르’계획에따라루브르박물관을세계최대의박물관으로만들고자했다.1989년중국계미국인인이오밍페이의건축설계도에따라새출입구를유리미라미드로만들었다.당시엔프랑스국민들의반발이심했지만루브르박물관은전시장의크기가두배로확장될수있었고채광량이훨씬늘어난현대적박물관으로재탄생할수있었다.미궁처럼좁고복잡한224의방을105만점의작품이가득채우며세계의관객들을끌어모으게된것이다.세계최대의박물관으로말이다.
고궁박물원은1924년청나라의마지막황제푸이가자금성에서쫓겨나고,1925년자금성의신무문에’고궁박물원’이라는현판이걸리면서시작되었다.루브르등서양의박물관시스템을배워지은중국최대규모의고대문화박물관이라고한다.왕과귀족이쓰던귀중한물건,수집품등이황궁의빗장을열고서민들과마주한것이다.
건륭제와나폴레옹의비교도흥미롭다.
건륭제가자신의정벌전쟁의공로를내세우기위해프랑스와루이15세에게자신이승리하는장면을그린동판화를특별히주문했다.이동판화는황제의권위를세우기위한의식같다.더구나멀고먼이국땅프랑스의동인도회사를통해동판화를주문제작한것은저자의말대로과시욕이아닐까.자신의업적을널리알리고제국을넓히고싶은욕망을담은황제의과욕일것이다.어쩌면유럽까지정복하고싶은권력에대한욕망을은근히보여준건아닐까.
나폴레옹은루브르궁광장에자신의승전을축하하기위해작은개선문(카루젤개선문)을짓도록했다.개선문상부에는나폴레옹이베네치아에서가져온청동말네마리가장식되었는데,1815년왕정복고를기념해베네치아에반환했다고한다.전장에서승리한장군만이통과할수있었던개선문.자신의권력유지를위해,자신의공을국민들에게각인시키기위해자신만의개선문을만든것이다.루브르박물관의동쪽카레궁정의페디먼트의중앙에는나폴레옹의모습이조각되기도했다.물론지금은그자리에아폴로신이조각되어있다.
나폴레옹이자신을‘전쟁의신’으로포장하고싶어했다면,건륭제는‘청렴한문인’으로인식시키려노력했다.건륭제도나폴레옹과마찬가지로그의자취가오래남기를강렬히원했다.(책에서)
나폴레옹이그림과조각을많이남겼다면건륭제는그림과글을많이남겼다.
예술을통한두권력자의영웅심리,과시욕의발로가아닐까.
루브르박물관의서아시아관에가면세계최초의문자인쐐기문자기록이있다.설형문자인쐐기문자는메소포타미아인들이점토위에갈대나금속으로펜을만들어수를센흔적이라고한다.반면중국에서는은나라의갑골문자가보존되어있다.갑골문자는거북의등껍질이나짐승의뼈에새겼으며전쟁이나제사를앞두고길흉을점친흔적이라고한다.
고대중국의갑골문자가신과소통하기위한문자였다면,반대로서아시아의쐐기문자는실용위주의문자다.실제로어느수메르신전에서최초로발견된점토판문서역시행정문서였다.(책에서)
사고방식의차이가글자에서도드러나다니.어쩌면정신문화를중요시하는동양문화와물질과실용을중시하는서양문화의차이가태초부터있었던건아닐까.최초의글자사용에서도그런차이가있는걸보면말이다.
동양과서양의세계관차이가예술에서도잘나타난다.
고대그리스여신은새의날개를정교히달아생동감이있고중국은하늘거리는천을휘감고하늘로올라갈뿐이다.아니면구름을탄선녀의모습이다.건축의기둥에서도고궁박물관은둥근모양의별다른장식이없는담백한여백미가있지만루브르박물관기둥은정교하고사실적인조각들이세밀하게그려져있다.고대중국인들이추상적인선을중요시했다면그리스인들은사실적인형체를추구했다고한다.그이유는무엇일까.
중국은농업국가여서농민을잘다스려야했다.한해의수확을위해늘하늘에제사를지냈고,모호하거나추상적이거나어렵게느껴질수록하늘의뜻에더가깝게여겼다고한다.반면에유럽은농업보다상업이더발달했기에스스로의힘을더의존해왔다고한다.그리스신들이굉장히인간적인욕망을가지고있다는점,중국의선녀가천상에속한신비로운여인이라는점도같은맥락이아닐까.자연과개인,집단주의와개인주의의차이가농업중심사회,상업중심사회냐에따라달라질수있다는분석이새삼새롭다.동양과서양의유전자차이,두세계의고유한빛깔의차이는세월이흘러도근본이바뀌지않는이유가될것같은데……외양은바뀌어도본질은유구히남아각자의모습을지켜가겠지.
중국을대표하는고궁박물원과프랑스를대표하는루브르박물관의만남은커다란두문명의충돌이다.유물,예술품에는두나라의권력의역사와예술가들의발자취가고스란히남아있는것을보니,세상에영원한것은없고삶은예고대로흘러가지않는드라마같다.두문명속에서피어난예술품들이말하는역사의흥망성쇠,문명의이야기를들을수있는책이다.거대한물줄기가부딪친듯격렬하게남긴흔적은예사롭지않다.단순한두나라의과거의예술혼,과거의역사의조우를넘어선장대한동양과서양문명의발자취와흔적들이었다.두문명의고유한리듬과박자가시간과공간을아우르며흐르다가새로운시너지를받는모습은상상이상이다.특히거대한중국의영욕의시공간을햇빛속으로드러낸작품들이많아서낯설면서도반가운,잊히지않는예술품들이한아름이다.
프랑스의루브르박물관,중국의고궁박물원을함께감상할수있는기회였다.서로다른채색미,균형미,정신을통해역사,인물,영웅심리를만날수있는책이다.박물관여행자가되어,시간여행자가되어두문명의교류를체험한시간,잊히지않는비교감상의시간이었다.
중국CCTV와프랑스가합작해3년간의제작기간을거쳐완성한다큐멘터리12편인<루브르박물관,자금성을만나다>.2012년2월중국과프랑스에서동시방영하면서화제를모았던이12편의다큐멘터리를한권의책으로엮은것이라고한다.책을읽으면서중국의거대함과치밀함을다시확인한순간이었다.실제다큐멘터리를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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