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
[여기,아티스트가있다]세상의안부를묻는거장8인과의대화

예술에대한선입견이있다.행위예술이나전위예술에대한무지탓에행위예술을보고있으면아직은낯설고물설고민망하기까지하다.다른예술도마찬가지지만특히행위예술이나전위예술은호불호가많이갈릴것이다.

세계유명미술관,여러비엔날레와카셀도쿠멘타에서만날수있는현대미술계의거장8인의이야기를읽으면서대단한작가들이라는생각이든다.허물과겉치레를벗은진솔한이야기,권위와관습을깨고자유와평등을이야기하고있기때문이다.이책은저자가2010년5월호부터2011년6월호까지<월간미술>에연재된현대미술계의거장들과의만남을정리한것이다.

빛나는실험정신의마리나아브라모비치.그녀는몸으로관객을깨우는행위예술가다.자신의예술은에너지이고,자신의관객은세상을변화시킬한명의개인들이라고했다는데……2010년뉴욕모마에서<예술가가여기있다>라는퍼포먼스를통해850만명을끌여들였기에한도시를뒤흔들었다는평가를받고있다.직접미술관의문을열고,문을닫는순간까지관객과소통한것이다.책상을사이에두고의자에앉아예술가와마주한관객의마음이궁금해진다.상대의눈을통해서로의내면을들여다볼수있지않을까.마주잡은손끝으로상대의고통과기쁨을느낄수있지않을까.때로는거울을보며나자신과마주하는순간이떠오르는작품이다.거울속의나,거울밖의나,그렇게서로를들여다보는것만으로도위로가되던순간이었는데…….

<예측불가>.좁은통로에벌거벗은남녀예술가가25cm정도떨어져마주보고있다.관객은그사이를지나는행위를하는작품이다.예술가와관객이하나의작품을만들어가는순간,전혀예측불가의예술이되는것이다.두남녀를스쳐지나치는순간의묘한느낌이예술일까,아니면그찰나의화면이예술인걸까.궁금해진다.가장민망한작품이다.

나는오브제입니다.전시기간동안일어나는모든일에대한책임을제가집니다.(책에서)

<리듬0>에서는자신을오브제로관객들이작품을만드는것이다.가장충격적인장면이다.

오후8시부터새벽2시까지관객에게온갖재료와도구를주면관객들은예술가를오브제로삼아마음대로벗기고,칠하고찢기고하는것이다.가시가박힌장미줄기,붉은페인트,사진,목걸이,폴라로이드카메라,채찍,총,칼등이주어졌다는데…….눈물을머금고있는반라의예술가는그대로작품이되는순간이다.<리듬0>대신<안쓰러움>이라고붙이고싶은작품이다.

그녀의작품들을보면누드가많고관객과마주하는것이많다.옷이주는사회적의미,그기호들이주는편견과선입관을벗기고,원초적인모습으로,민낯으로느낌을통하고싶었나보다.직접작품을대했다면상당히민망할작품들이다.

마리나가집중하는것은교감이었다.완전한소통,현재에집중하는능력을강화하여시간을늦춰내는과정에서상대와환경과일치하는교감이완성된다.그러기위해서는느리고또느리게과정에집중하며마음을가라앉히고품을넓혀야한다.(책에서)

프랑스를대표하는예술가크리스티앙볼탕스키.그는미술관보다대중의생활공간에서미술의경계를넓혔다는평가를받는다.기차역이나버려진공간에서전시를열기도한다.

<페르손>에서는눈이훼한아이들의흑백사진에알전구를비춤으로써,전쟁터나유대인수용소를연상하게한다.과거의흔적속에서시간여행을하며되돌아보게하고있다.과거의고백을통해치유의과정을거치는것같다.볼탕스키역시도<페르손>을통해,부재를통해존재를증명하는것은과거에휘둘리지않고현재를살게하는치유의과정이라고했다.

또다른프랑스를대표하는예술가아네트메사제.<여자-남자>에서보이는모습은굉장히도도하고용기있는예술가다.여자의성기위에남자의성기를그려넣다니,화장실벽에지어도지워도새겨지는낙서같은느낌이다.<나의소원들>,<나의트로피들>,<엄마,그녀의초록드레스이야기>를보면인간의신체일부에그림을그려넣었다.남녀성기에조차도…….아네트메사제는인간의몸자체가오브제가된원초적인모습을보며관객들이자유롭게이야기를창조하기를원할뿐이라고한다.관객의느낌이이야기가되는작품들이다.

윌리엄켄트리지…….조국인남아공의부조리,불편한진실을드러내고,불평등을고발하고인간착취를일깨운다.동시에물질사회,테크놀로지사회에서인간의손맛에길들여진감성을깨우고이성을촉구한다.백인으로서아프리카인의정체성을이야기하는그가어색하기도하다.하지만드로잉의힘으로세상을깨치고치유하고자하는이야기를들으니그도넓은의미의아프리카인이다.그의드로잉에는목탄화와색연필이많이쓰였기에거칠면서도부드러운질감이전해진다.

키키스미스…….그녀는휴머니스트가아닌페미니스트예술가로불리길원한다.이농과빈부의차이를넘어여성의마음으로세상을해방시키려는예술가다.<소전>에서는동양과서양의만남,근원적이고명상적인분위기가난다.죽음과삶의순환,머물다가는삶을표현했다는데…….삶은순환일까.윤회이고영속적일까.또다른생이지속되는무한의삶일까.

강익중의미술.가장편안하게볼수있는작품이다.행복한세상을보여주고갈등의해소를바라는마음을담은작품이기때문일까.어린이그림6만점을모아만든<행복한세상>,어린이직접참여한<평화를위한소품>,<산과바람>,<모든것을던지고더해라>,<꿈의다리>,<동그라미>,<십만의꿈>등에서작은그림들이모여큰그림을보여주고있다.그렇게개개인이모여세상을이루고우주로나아가는느낌이다.그의철학은대상을흔들어깨워주는것,서로를이어주는것이라고한다.어린이그림들이모여큰작품으로완성체를이룬모습에서예술의힘을느낀다.저자의말대로작은물방울이모이고모여강이되고바다가되는모습처럼신기하고감동적인작품들이다.

제퍼윌…….일상에서의경험을사진으로재연하는작가다.인종,빈곤,소외,문명,개발등의이슈가일상에놓인그모습그대로포착되어있기에,다큐멘터리정신이살아있다는평을받는다.위트와유머가있는일상의우연성들이깨알재미를준다.작업의우연성이라지만우연으로만나는필연도담았을것이다.우연도반복되면운명이고숙명이되고인연이되는게세상사인데…….

무라카미다카시…….현대를대표하는팝아티스트다.대중이즐기는만화,음악,패션등을예술로승화시킨작가다.만화적요소가가득한판타지<미스코2>,<<플라워마탕고>,<가와이-바캉스:금빛왕국의여름휴가>,<폼과나>등을보고있으면동심의세계로들어온듯하다.

거장아티스트의만남을보면서선입견,편견,몰상식,사색의시간,자신에대해,사회에대해,인간본질에대해,통념깨기,내면으로가는여정,동심의진화,농담,왜곡등을생각하게된다.흔적과자취를따라가는일은과거로의시간여행이됨도깨치게된다.

똑같은시간과공간속에서도거장아티스트들의예술을만드는눈빛,손짓,감각,영혼은남다른가보다.이들의예술을향한몰입과집중,관찰과통찰이있기에독창적인예술이존재할것이다.거장의메시지가너무거창한걸까.머리로는이해하는데,마음으로는받아들이지못하는작품들도있다.아직이해가부족한걸까.선입견의틀을깨지못하는걸까.어쨌든세상의안부를묻는거장들과의대화는신선하고의미가있다.

저자는대학원에서미술사를공부한저널리스트안희경이다.8년동안불교방송PD로서시사·교양·음악프로그램을제작했고,2002년미국으로이주한뒤서구에부는성찰적기운과대안활동을소개하는글을써왔다고한다.최근에는세계화추세,자유로운자본이동으로생존경쟁의치열함,삶의조건들의불안함을조명하는일을하고있다는데…….

그래서일까.이책에서도허울을벗은날것그대로의여인들,불안한삶그대로의아이들,허식을벗은민낯그대로의남녀등을만날수있다.때로는불편한진실을느끼게하거나왜곡된진실을생각하게하고,때로는작은것이모여큰힘을이루는것도보여준다.익숙하지않은모습도있지만모두빛나는실험정신의결과물들이다.

여기,아티스트가있다 저자 안희경 출판사 아트북스(2014년05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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