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아무것도몰랐다/박미란/시인동네]마음으로공감하는시,생을사랑하게되는시~
멀리뛰기위해선웅크림이필요하지.
오래달리기위해서도예열이필요한법이지.
소설가는소설로인생을이야기해야한다고,시인은시로삶을말해야한다고누가그랬을까.
삶을문장으로만들어내고인생을시어로갈고닦은내공들은세월이지나면나이테처럼연륜으로나타나는걸까.
박미란시인의시집<그때는아무것도몰랐다>를읽으면서그런생각이드는데……
인생을걸만한걸찾은이는진정아름답겠지.그녀처럼.
창문은
곧터질물집처럼
제속을보여주고있다.
창문이수차례일렁인다.
오랜적막을터트리고싶은가보다.
태어난그날부터
횟배앓는저창문너머
손뻗어도만질수없는것들이아름답다.-「시인의말」전문
겨울잠을자도한참을잤을세월을지나
여러겹의허물을벗기며내는시인의노래가눈물겹다.
아니지.그저공감백배.나도그런대.
봄날매운파밭에서,
찜통같은공장바닥에서,
눈내리는쓰레기더미에서,
어느새저높은곳까지쫓아갔을까
밤중에잠깐올려다본
서쪽하늘가엔
시리고서러운
엄마발목이걸려있다.-「반달」전문
지나봐야아쉬운줄안다지.
흘려보내야놓친것을안다지.
그래도어때~!!
희로애락애오욕.
그조차도인생인걸.
눈꽃이꽃이라면얼마나눈꽃
장미가장미라면얼마나장미
눈은잠시왔다가가고
장미는때때로기별이없다
눈꽃이꽃아니라면얼마나장미는먼가
장미가장미아니라면얼마나눈은찬가
바람을밟으며죽은장미가눈꽃으로피어난다–「장미는기별이없다」전문
삶의여운이물결치는호수같은시,
깊이있게우러나는곰국같은시를만나니,
나도흉내어치가된기분이다.
오늘만큼은모킹제이다.
오늘만큼은도토리저장고로향하는숲속어치다.
가을엔사랑하게하소서라던김현승처럼,
모든죽어가던것들을사랑하겠다던윤동주처럼
찬바람이스치는계절에시한수를읊조리니
어쩜,생을사랑하는맘절로생길까.
희한하게.
그때는아무것도몰랐다
저자
박미란
출판사
시인동네(2014년10월0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