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빌라/전경린/자음과모음]부유물처럼 해변에 떠밀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BY ary68019 ON 11. 18, 2014
[해변빌라/전경린/자음과모음]부유물처럼해변에떠밀려오는사람들의이야기
세상엔이런삶도있나보다.소설같은세상이니까.무심한관계,시크한관계이면서도끈질기게얽혀있다.여섯단계만거치면세상의모든이들이서로연결되어있다고했던가.소설을읽으면서관계파악에몰입하기는생전처음이다.무슨미스터리도아닌데,인물관계를도식화해야한다.외면적으론단순해보이지만내면적으론꽤나복잡한인물관계다.
여자의진짜능력이란,제남자를알아보는거란다.
(중략)남자란세상의들판을지나가는바람과같아.하지만자기를알아보고계산없이인생을내놓는여자를만나면자기가줄수있는것을몽땅주지.거기에제생명을쏟는거다.그게남자와여자의비밀논리야.(책에서)
주인공은부모없이자라다가어느날윤유지에서손유지로바뀌게된다.작은고모손이린이자신의생모임을알게된것이다.그리고초등학교를졸업하면서고모가사는바닷가의해변빌라로이사하게된다.
엄마는그렇다치고아빠는또누구일까.유지는늘아빠의존재가궁금하지만그누구도아빠의존재에대한이야기를하지않는다.
유지는집에서든학교에서든늘피아노를치며마음의허기를달랜다.그녀는아버지부재에대한갈망에서중년남자들을관찰하기도한다.그러다가생물선생님인이사경이눈에들어온다.늘자신을관찰하며무심한듯말을건네던선생님이었기에.
어느날,생물실에서새로들여온신체모형을구경하다가모형앞에서벌거벗고서게된다.이일로교사인이사형과추문에휘말리고급기야이사형의어머니인노부인의호출을받게된다.
네나이에피아노를잘치는건좋은징조가아니라는말,차라리적게치고많이들으라는말,책을읽고그림을그리고생각하면서피아노를치라는말,중요한것은네목소리를내는것이라는말등을듣게된다.그리고괴이한소문을잠재우기위해서라도노부인집에와서피아노를배우라는말을듣게된다.
노부인에게피아노를배우게되면서이사경선생님과고모이자생모인손이린의사이를간파하지만그저속으로삼킬뿐이다.사경선생님에대한알수없는끌림은무엇일까.이사경은유지의생부일까.사경의몸이불편해진시점에서사경의처로부터사경과이린의이야기를전해듣게되고……
기억한다는것은마음이멈추었다는것이다.(책에서)
타인의눈엔제멋대로이거나당찬아이,누구도닳을수없는아이,중심에고독을담고있는아이,그래서때로는제법어른스런소녀의이야기가무덤덤한속에서슬픔을자아낸다.
생모를사랑하는이사경선생님,그런사경에게끌리는유지,사경의아들인연조와의관계,오랜연인오휘와의이별과만남의반복,해변의소박한가게들,부유물처럼해변에떠밀려오는사람들……
아빠라는근원에대한무지가그녀를투명인간같은삶으로이끌었을까.투명인간처럼행하는시크한아이의성장이야기다.태생적인슬픔을지닌,태생의존재를들은적없는아이의무덤덤한외로움이더욱깊은슬픔을느끼게한다.
파도를통해전해지는바다소리,피아노음률이들리는소설이다.
피아노에대한몰입으로사랑의허기를채우거나바닷가산책을통해내면의상처를치유하는이야기다.모든만남은바닷가에서이뤄지고모든헤어짐도바닷가에서일어나는이야기다.무엇보다바닷가옆에있는카페‘해변의가능성‘처럼,소설에서는사랑도이별도모두에게열려있는세상이다.
매사가기회의여신이주는운이필요한법이다.매사에밀물과썰물처럼때가맞아야되는법이다.그리고관계는언제나조금씩변해간다.삶이원래그런거다.그런생각이든다.
해변빌라
저자
전경린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4년10월2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