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최민경/은행나무] 사적인 공간에 삶의 자극을 준 마리를 추억하며…
[마리의사생활/최민경/은행나무]사적인공간에삶의자극을준마리를추억하며

누구에게나사생활은있다.자신만의공간도필요하다.만약사적인공간에타인이끼어든다면상당히불편할것이다.오래전알던,기억조차도없던친구가어느날불쑥내삶에끼어든다면몹시불안할것이다.그래도그런끼어듦은분명자극이될것이다.마리처럼.

마리가하나의사적인공간에들어온것은하나아버지의죽음직후였다.평생도박과노름으로무능하게살다오십도안된나이에췌장암으로돌아가신하나의아빠.그렇게아빠를보낸하나집의빈공간을알아차린듯말희가찾아온것이다.아빠의부재가슬플것도없는담담한생활이었지만말희의등장은두모녀의삶을바꾸기시작한다.

배낭여행중에잠시들렀다는그녀는서서히하나의집공간을장악해버린다.마치기다렸던주인이돌아온것처럼.어릴적인절미를먹다체했다느니,자신의베프였다느니,하나가백여통의편지를보내마음을전한친구였다느니수다를떨어대지만,하나의기억엔그저가물가물할뿐이다.

말희가언제부터마리로불렸는지도기억에없지만마리는대수롭지않은듯무례와염치가득한행동으로불편을준다.늦은밤뜨거운물로샤워를하는행동,겨우잠들면문을노크해서깨우는행동등이거슬리기도하지만특유의활발함으로하나의삶속으로들어오게된다.

조금은뻔뻔하지만어디를가든네가생각난다는마리를어찌미워할수있을까.엄마에게아빠의빈자리를채워주고,빵집아저씨를소개하고,하나에게는지지부진한남자친구상준과의관계를위해바른소리를해주는마리가아닌가.더구나자잘한집안일도하고심심해하는엄마의말동무도되고,침체된분위기를업시킬줄아는마리인데…..

마리는다른사람들을챙기고보살피는데이골이난사람처럼적절한때에적절한행동을해서엄마의사랑을받았다.엄마말대로마리는곁에서애정을갖고살펴보지않으면알수없는타인의미세한감정변화까지도미리눈치챌만큼약빠른데가있었다.(64~64)

사랑하는남자가알고보니유부남이었다는마리의사랑고백.그남자로인해두사람은잠시불편한사이가되기도한다.하나가아끼던옷을마리가꺼내입는등거리낌없는행동으로둘은거리감이생기기도한다.그럴즈음눈치빠른마리는배낭을메고스스로떠나버린다.처음처럼.

하나는마리가떠난뒤에야삶에자극을주고떠난친구임을비로소느끼게된다.

엄마의연애를돕고,상준과의감정정리도돕고.애매모호한것들을모두정리해준마리였다.

어릴적인정받은경험이평생을좌우하는걸까.십대초반,하나가자신의고민을담아말희에게보낸편지들은무려백여통이었다.하찮은존재라고느끼던마리에게하나의편지는마리에게누구에겐가중요한존재가되었다는자부심을주기에충분했나보다.

별난마리지만그녀의고백엔비주류의설움이담겨있다.어릴적아무리해도존재감이희미했던아이의가슴에품은상처도보인다.그런마리에게자신의내밀한얘기를해주었으니얼마나잊히지않는친구였을까.

성년이되어불쑥끼어든마리의등장엔가슴뛰게하는긴장감,거침없는행동으로인한불안감은있지만어릴적추억을공유할수있는공감이있다.삶에는사생활도있고사적인공간도필요하지만불현듯끼어드는친구를위해내어줄작은공간도있는것같다.나의공간이온전히나만의공간이아닐수도있다는생각이든다.

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네번째작품이다.노벨라시리즈는착한가격에더욱마음이가는책이다.

마리의사생활 저자 최민경 출판사 은행나무(2014년11월1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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