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가다/김경윤/탐]개그맨 같은 조선 선비의 흥미진진한 여행기…
BY ary68019 ON 12. 5, 2014
[박지원,열하로배낭여행가다/김경윤/탐]개그맨같은조선선비의흥미진진한여행기…
한편의여행기를맛깔나게읽을수있다는건독자로서도행운이다.그것도200여년전의여행기를말이다.맛깔난여행기의주인공은박지원의『열하일기』다.너무나잘알려진고전이지만부끄럽게도전체적으로읽기는처음이다.물론오리지날이아니고청소년의눈높이에맞춰줄이고각색한소설형식이다.읽을수록개그콘서트를보는느낌이다.깔깔대고호호거리느라시간가는줄모르고읽은책이다.박지원이우울증을고치려저잣거리에나가사람들의이야기를듣고친구들에게이야기했다니,수다쟁이가따로없다.
박지원,그는누구인가.
『허생전』,『양반전』,『열하일기』로잘알려진조선시대의실학자이자북학파다.조선영·정조때선비다.당시지배권을쥔노론에속했지만과거시험에서그림을그려내거나백지를낼정도로벼슬에관심이없었다고한다.탑골근처에서백탑파와함께이야기도하고여행도다니며그렇게신분을뛰어넘는교류를즐겼다고한다.
『열하일기』는양반들이청나라를배척하던시기인정조4년에박지원이청나라를다녀와청나라의정치·경제·사회·문화등다방면의문물과발전상을담은여행기다.날짜별로기록되어있고,자신의생각과소소한일화들까지담은일기같은견문기록이다.
1780년(정조4년),박지원은청나라황제의만수절(청나라건륭황제의70세생신)을축하하기위해떠나는사신단에낀다.사신단281명의5개월이넘는사행길에는굶주림과병,추위와죽음이함께하는고난의여정이었다.하지만박지원의여행은내내여유와농,관찰과깨달음,친화력과가르침이넘친다.
–강산이그림처럼아름답습니다.
–자네는강산이먼저라고생각하는가,그림이먼저라고생각하는가?당연히강산이먼저겠지.그렇다면그림이강산처럼아름답다고말해야지.강산이그림처럼아름답다고말해서는안되네.비슷한것은어디까지나비슷한것일뿐,진짜는아닐테니까.(57쪽)
옛날충신백이와숙제가머물렀다는고죽사를방문하면서주변의경치를구경하던어떤이의말에웃으며대꾸하는장면이다.박지원의농에길들었는지그의마부까지농을칠정도다.
나는지금만리장성밖에홀로나갔다가장성벽돌에글귀하나남기고오는길이다.(84쪽)
힘든여정에도불구하고박지원은장부의기개를펼치며명문중의명문을남겼다고한다.거대한만리장성벽에말이다.
몸이아픈마부를위해자신의말에태우고담요로둘둘말아끈으로묶은뒤몸소말을끌고가는모습에서는신분의귀천을떠난인정을느끼게한다.
당시는청의국력이최고조에달하던시기였기에열하의위상도북경만큼컸던시기다.청은그런경제적번영과정치적안정위에서문화를꽃피우던시기였다.박지원도그러한청의선진문물을세세하게그려내고있다.
도시마다시장이번창하고도로와교량이잘정비되어있는모습,수레와선박이용으로교통이원활한풍경,벽돌사용으로건축의견고함을더한지혜,거름똥마저알뜰히퇴비로이용하는모습등을예리한관찰력으로세밀하게그리고있다.청의앞선문물을받아들여살기좋은조선을만들고싶은열망이곳곳에드러난다.
또한청나라각계각층의인물들,조선사행단의구성원들을섬세한필치로묘사했다.자신의비대한몸집과농담좋아하고겁많은성격도솔직하게드러냈다.상인,요술사,시골훈장,점쟁이,승려,창기,하녀,거지,말몰이꾼,하인에이르기까지다양한삶에대한애정어린묘사를하고있다.형형색색의등불놀이,온갖요술놀이,조선의청심환이라면사족을못쓴다는청나라사람들,황제의피서지가오랑캐들이드나드는변방에있는이유,배움에대한이야기,낙타와코끼리를처음본소감까지때론코믹하게,때론깊이있는철학으로담아냈다.
한양에서출발해압록강을건너고,요동을지나북경까지가고,건륭황제가있는열하까지의여정,다시거슬러한양까지오는과정들이긴여정임에도불구하고관찰하고느낀것들을유쾌하게그려낸다.해학과풍자,중국견문,실학사상까지깔려있다.
참고로열하(熱河)는북경에서동북쪽으로떨어진하북성난하의지류이다.온천이많아겨울에도강물이얼지않는다고한다.청의건륭황제는이곳에‘피서산장’이라는별궁을거대하게지었고매년휴가를보내며각국의사신들을맞기도했던곳이다.머나먼변경까지황제를알현하러몽고,티베트,위구르등도다녀갈정도가정도로위세가대단했던거대한별궁이라고한다.
박지원을포함한일행은열하를방문한최초의조선외교사절이었다.박지원은당시조선에알려지지않았던청나라의학계,문단,최신문물에대한정보를『열하일기』를통해소개한것이다.
<박지원,열하로배낭여행가다>는탐출판사에서나온‘탐철학소설’시리즈다.방대한『열하일기』를십대들을위해그들의눈높이에맞춰새롭게쓴소설이다.그당시박지원은44살,창대는청소년이었기에화자를박지원이아닌마부창대로바꿔각색한소설이다.
박지원은조선의개그하는선비다.열하일기는흥미진진한소설같은여행기다.건륭황제시절의청의문물이훤하게그려질정도다.개그맨같은조선선비의흥미진진한여행기,이렇게재밌을줄이야!^^
박지원,열하로배낭여행가다
저자
김경윤
출판사
탐출판사(2014년11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