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음/아감벤/인간사랑]벌거벗은 인간은 왜 부끄러워해야 하나?
BY ary68019 ON 12. 8, 2014
[벌거벗음/아감벤/인간사랑]벌거벗은인간은왜부끄러워해야하나?
세상이벌거벗은시절은땅이생겨나던창조의시절이었다.인간이벌거벗은시절도조물주가빚어낸첫인류의탄생순간이었다.이후세상과인간은부지런히옷을입고또입었다.그리고어찌어찌하다가한겹두겹을벗겨낸민낯,벗은몸은수치의대상이되어버렸다.언제부터벌거벗음은부끄러움이라는공식이적용된걸까?
2005년4월8일베를린신국립미술관에서바네사비크로프트의퍼포먼스가열렸다.이박물관1층에서백여명의벌거벗은여성들이가만히서있는진풍경이펼쳐졌다.투명한팬티스타킹을입었다지만나신들을마주한관객들의첫인상은분명낯선것이고금기를깬모습이었다.
일어날수있었던어떤일이,그리고아마도일어났어야만하는어떤일이실제로는일어나지않았다.
옷입은남자들이벌거벗은육체를바라보는장면은사드–마조히즘적권력의식을떠오르게한다.파솔리니의살로도입부에는별장에칩거하는네명의권력자가등장한다.이들은완전히착의한상태에서장단점을평가한다는이유로희생자들을벌거벗기고면밀히조사한다.(94쪽)
호기심을가진관객들의시선과나신들의도발적이고무례한시선은대조적이었고역전이었다고한다.도발적인포즈의나신과옷을입고머뭇거리는관객들의모습이익숙하지는않다.
우리는나신을보는순간호기심도일지만부끄러움도느낀다.그런부끄러움은본능일까?샤르트르는벌거벗음을외설과사디즘으로연결시켰다고한다.
과거옷을입은자앞에서의벌거벗음은수치이자고문이었다.성경에의하면,아담과이브가신의뜻을어기면서선악과를먹은이후로인간은눈이밝아져자신들의벌거벗음을깨달았다.그런육체적벌거벗음을수치로여기게된것이다.이후옷은인간의수치를가려주는옷이된것이다.
타락이전에아담과이브가인간의옷을입고있었던것은아니지만그렇다고그들이벌거벗고있었던것도아니다.그들은신의은총이라는영광스러운옷을입고있었다.(이에대한유대교해석으로,우리는‘빛으로만든옷’이라는예를조하르에서찾을수있다.)아담과이브가죄때문에박탈당한것은바로이초자연적인옷이다.(96~97쪽)
빛으로만든옷,초자연적인옷,은총의옷을태초부터입고있었다니.순정에서부정으로변하는순간,인간은벌거벗음에대한인식이달라졌다니.
벌거벗음은의복의부재를전제하나그것과일치하지는않는다.벌거벗음을인식하는것은성경에서‘개인’이라정의하는종교적행위와연관된다.우리는벌거벗음을알아채지만옷의부재는간과한다.벌거벗음은그렇기에죄이후에오로지인간의존재가변화한이후에나발견된다.타락에의해발생한이변화는아담과이브의본성에본질적인영향을주었음에틀림없다.요컨대단순한도덕적변화가아니라인간존재양식에영향을주는형이상학적전환이있었던것이다.(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