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권여선/자음과모음]고통과 상실의 시절, 이런 시절도 있었네~
[토우의집/권여선/자음과모음]고통과상실의시절,이런시절도있었네~

그들의고통,이를테면어떤커다란반죽덩어리같은고통에서부드러운물풀같은손이슬그머니내목으로미끄러져들어와,자기와비슷하지만자그만어떤것,그러니까자기의새끼비슷한고통을살그머니끄집어낸다.세상에,도대체언제이런게내속에들어앉아있었던가.(334)

뭐든다빼앗아가는세상이야.그래도살다보면살아져!이렇게죽으나저렇게죽으며매한가지야.그러니숙명처럼받아들여!

이책은그렇게외치던시절,사람이어느순간토우가되고집이순식간에무덤이되던시절의이야기다.

산꼭대기에바위세덩어리가우뚝솟아있는삼악산.삼악산남쪽에는삼악동이있다.삼악동은개천을복개해산복도로를만들면서좁은골목마다집들이다닥다닥붙어있다.그형상이마치거대한다족류같은형태를이루고있기에삼악동보다삼벌레고개로더유명하다.

삼벌레고개의아랫동네에는제집사는부유층이살고,윗동네는제집사는이가드물정도로전세나월세를사는가장가난한이들이몰려있는곳이다.아랫동네아이들은불량냉차사먹는것도부모의눈치를볼정도로온갖보호아래있지만,윗동네아이들은모험과범죄의경계를오락가락할정도로방치되어있다.

이야기의중심이되는삼벌레고개중턱에는제집사는사람과전세자등다양한부류가사는소시민들의공간이다.이곳에는4통통장인박가의구멍가게가있고,난쟁이식모를싼값에부리는우물집순분네도있다.우물집에는하꼬방같은방들이있어네가구에모두열세명이세들어산다.순분의큰아들인금철은매번모험적이고일탈을즐기는개구쟁이다.둘째아들인은철은매사에호기심이많은아이다.

어느날우물집에안덕규가족이이사를오게된다.새댁이라는아내와영,원자매와함께말이다.

일곱살동갑내기인원과은철은세상에대한호기심을드러내며스파이놀이를한다.기껏해야동네사람들의이름을알아내거나어른들의잡담을엿듣는정도지만둘은열심히사소한정보들을캐고다닌다.스파이의생명은정보력이니까.

한편장난기와모험심이많은금철은늘일탈을즐긴다.그러다넓이의모험에도전하게된다.넓이의모험이란개천을건너뛰는것이다.금철은개천의폭이다르기에등급을매겨뛰다가난이도를높인다.그리고동생은철이를옆구리에끼고뛰다가동생을개천에빠뜨리게된다.결국큰부상을당한은철은목발인생이되고만다.

한편원의아버지덕규는어느날양복을입은남자들에게끌려간뒤고문당한흔적을가진시체가되어돌아온다.남편이정보부에끌려가서결국시체로돌아온것을본새댁은점점정신을놓아버린다.세들어살던사람들이하나둘떠나가면서순분도집을팔고다른동네로이사를가버린다.

오래전이곳에삼악산이있었지

북쪽은험하고아득해모르네

남쪽은사람이토우가되어묻히고

토우가사람집에들어가산다네

그래봤자토우의집은캄캄한무덤(332)

토우는사람이나동물,물건형상을흙으로만든것이다.주로주술적인기원이나상징적인장식으로사용했으며무덤에서많이발견되는유물이다.

은행놀이와구슬꿰기등을하던아이들의목소리가사라져버린동네,어른들의뒷담화가무성하던계모임도끝나버린동네,사우디집,뚜벅이할배,괴상한씨,곰딴지학자,통장님댁,보험여자,임보살,난쟁이식모등인간군상들이점점사라져버린동네는이미무덤같은폐허가되어버렸다.고통과상실의상징으로남은토우의집이야기에그저묵직한먹먹함이있을뿐이다.

반공시대가남긴이야기에가장의죽음과가족들의고통이유물처럼남아있다.억울한희생으로산자가토우가되어버린흔적들이있다.반공사상이철저할당시에억울하게희생을당한가족들은지금그아픔을치유했을까.사람이토우가되고,집이무덤이된동네가지금은활력을찾았을까.살다보면살아지는걸까.

저자는권여선이다.이상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을수상한작가다.작가의책을처음접하지만흡인력이있다.

토우의집 저자 권여선 출판사 자음과모음(2014년11월2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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