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장영희]영미 시와 소설에 그려진 사랑~
[사랑할시간이그리많지않습니다/장영희]영미시와소설에그려진사랑~

문학의주제를한마디로축약한다면‘어떻게사랑하며사는가’에귀착됩니다.동서고금의모든작가들은결국이한가지주제를전하기위해글을썼다고해도과언이아닙니다.-여는글에서

토마스만-죽음보다더강한것은이성이아니라사랑이다.

라이너마리아릴케-누군가를사랑한다는것은우리의인생과업중에가장어려운마지막시험이다.다른모든일은그준비작업에불과하다.

헨리데이비드소로-사랑을치유하기위한유일한방법은더많이사랑하는것이다.

고장영희교수의글은언제나맑고따뜻하다는느낌이든다.가식이적고순수한이미지다.암으로고생해서였을까?제목에서시간에대한초조감을느끼게된다.

언젠가는죽음을맞이하겠지만평소에는죽음을생각하지못한다.살기에빠듯한세상이기에차마죽음에대한배려까지할여유가없다.죽음학수업에관련된책을읽으면서웰다잉을생각하지만아직은삶이영원할것처럼살게된다.사랑할시간이많지않다는데동의하면서도행동은전혀다르게움직인다.

『사랑할시간이그리많지않습니다』는《문학의숲을거닐다》에실린<사랑과생명>중일부를발췌해서수록한책이다.부제가‘문학에서찾은사랑해야하는이유’다.

말보다강한게글이고무기보다강한게펜이라고했던가?

‘편지는키스보다더강하게두영혼을결합해준다.’이는17세기영국시인존던이한말이다.그시절엔종이편지가키스보다더강력한감동을줬을까?

요즘엔연애편지든안부편지든종이에적어전하는메시지는거의없다.카톡,밴드등스마트한메시지를이용하는시대다.메시지를전하는형태는바뀌었지만메일도최신형편지이긴하다.

눈과서리사이에서꽃한송이가반짝입니다.

마치,내사랑이삶의얼음과악천후속에서빛나듯이말입니다.

어쩌면오늘가게될지도모르겠습니다.

난잘있고,마음도편합니다.

그리고어제보다오늘,오늘보다내일,당신을더사랑합니다.

-1780년요한볼프강괴테가샤를로테폰슈타인에게보낸편지에서(12쪽)

독일의대문호가약혼자가있는샤를로테를사랑하는마음을담은편지다.문장은명문이나그녀의마음을붙잡지못한편지다.짝사랑으로끝났으니까.더강력한어조가필요하지않았을까?그녀를사로잡지못했기에,그런아쉬움이드는편지다.진정성이약했던걸까?애석하다.

<이니스프리로가련다>로기억되는(내기억엔‘가자,이니스프리로’라고기억되는)예이츠는지독한짝사랑덕분에성숙하고심오한삶과예술의합일을이루는시로발전할수있었다고한다.

가을이우리를사랑하는기다란잎새위에머뭅니다.

보릿단속생쥐위에도머뭅니다.

우리머리위에드리워진마가목잎새가노랗게물들고

이슬에젖은산딸기잎새도노랗게물들어갑니다.

이울어가는사랑의시간이우리를둘러쌉니다.

슬픔에가득찬우리영혼은지금피곤하고지쳐있죠.

우리이제헤어져요.정열의계절이우리를잊기전에

그대의숙인이마에입맞춤과눈물을남기고-에이츠‘낙엽은떨어지고’(56쪽)

짝사랑에종지부를찍고싶으면서도미련을버리지못하는시인의마음이느껴진다.

예이츠가짝사랑한여인은키가크고열정적인성격의아일랜드독립운동가였던모드곤이었다.첫눈에반한사랑이었지만그의고백은늘거절당했다고한다.심지어그녀의딸인이졸트곤에게도청혼하지만거절당했다고한다.결국예이츠는20년가까운짝사랑을포기하고자기나이의절반인아가씨와결혼했다고한다.

키크고고귀하면서도사과빛빛깔로물든

섬세한얼굴과가슴의그녀(60쪽)

모드곤의얼굴을분홍의사과빛깔로곱게표현하며사랑의설렘을전하고있다.

당신의아름다움을생각했어요.그러자그생각은

날카로운사념의화살이되어내뼛속깊이박혔어요.(61쪽)

사랑을생각하는것도뼈아픈고통임을,짝사랑의비애를아름다운시어로묘사하고있다.

모드곤의미모와조국아일랜드독립에대한열정이널리알려져,그녀는여왕처럼많은이들의우상이었다고한다.야심차고자유분방한아름다운그녀는결국아일랜드의독립운동가인맥브라이드와결혼을했고,다른남자와의사이에사생아도낳았다고한다.

내청춘이다하도록내모든것을

앗아간그녀의정체는무엇이란말인가

(…)날이밝으면

그녀를위해깨어있으며

나의선과악을가늠해본다.(63쪽)

시인은20년이라는긴세월동안자신의푸른청춘을모두바친여인의파경소식을듣는다.그럼에도에도불구하고그녀를향한열정을돌아보는예이츠의모습이다.그녀의무엇이그를그토록사로잡았을까.나도궁금해진다.모드곤을향한사랑의희열과고통이예술로승화했기에예이츠의청춘엔절망을남겼겠지만위대한시의탄생에는일조했을것이다.

‘삶에그리고죽음에차가운눈길을던져라.마부여지나가라!‘

자신의묘비에새기도록그가선택한시구라고한다.그가느꼈을삶과죽음,사랑에대한인간의무기력함에대한표현이아닐까싶다.

장영희의생각을만날수있어서좋았다.더구나영미시나소설을접할수있어서즐거웠다.새해엔시와소설을많이읽고싶었기에더욱반가웠다.몰랐던시인들의일화,사랑과이별에대한쫄깃한이야기들이가득하기에흥미로웠다.책속의시인들을한사람씩탐구하고싶다.

사랑할시간이그리많지않습니다 저자 장영희 출판사 샘터사(2014년12월2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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