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집/백희성/레드우드]미스터리 같은 건축가의 집, 사랑과 추억의 향기가…….
[보이지않는집/백희성/레드우드]미스터리같은건축가의집,사랑과추억의향기가…….

무에서유를창조하는일은너무나멋진일이다.새로운사물의탄생은언제나신기하고특별한감흥을준다.요리든,예술이든건축이든모든창조적인일은설렘과전율을선물한다.특히집을짓는다는건가족들에게따뜻한공간을만들어주는일이다.사랑과추억의보금자리를창조하는일이다.모든집은건축가의손에의해절반이지어진다면,나머지절반은그집에살아가는가족들에의해완성되는법이다.집은단순한공간이아니라사랑하는이들이함께호흡하고부딪친기억의자취다.그러니오래된집은많은사연을담고있을것이다.집에담긴이야기를찾아가는에세이가무슨소름돋는미스터리소설같다.

프랑스파리중심부인시떼섬은프랑스인이라면누구나한번쯤살아보고싶은섬이라고한다.건축가루미에르는시떼섬에있는낡고저렴한저택을구입할수있는기회를갖게된다.루미에르는세계적인파리건축사무소팀장이기에낡은저택을자신이직접고치고자저택을방문하게된다.

고풍스런집,음표모양의쇠장식,거미줄과먼지,뒤틀린문짝,삐걱거리는계단,낮은계단난간,난간에파인홈,아주오래된나무마룻바닥,음산한분위기,붉은와인빛의대리석,주황빛의돌등을보며루미에르는이집을지은건축가에대한깊은호기심을느낀다.그리고저택주인의초대을받아들여집주인을만나러스위스로가게된다.

집주인인피터는스위스루체른의자기소유인요양병원에입원중이다.외로운부자들의무덤이라고알려진요양병원은사실건축가이던피터씨아버지가세운무료병원이다.흔히‘4월15일비밀이열리는병원’이라고알려져있다.병원은중세수도원건축양식을그대로살린옛건물,매혹적이고독창적인문,태양의고도에따라건물내부에비치는빛의양과각도가달라지는아름다움,종탑,유리온실등이가미된건물이다.

요양병원의내부에서는4월14일빛기둥이살롱에있는테이블모서리를건드리면,4월15일에비밀이열린다.루미에르는오랜세월공간을연구한건축가의직감으로중세기도원이었던요양병원의전체구도를그려보며호기심을갖게되는데…….

피터는아버지의메시지를찾아자신을대신할수있는건축가,건물을살아있는생명처럼여기며관찰해줄건축가를찾았다며루미에르에게테스트쪽지를준다.그리고병원에숨겨진비밀과수수께끼들을풀어달라고부탁한다.

왜4월15인가?그리고왜당신이어야하는가?

병원에서처음맞닥뜨린공간은갈수록좁아지는수상한복도다.자연의나팔관은말그대로자연이드나드는통로다.그공간을통해서외부에있는바람소리,새소리,풀향기,꽃향기등자연의소리나향기를선명하게듣고맡을수있는구조로설계되었다.자연의나팔관끝에는유리와식물이가득한온실이있다.온실1층의틈으로바람과새가들락거리며소리를전하면병원의아침이시작된다니,직접보고싶다.

원장의말대로빛이한가득들어오고있었다.자세히보니그통로의벽은하얗고반질거려서작은틈으로들어오는빛이굴절되어내부복도까지환한빛이옮겨왔다.온실에서부터들어온빛이이틈으로새어들어왔다.(87쪽)

빛줄기는잠시후살롱끝자락벽에닿더니천천히벽을타고올라갔다.(중략)잠시후벽을오르던빛줄기는벽에걸려있는오래되어보이는긴타원형거울로향했다.빛줄기가거울에닿자순식간에엄청난일이일어났다.(90쪽)

거울에닿은빛들의반사가연속적으로일어나더니마지막에는반사된빛이천장에닿으면서어두웠던공간을한순간에빛으로가득채운것이다.수천갈래빛줄기들의난반사향연이랄까.그빛의그림자로인해살롱내부의화려한샹들리에,조각상,부조상등이마치살아있는것으로느끼게된다.이런모습은일년을기다려야볼수있는광경이다.마치로마판테온같은절제된빛의향연들이라는데…….빛의반사로먼지도훌륭한건축재료임을보인다는데,어떤모습일까.

어두운동굴복도,고요한건물,빛의반사와굴절을감상하는환자들,백색종탑근처의피터씨아버지묘비의메시지,비밀공간,아버지와아들이직접만든흔적이가득한책상,석양의아름다움,잠들어있는보석인온실등병원은온통비밀로가득한수수께끼의공간이다.

루미에르는비밀서재에서아버지가아들에게남긴일기와아나톨이라는여인의일기를발견하게된다.하지만피터는10년간격을두고쓴4월15일의일기장두권을보며조사를중지시키게된다.아버지와다른여인인아나톨과의사랑으로인해어머니와자신이버림받앗다고오해를한것이다.그리고피터는루미에르에게도아버지의흔적인남은시떼섬에있는낡은고저택을무상으로주게된다.

하지만공간은기억을가지고있는법이다.따뜻한기억이든,아픈기억이든공간은옛일을기억하는법이다.

루미에르가시떼섬에있는집을고칠수록피터아버지와아나톨,피터의아픈사연을알게되는데……

건축가가조금부족한공간을만들면거기사는사람이나머지를추억과사랑으로채운다는겁니다,그때바로건축이완성되는겁니다.(326쪽)

건축물에얽힌비밀을풀어가는이야기가미스터리처럼소름이돋고전율이인다.

전주인의이야기가남아있는집,유서깊은집,기억과추억으로존재하는집,피터왈쳐의출생의비밀,사랑으로가득한집의이야기에서건축이사랑하는여인의마음을치료하는도구,따뜻한기억을도와주는도구임을생각하게된다.

자연을곁들여서위로하는아름다운건축이라니,무엇보다도건축에자신의몸과영혼을담아내다니,놀라운예술혼이다.

아나톨의죽은아들의향기와입김,아나톨의죽은딸이치던즐겨치던나무실로폰소리를흉내낸빗방울실로폰,전쟁으로죽은남편의흔들의자까지만들어주는피터아버지의사랑을보며사물에추억을새기는방법을생각하게된다.

모든사람들에게제각각의사연이있듯이건축에도제각각의사연이있다.그사연을제대로느끼고,보고,듣고싶다면인내심을갖고기다려야한다.건물에깃든이야기를알려면말로듣기보다직접보아야할때가더많고,직접보는것보다인내심을가지고느껴야하는것이더많은세상임을알게된이야기다.무에서유를창조하는건축의내밀한묘미를알게해준책이다.

저자는파리에사는건축가백희성이다.그는길을가다가예쁜집이있으면우편함에편지를넣었다고한다.집에담긴아름다운이야기를듣고싶다는편지를.그리곤집주인들의초대를받아멋진이야기들을들었다고한다.이책은그렇게8년간모은파리저택에담긴사연들을하나로모아약간의허구를가미한팩션이다.

세상에이런일이있나싶을정도다.흥미진진하고스펙터클한파리저택에얽힌미스터리같은에세이다.영화로나왔으면좋겠다.

보이지않는집 저자 백희성 출판사 레드우드(2015년01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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