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손아람/자음과모음]서울대 운동권을 배경으로 한 젊은 청춘들의 잃어버린 시간들
BY ary68019 ON 1. 26, 2015
[디마이너스/손아람/자음과모음]서울대운동권을배경으로한젊은청춘들의잃어버린시간들
간혹지나간푸른청춘의시절을잊고산다.간혹성적에저당잡힌학생의때를잃어버린듯억울해하기도한다.살다보면잃어버리는게어디한둘인가.때론잃어버려야얻는게있는법이다.때론비워내야채워지는게있는법이듯.
사노라면누구나사회체제속에서자유롭지않다.그저묻혀사는게,남들에묻어가는게점점편해진다.그래도생각과행동이가장자유로운때가푸른스무살이아닐까.
저자의이십대인잃어버린10년의이야기로판을펼쳐놓은이야기엔154편의작은에피소드들이연결되어있다.누구에게나스무살,그새파란나이에한번쯤경험했을이야기가접점을이루는일화들이다.
저자인손아람은1980년에태어나서울대학교미학과를졸업했다.
그는서울대미학과학생인주인공박태의를통해1997년에서2007년의자신이살았던시대와장소의뜨거웠던자취를투영하고있다.그가잃어버린10년은그리먼이야기가아니기에공감되거나생생하게기억되는사건들이다.저자가미학과출신이어서일까,대화속에떠다니는언어의유희를낚는즐거움도있다.
살다가보면이자가붙기도하고부채가늘기도한다.대단한이자가붙기도하고엄청난부채가붙기도한다.학생에게성적은부채일까.자신을위해투자해주는부모나사회에대해갚아야할최소한의채무의식이있다면그건부채일것이다.그러니디마이너스라는성적표는그런부채를갚을수있는마지노선일것이다.
이야기는군대에가지않았던서울대공대생진우의청첩장을받았지만결혼해서살면서어쩌다보니결혼식날짜를넘기게되었고,불현듯태의가옛일을회상하는것으로시작한다.
시골에서올라와서울대미학과에입학한태의는철학연구학회라는서클을통해학생운동을하는선배들을알게된다.서클에는어릴적미국에서살았다는예쁘면서도터프해모두에게인기가많은미쥬선배,술을마시면자작시를안주삼는현승선배,공대생이지만주체사상등철학에관심있어하던진우,한때미쥬선배의남자친구이기도했던,부조리한세력에체게바라적인조리있는폭력을숭배했던대석형,도지사아버지를둔경수등이있다.
이들은인문학적논쟁을하다가잠깐주체사상의정서적호소력에호기심을느끼기도한다.마르크스와엥겔스를이야기하다가상대적인약자들편에서겠다고나서기도한다.수업도듣지않으면서시험을치르는대석형은특유의궤변으로성적을받아내기도한다.상대적약자들편에서겠다며농활을떠나고,가진자의횡포에맞서약자들편에서데모하기도한다.
때로는학생운동에모든것을쏟느라수업에들어오지않은학생들은원칙대로F를주려는교수에게D⁻를달라고농성하기도한다.전공필수수업에서수업에들어온적도없는학생에게D⁻를줄수없다는교수를상대로농성을벌이는학생들의모습,이건정당하지않다.불의를위해싸운다는학생들의이면에있는또다른불의를보게된다.모순의양면성은언제나함께하는걸까.
D⁻를주세요,교수님!
싫어.
어쨌든무력을동원하지않고시위대를조용히제압하는교수의모습에서완력보다강한원칙의힘,기본적인양심의힘을보게된다.정의를위해시위농성을한다면,출석은수업에대한학생의최소한예의인데……
역사상처음으로선거에의한정권교체가일어났다며새해선물로전원A⁺을날렸던띄엄띄엄철학의지존인강정환교수,성추행의전력이있지만미인대회의심사위원이되기도하는안민교수,학생시위전력이있었다는소문만무성한학교의전설인미친사람,‘사람’이라는이름을가진떠돌이개,교정을돌아다니는길고양이등도추억의시간과공간을차지하고있다.
데모,화염병,경찰특공대,대공분실,월드컵,공장의파업농성,해고노동자농성,미군궤도차량에치인여중생미선이와효순이,노무현대통령당선,황우석교수사태,이명박대통령당선,서울대출신의현직연예인인이적,UN의김정훈,김태희가대중예술의경험이없는교수의대중예술론을들으러오는아니러니등154편의이야기에는우리모두의청춘의역사가들어있다.
개인사가모여사회의역사가되는법이다.하루하루가모여시대역사가되는법이다.
살다보면잃어버리는게어디한둘인가.잃어버려야얻는게있다.하지만누구나푸른청춘시절의뜨거웠던시공간을잃어버리고싶지않은법이다.잊고싶지않는법이다.
살다보니세상의부조리에점점무신경해지고,세상의불의를돌아볼틈이없는삶이지만그래도그렇게약자의편에서려했던열혈청춘의시절은있었다.그런잊지말아야할뜨거웠던이십대에대한오마주다.이십대청춘의자화상을그린에세이같은소설이다.학생운동의마지막세대의다큐를보는것같다.
지금도우리의삶은디마이너스의언저리에불안하게놓인것이아닐까,생각하게된다
디마이너스
저자
손아람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4년12월3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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