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대한 발칙한 상상, 황당하지만 웃픈 이야기.
[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진짜와가짜의경계에대한발칙한상상,황당하지만웃픈이야기.

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제목만놓고보면생태계의먹이사슬이뒤죽박죽이된혼동과반란의세상이다.상식이비상식이되고정상이비정상이되고기존가설이뒤집어지는세상이다.하지만아무리그래도오리가고양이를잡아먹을수있을까.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라니,호랑이를잡아먹은타조처럼어불성설이다.하지만소설이지않은가.황당하게읽다가발칙한상상력에웃다가가족관계에슬프다가작가의유머코드에푸하하웃음이터지기도하고,페이소스가득한그럴듯한이야기다.진짜와가짜의경계를허무는발칙해서유머가득한이야기다.

소설은허름한아파트에서지저분하고무기력하게홀로살고있는노인이붙인전단지에서이야기가시작된다.전단지의내용은일당5만원에성공보수까지준다는밑도끝도없는내용이었다.노인은자신의고양이호순이를잡아먹은오리를찾아달라며,매일불광천에가서폴라로이드사진기로오리사진을찍어오면일당을주겠다고한다.게다가그오리를산채로가져오는날엔성공보수까지준다고한다.오리사진을찍기위해찾아온일꾼은장르작가인남자와주식으로돈을날린실업자여자,노인의손자라는꼬마였다.

장르작가인남자는통잔잔고와지갑잔고를합쳐4,264원이고작이었기에당장밥벌이를위해오리사진을찍지만힘없는노인을상대로사기치고있다는기분이들어서화가난다.남자보다먼저온여자도실업자신세이기에오리사진을찍고있지만노인에게미안한생각이든다.노인의손자인꼬마도엄마아빠몰래학원을빠져가면서하고있지만할아버지가이런미친짓대신에행복한일상을찾기를원한다.

돈이,돈이아니라그냥숫자인것만같고,숫자라면내마음대로큰숫자도만들어낼수있을것같았어요.세상에가장큰숫자는없잖아요.그렇게내마음대로할수있을것만같은착각이들었어요.돈도실물이고진짜인데그걸잊어버린거였죠.병에걸린거였어요.현실과망상,진짜와가짜를구별하지못하는끔찍한병.(71)

어쨌든프리랜서작가인34세남자의재정능력은생존불능에이르렀기에노인의명령대로폴라로이드카메라를들고불광천의오리들을찍기시작한다.아무리근접촬영을해도노인은그놈의오리가아니라며더수고를하라고한다.매번찍어도그놈이그놈같은오리를어떻게구별할수있는지노인은매번아니라고한다.급기야따로살고있는아들,손자,남자와여자는힘을합쳐가짜호순이와호순이를잡아먹은가짜오리를찾아노인에게데려가게된다.진짜가아닌가짜호순이,가짜오리이지만노인은묵묵히받아들이며생활을바꾸기시작한다.

수많은오리들중에서고양이를잡아먹은놈하나를콕집어내는일은도전이고투쟁일수밖에없다.수많은진짜속에서가짜를찾아내는일은도전이고투쟁일수밖에없다.도전이고투쟁일수밖에없는것은또한모험일수밖에없다.(148)

부모의재산을가지고사업으로탕진한아들,그런아들과따로살며호순이에게의지했던노인,길고양이호순이의죽음,증권회사구조조정으로실직한데다주식으로그동안모은돈까지날린여자,장르소설을쓰고있지만마음은늘본격문학을지향한다는빈털터리작가,명석한두뇌회전으로번뜩이는아이디어를내는얄밉도록당돌한꼬마등이벌이는황당시추에이션이다.여자의조언에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의이야기를써내려가는남자,자신의현실을거부하고싶어모든게전부진짜이거나모든게가짜였으면좋겠다는여자,미친짓거리에돈을탕진한다는아들,자신의재산을탕진했다고나무라는노인,재기발랄한손자의이야기가슬프면서도웃기고,황당하면서도발칙하다.

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를쫓는노인,그노인에고용된젊은남녀,할아버지의행복을위해가짜오리와가짜호순이를제안하는손자와아들,가짜에홀려있는노인을가짜의가짜로다시홀려제자리로돌려놓겠다는이들의합동작전이결국일말의희망을던져준다.가짜호순이와가짜오리임을알면서도노인은그런작전을받아들이고삶에생기를찾아가기에말이다.

진짜가가짜같고가짜가더진짜같은세상이다.때로는진짜와가짜를분명할수록,때로는진짜와가짜의경계가불분명할수록좋은세상이다.그런진짜와가짜의경계에대한발칙한상상력을발휘한이야기를읽다보면,황당하지만재미있어서웃게되고,가슴아프지만희망적인유머코드에신선한충격을받게된다.분명의심스런이야기이고,당연히엉터리같은이야기이지만가짜를통해서도위로가될수있다면서로에게해가되지않는거짓을통해치료가된다면진짜와가짜의경계를따지는일은무의미하지않을까.하얀거짓말처럼,위약효과처럼.

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2015년제11회세계문학상수상작 저자 김근우 출판사 나무옆의자(2015년03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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