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최진영/은행나무]사랑했던 이의 죽음을 맞은 한 여인의 애가…

[구의증명/최진영/은행나무]사랑했던이의죽음을맞은한여인의애가

삶과죽음의경계가어디쯤일까.삶과죽음의차이가대체무엇일까.사랑하는사람을잃었다면그사람의죽음을받아들이지못하는게인지상정일것같다.어딘가에서그사람이짠~하고웃으며나타날것같은착각이들고세월이흘러도함께하는듯한느낌이들것같다.가까운이의죽음을접한적이없지만소설을읽으면서그런생각이들었다.

어렸을적부터사랑했던남자구의죽음을접한담의이야기가구슬픈애가같다.담의애가가엽기적이면서도가슴을절이며슬프게했다.

만약네가먼저죽는다면나는너를먹을거야.(19)

나는너를먹을거야.너를먹고아주오랫동안살아남을거야.우리를사람취급안하던괴물같은놈들이모조리늙어죽고병들어죽고버림받아죽고그주검이산산이흩어져이땅에서완전히사라진다음에도,나는살아있을거야.죽은너와끝까지살아남아내가죽어야너도죽게만들거야.너를따라죽는게아니라나를따라죽게만들거야.네가사라지도록두고보진않을거야.살아남을거야.살아서너를기억할거야.(20)

먼저죽으면태우거나땅에묻는게싫다며서로먼저죽지말랬는데,그런구가길바닥에서몸이멍든채처참하게죽어버렸다.담은아무에게도알리지않고사랑했던구의시신을가져와혼자구의몸을씻기고매일을구와함께한다.구를찾는이들은그의시체를팔려고하는사채업자들이기에이들에게복수를하기위해서라도구의시체를숨겨야했다.답이없는현실앞에서개같은죽음을맞은구의억울함을위해서도구를살아있는듯꾸며야했으니까.결국담은구를자신의몸에살리는방법으로구의시체를먹기시작한다.들켜서는안되기에그런애도의방식을택한걸까.

구와담의사랑은어린시절부터맺어진것이엇다.어린시절부터아이들에게따돌림을받으며가까워졌던구와담의사랑은아이들의괴롭힘으로이뤄진결속이었다.세상의핀잔과구박이만들어준끈끈한동지애였다.

구의죽음은부모님이진사채빚때문이었다.사기를당한구의부모님은빚을졌고그빚은갚으랴사채에손을댔다.모든사채가그렇듯구와구의부모는빚갚느라또빚을졌고,돈을갚으면서도빚은눈덩이처럼불어났다.결국부모님은어딘가로실종되고아들인구는쫓기다가처참한죽음을당한것이다.

어쨌든구는자신의돈이아니지만부모님의빚을갚기위해학생시절부터야채가게의잡일,공장,편의점등닥치는대로일을했다.팍팍한현실에너무나지친구는인적없는외딴시골로들어가고목같은집에서까만청설모처럼살자고까지했다.그런인간세계가얼마나진저리쳐졌을까.그런인간욕망의비린내가얼마나역겨웠을까.

사랑한다는것은결국상대를끝없이기다린다는뜻일까

구가죽어버린지금도나는구를기다리고있다.구도나와같을까.(65~66)

할아버지와이모의죽음을이미경험했던담은사랑했던구의죽음앞에서자신들의사랑을돌아보며세상에서버림받은구를위한자신만의특이한방식으로애도를했다.구의몸을씻기도뜯어먹고자신의몸속에다시살리면서천년후다시만나자고말이다.어쩜구의부활을기대했는지도모를일이다.천년후에.

사랑이란무엇인가.죽음이후에도여전히남는빚,관계들,상실의상처,존재감으로인해사랑했던이의죽음을죽음으로받아들이지못하는걸까.사랑하는남자의참혹한죽음에대한애도가다소엽기적이지만현실적아픔이느껴져슬펐다.삶과죽음,현실의비루함을돌아보게하는소설이었다.아름다운문장이빛나는특이한애가였다.

300~400매분량의한국중편소설을모은<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7번째작품이다.

저자인최진영은2006실천문학신인상으로등단해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으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끝나지않은노래,나는왜죽지않았는가.소설집팽이가있다.

구의증명 저자 최진영 출판사 은행나무(2015년03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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