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죽음/리사 오도넬]스코틀랜드의 잔혹 소설…
[벌들의죽음/리사오도넬]스코틀랜드의잔혹소설

제목을읽으며섬뜩했다.벌들의죽음이라니.생태계에서벌이사라진다면지구의종말이다.꽃의수분을담당하던벌들이죽게된다면씨앗을맺을수없기에식물은더이상번식하지못한다.그러니식물을섭취하며살아가는1,2차소비자들은죽음을면치못한다.벌의멸종으로식량생산이불가능해지면최고포식자인인간역시멸종하게된다.벌은생태계에서아주미미한존재이지만그렇게생태계에기여를하고있다.소설의내용도밑바닥인생의비극적인결과가사회전체를참혹하게만드는이야기다.섬뜩할밖에.

소설의앞부분이없다.9쪽에서24쪽까지사라졌다.이책만그런가.모든책은앞부분에암시를담고있거나결말을숨기기도하기에늘중요하게생각하는데앞부분이없다니.내책만그런가.중간에종이들이붙어있기도하고.

어쨌든소설은두자매가아버지를죽이고마당에묻는장면부터나온다.목을매자살한엄마와마약쟁이아버지를베개로눌러죽인자매는부모의시신을집마당에묻어버린다.그리고마당에라벤더를심어은닉한다.하지만라벤더는벌이꼬이는식물인데다이웃집개가냄새를맡아버린다.이웃집노인레니는눈치를채지만모른척하며두자매를돌보게된다.동성애자에아동성추행범으로몰렸던노인은이웃과의교제가없이외롭게지내던중이었기에기꺼이두소녀를돌봐준다.먹을것을주고재워주거나별장에도데려간다.마치친할아버지처럼사랑을주면서점차마니와넬리의속사정도알게된다.그리고레니는자신이뇌종양에걸린사실을알게된다.결국자매의부모를찾으려는경찰의방문으로마니와넬리는위기에빠지게되고……

마약쟁이아버지가남긴빚을갚으려고마약쟁이유부남밑에서일하며그와연애하는마니,천재적인바이올리니스트지만부모의학대와방치로트라우마에시달리는넬리,동성연인의죽음과아동성추행범이라는낙인으로외톨이로지내는레니,어머니를방치한외할아버지의무책임함,언어폭력을하는할머니,마약중독자아버지에게성폭행까지당하는아이들의이야기가얼키고설켜있다.만약십대가썼다면잔혹동시같은잔혹동화일것이다.어른이썼기에사회고발을목적으로쓴사회소설이다.

그런부모,학교,사회밑에서어떻게살아갈수있을까?폭행과폭언을일삼는어른들,어른들의사랑을받기는커녕폭력에휘둘리는아이들,학교에서조차괄호밖에내몰린아이들,그런아이들을보듬고위로해주는이웃노인과의관계는가족그이상이다.어른들의관심과사랑을전혀받은적이없는자매와사회에서눈총받는소외노인이만들어낸가족은분명새로운가족형태다.

참혹해서마음한켠이불편해지는소설이다.잔혹해서혼란스럽고황당하기까지하다.어딘가엔이런가족이있을까.생각만해도끔찍하다.충격에충격을더하는이야기가갈수록이어지지만두자매의가족애와노인이보여준헌신에뭉클해지기도한다.

낯선캐릭터,낯선이야기가잔혹하지만따뜻한반전도있는성장소설이다.저자인리사오도넬은스코틀랜드작가다.이작품으로최고의데뷔작에수여하는커먼웰스문학상을받았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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