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데에서 아래로 – 골목길 스케치

부산에서는 사람이 사는 곳은 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높은 곳(고지대)과 낮은 곳(저지대).

또는 경사지와 평지.

 

나는 어릴 때 부산의 고지대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 곳에서의 삶과 일상이 얼마나 고달픈지를 안다.

부산에서는 평지에서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며칠 전 구덕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민주공원~영주동~동광동으로 내려왔다.

부산의 대표적인 고지대 마을들, 즉 달동네가  있는 곳이다.

거기에는 고지대 마을들의 옆구리들을 이어주는 ‘산복도로’라는 찻길이 있다.

그 찻길의 위와 아래가  말하자면 달동네며 서민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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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원의 기념탑.

부마항쟁을 기념하는 탑이라는데,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흉물스럽다.

다만 태극기가 상시로 휘날리는 게 보기에 좋고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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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원 쪽에서 본 동대신동 산동네. 영주터널 위쯤 되는 곳이다.

이런 밀집된 주거지역은 산복도로 위와 아래로  산재해 있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해운대 보다는 이런 동네가 더 부산다운 모습이다.

요즘 산복도로를 다니는 관광버스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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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아래 위로 이런 계단들이 늘려 있다.

사진의 이 계단은 비교적 폭이 큰 편이다.  이보다 더 좁고, 더 가파르고, 더 길고 긴 계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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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에 최근 새로 설치된 모노레일.

계단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구청에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용료는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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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변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광고판.

이런 광고판은 골목길 곳곳에 서 볼 수 있다. 서민의 애환이 뭍어나는 광고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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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벽화.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 어릴 적에는 애들에게 궁댕이가 훤히 드러나는 저런 바지를 많이 입혔다.

벽화에 겹쳐지는 작은 쪽문이 저 건물의 유일한 출입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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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동 큰 길에 나붙은 광고판.

석잔 이하로?! ㅎㅎ

관변단체들이 하는 짓들이 대체로 이렇다.

 

 

18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57 오전

    나도 저 계단이 많은 동네에만 살았습니다.
    동대신동의 북산리 올라가는 조금 아랫동네, 그리고 영주동의
    시민아파트와 신혼때 살았던 부민동의 꼭대기…..
    평지에 살았던건 거제리 옛 포로수용소 부근에서 자취할때뿐이었어요.

    요즘같으면 저 계단들 오르내리며 도저히 못살텐데 그때는
    빼딱구두까지 신고 잘도 다녔지요. ㅎㅎ

    • 막일꾼

      2016년 2월 28일 at 12:40 오후

      삐딱구두!
      저가 남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삐딱구두 안 신어도 된다는 점입니다. ㅋㅋ

  2. 최 수니

    2016년 2월 28일 at 1:32 오후

    골목길 스케치 너무 좋습니다.
    이런 포스팅이 재미있어요.
    부산하면 막일꾼님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입니다.

    저는 여자라도 빼딱구두를 별로 안 신어 본 것 같아요.
    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
    그동네 어르신들께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 막일꾼

      2016년 2월 28일 at 1:43 오후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남녀노소에 관광 온 분들까지도 재미로 탑디다.
      저것 하나만 봐도 우리 나라가 잘 살게 됐구나 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삐딱구두, 어찌보면 여성의 특권일수도 있겠네요. ㅎ

  3. Muse

    2016년 2월 28일 at 1:48 오후

    댓글 테스트 ~ 저같은 사람을 승인해줄지 …

    칠레의 발파라이소 항구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후니쿨라가 생각납니다.
    거기서는 후니쿨라라고 부르더군요. 100년도 넘은 육중한 낡은 차체.
    안전은 책임 못진다고 합니다 ㅎㅎ 가파른 산동네 올라가면 해군기지 발파라이소
    탁 트인 바다가 아름다웠습니다.

    우 ~ 갑자기 조블에 사진 디립따 올리던 생각이 그리워지네용^^

    • 막일꾼

      2016년 2월 28일 at 1:54 오후

      아, 듣고보니 저 모노레일이 바로 후니쿨라네요.
      후니쿨라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영주동 저 모노레일도 무슨 재미난, 독특한 우리식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면 좋겠네요.
      ‘소쿠리 모노레일’이라든지 ‘바구니 탈것’이라든지. ㅎㅎ
      댓글, 감사!

  4. 벤자민

    2016년 2월 28일 at 4:45 오후

    제가 부산 살때에 영주터널이 뚫였습니다
    그땐 냄새나는 그것도 참 신기하더만요^^

    모노레일!
    시드니 아주 중심가에 모노레일 있었는데
    최근에 철거을 했어요
    뭐 별 영양가가 없다고 판단한거 같아요

    3잔 이하
    참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유치함을 보는 것같습니다
    차차리 아침에 잇빨을 꼭 딱자는게 낫지 ㅎㅎ

    • 막일꾼

      2016년 2월 28일 at 6:10 오후

      영주터널 팔 때 냄새가? 무슨 이야긴지요?

  5. 영지

    2016년 2월 29일 at 2:28 오전

    그런데, 달동네가 달동네 같이 보이지가 않네요.
    집 속안은 어떻게 해놓고들 사는지 모르지만 ,
    제 눈에는 꽤 매력있고 집안에서 전망도 좋을 것 같고
    후니쿨라도 최 신식으로 있는것 같고,ㅎㅎㅎㅎ
    우리나라 잘 살게 되어서 좋아요
    우리나라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이래라 저래라가
    너무 많지 않나요? 아 아닌가? 제가 실수했는지도…..

    • 막일꾼

      2016년 2월 29일 at 9:10 오전

      이래라 저래라가 많지요. 술 석잔만 마셔라, 권하지 말아라.ㅎㅎ

  6. Muse

    2016년 2월 29일 at 11:12 오전

    산동네 오르락 내리락 미니열차 … 부산 영주동 명물

    아침신문에 기사가 실려서 너무 반가워서요 ㅎㅎ
    살기에는 산동네가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사진을 보면 아늑하게 자리잡은
    모양이랑 주택들 색깔이랑 붉은 주단 깐 것 같은 계단,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진이 좋아서 인지도 ~
    부산 명물 가끔씩 구경시켜 주세요 ^^

  7. 벤자민

    2016년 3월 1일 at 7:23 오전

    그 턴널을 팔때 냄새가 아니라^^
    완공하고 나서 차량뿐만 아니라 사람도 지나 다녔는데
    요즘 턴널과 달리 당시는 환기 시설이 잘 안되어
    지나 가면은 자동차 매연등 냄새가 많이 났지요

    • 막일꾼

      2016년 3월 1일 at 7:40 오전

      아, 그랬습니다. 매연이 터널 안에 갇혀서, 대단했지요.
      그 후 터널을 하나 더 나란히 만들어 쌍터널이 됐고
      벵기에 쓰이는 제트엔진(아마 중고?)을 천장 몇군데에 달아서 매연을 강제로 밖으로 밀어 냈습니다. 다만 소음이 대단했지요.
      그 후 많이 좋아졌어요. 터널에 환기용, 또는 밀어내기용 제트엔진을 단 것은 딴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8. 그땐 그랬지

    2016년 3월 21일 at 1:02 오전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요 영주동에서 어머니가 참기름집도 하시고.. 우연히 부산과 관련하여 인터넷을 보다가 블로그를 보게되었네요. 그때는 저 언덕길이 얼마나 높던지 초등학교 입학하고 학교 마치고 오면 힘들어서 쓰러져 자고 했던 생각이 나네요. 몇년전 부산 출장길에 잠깐 들른 영주동 옛 동네가 지금은 새로운 아파트로 채워져 있고.. 어머니가 하던 가게에는 대형 슈퍼가 들어서 있더랬습니다. 어린시절 부산 영주동 산복도로에서 뛰어 놀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막일꾼

      2016년 3월 21일 at 8:01 오전

      영주동도 그렇지만 어디든 몰라보게 많이 변했지요.
      부산, 여러가지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ㅎㅎ

  9. 비풍초

    2016년 3월 25일 at 11:52 오전

    동대신동을 가봐야하겠습니다. 피난시절 할아버지 이하 모든 가족들이 모여살던 곳이고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요..

  10. 靑睦

    2016년 3월 31일 at 9:23 오후

    반가운 막일꾼님, 재미있는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은근 염려했었는데, 다시 또 뵙게 되어 기쁘게 짝이 없습니다. 한 동네(해운대) 분이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데다 이따금 시니컬한 논조의 글을 대할 땐 대신 가슴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었지요.
    첫 번째 사진의 오류를 바로 잡습니다. 이 탑이 있는 곳은 중앙공원이고요, 민주공원은 맞은 편 찻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큰 공원 두 개가 차도를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지요.
    작년 이맘때 민주공원에 산수유꽃이 피었다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찾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중앙공원엔 매화가 또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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