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부는 밤

밖에는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있었다. 창이 없는 동굴같은 방인데도 창문이 흔들린다는 착각이 든다. 해주만(海州灣)을 스쳐 북북동 방향으로 치고올라온 제8호 태풍 바비가 어둠 속에서 평양을 무섭게 흔들어 대고 있다.

육중한 방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작은 키에 비쩍 마른 체구의 사내가 바람처럼 들어와 방안을 살폈다. 서늘한 냉기가 사내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듯 했다.

사내는 상의 안 주머니에서 양면 날이 시퍼렇게 선 단도를 꺼내 침대로 다가섰다. 살이 디룩디룩 찐 침대 위의 남자는 섹섹 가뿐 숨을 내쉬며 정신없이 자고있었다. 사내는 망설이지 않고 터질듯 살이 찐 뒷목덜미에 단도를 최대한 깊숙히 푹 찔러넣었다. 칼 끝이 따깍 하고 경추에 닿는 소리가 났다. 피가 튀었다.

침대 위의 남자는 급소에 단 한차례 칼을 맞고는 사지를 퍼득거리다가 축 쳐졌다.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했다.

사내는 잠시 침대 곁에 서 있다가 허리를 굽혀 죽음을 확인했다.  쿨럭쿨럭 간혈적으로 흐르던 피도 멈춘 것 같았다.

밖에는 태풍이 마치 끝장을 보겠다는듯 어둠의 도시를 집어삼킬듯 마구 뒤흔들어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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