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늘] 100세 쇼크 ‘평생 직장’에서 ‘평생 현역’으로’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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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20-60-80’의 사회에 살고 있다. ’20대에 대학을 마치고 취직해 50~60대까지 일하다 80대에 떠나는 것’을 전제로 모든 시스템이 설계된 사회다. 그러나 다가올 ‘100세 시대’에서 이런 시스템은 유효하지 않다. 50~60대에 은퇴할 경우 인생의 절반 가까운 기간이 ‘노후’로 남는데, 아무리 축적한 자산이 많아도 40~50년을 ‘일 안 하는 노후’로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 국민 개개인의 노후 기간을 줄이고 현역 기간을 늘려주느냐가 국가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100세 시대엔 ‘평생 직장·직업’ 대신 ‘평생 현역’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한 직장, 한 직업이 아니라 끊임없는 직업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직업을 계속 찾아가며 현역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북구(北歐) 덴마크는 평생 재교육과 유기적인 재취업 등의 사회 시스템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100세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은퇴요? 먼 훗날의 일이죠. 이제 겨우 3년차인걸요.”

지난해 12월 13일 덴마크 북서쪽 올보그(Aalborg)시. 시내에 있는 올보그병원에서 만난 임상심리치료사 벵트 라센(Lassen·54)씨는 “우리 병원에서 내가 가장 신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이라면 ‘오륙도(五六盜·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소리를 들을 나이에 ‘신참’이 된 까닭이 있었다. 40대 초반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심리치료사라는 제2의 직업을 막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간호전문학교 졸업 후 10번 가까이 직장을 옮겼어요. 그러다 40대에 아예 직업 자체를 바꾼 것이죠.”

라센씨의 첫 직업은 간호사였다. 3년 반 과정의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26세에 종합병원 간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개인병원 간호사와 가정방문 간호사로 직장을 옮겨가며 10년 넘게 일하다가 초·중학교 양호교사가 됐다. 라센씨가 직장을 옮길 때면 항상 이전에 수료했던 ‘재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가정방문 간호사로 옮길 때는 병원에서 간호사 노조가 마련한 직무 연수를 받았었고 학교 양호교사가 됐을 때도 이전에 정부기관에서 교육학 관련 강의를 들었던 게 효과가 있었다.

이력서에 한 줄씩 더해질 때마다 월급도 많아졌다. 라센씨는 “고용주들이 다른 조직에서 다른 일을 했던 경험을 좋아하기 때문에 직장을 주기적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했다”며 “덴마크에선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다니면 ‘무능하다’는 의심도 받는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라센씨는 42세(1998년) 때 “평소 관심이 많았던 심리치료사에 도전하겠다”며 올보그 대학의 6년 과정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새로운 ‘인생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라센씨는 “만약 간호사로 계속 일했다면 육체적으로 힘들어 50대 중반이면 은퇴할 가능성이 컸겠지만 심리치료사는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라센씨의 ‘두 번째 대학’ 동기 중에는 20년 경력의 항공기 정비사, 15년차 교사, 은행원 등 마흔을 넘긴 ‘늦깎이’ 들이 상당수였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한 라센씨는 48세 나이로 올보그시가 운영하는 잡센터(Job Center·직업교육소개소)를 통해 학교 심리상담사로 취직됐다. 이 역시 양호교사 경력이 도움됐다.

3년 뒤인 2007년에는 덴마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현재 병원으로 옮겼다. 라센씨는 “나이는 재취업에 아무 문제가 안 됐으며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병원에서 높이 샀다”면서 “100세를 향한 내 인생은 또 하나의 출발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계획은 일단 2~3년 정도 더 올보그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창업을 하거나 다른 사설 심리상담소에 심리치료사로 들어가 일할 계획이다. 다른 덴마크의 근로자처럼 라센씨 역시 끊임없이 학습하고 재교육을 받아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타면서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같은 ‘일자리 갈아타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덴마크 정부와 사회가 평생 지원하는 각종 재교육·취업알선 프로그램이다. 올보그대학 플레밍 라슨(Larsen) 교수는 “덴마크에서는 노동자가 신기술을 익혀 재취업하는 것을 사회가 책임지는 대신 개별 기업의 해고는 자유롭게 해놓았다”며 “근로자 개인과 산업의 이동을 빠르게 함으로써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시점을 묻자 라센씨는 “건강이 얼마나 허락해주느냐가 관건이겠죠”라고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적어도 70살까지는 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다음이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겁니다.”

오현석 기자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1&M=01&D=10&ID=201101100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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