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애국심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고려아연

 

1602년 네덜란드 상인들이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정부로부터 동양무역에 대한 독점권을 얻어냈다. 동인도회사가 첫 항해에 나서면서 내건 구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인들을 보는 대로 무찔러라”였다. 무력(武力)도 갖추고 있던 동인도회사는 40년 만에 인도네시아에서 포르투갈인들을 몰아내고 네덜란드가 유럽의 패권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닦았다.

▶영국도 제국주의의 길로 나서면서 기업을 앞세웠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동인도회사, 신대륙은 버지니아주식회사 등에 식민지 경영을 맡긴 것이다. 이런 영국의 해외 경영은 근대 제국주의 원조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가 직접 경영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유럽의 패권과 세계 경영의 주축(主軸)이 스페인·포르투갈 등의 남부 유럽에서 영국·네덜란드 등의 중부 유럽으로 넘어가게 된 원인의 하나로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기도 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컬럼비아대 총장을 지냈던 니컬러스 버틀러는 “주식회사야말로 근대사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품이다. 주식회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증기기관이나 전기도 아무 가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없었다면 산업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기업을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5단체장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시장개척, 기술개발, 해외진출 등을 보면서 ‘참으로 기업들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저와 장관들이 외국에서 대접 받고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기업과 기업인들이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활동해온 덕택”이라고도 했다. 해외 순방 때마다 “기업이 나라다” “기업의 애국심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며 기업을 치켜세우던 발언의 국내판이다.

▶현실은 대통령의 이런 말과는 정반대다. 말로는 기업이 시대변화를 가장 빨리 읽고 앞서 나간다고 하고는 행동으론 뒤처진 정부가 앞선 기업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규제만 봐도 2002년 말 7715건이었던 규제 건수가 작년 말엔 7926건으로 늘었다. 전(前) 정권 때부터 추진돼온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시키고, 공무원 숫자도 2만5000명이나 늘렸다. 큰 정부로 가겠다는 것이다. 큰 정부 아래선 기업이 숨을 쉬기 힘들다는 건 세계의 상식이다. 이 시대 국력의 척도는 공무원 숫자가 아니라 세계적 기업의 숫자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여전히 공무원은 늘리고, 기업은 누르고 식(式)의 전(前)근대 국가 경영으로 치닫고 있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4/02/2006040270589.html

 

=============================

조선일보 인기 컬럼 만물상을 위블로그에서 재연재합니다.
기사의 저작권은 조선일보에 있으므로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