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했지만 위대했던 발명가의 존재가

테슬라

 

1915년 뉴욕타임스에 미국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대부분 서방 언론이 이 보도를 그대로 따라왔고, 뉴욕타임스는 두 차례나 수상자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나 둘 다 노벨상을 받지 못해 결국 오보(誤報)가 됐다. 에디슨이 숙적(宿敵) 테슬라와 함께 상 받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1884년 처음 만난 직후부터 악연으로 얽혀들었다. 에디슨사(社) 연구원이었던 테슬라는 보너스 5만 달러를 주겠다는 에디슨의 약속을 믿고 1년 연구 끝에 전기 발전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에디슨은 “미국식 농담이었다”며 보너스를 주지 않았다. 테슬라는 사표를 던졌다. 테슬라는 에디슨사의 라이벌 웨스팅하우스로 옮겨 교류발전기와 송·배전 시스템을 완성했다.

▶에디슨은 자기 연구소에서 개와 고양이를 고압 교류전기로 태워 죽이는 공개실험을 여러 차례 벌였다. 직류 방식을 고집했던 에디슨이 테슬라의 교류 방식을 깎아내리려고 치사하고 잔인한 수법을 쓴 것이다. 에디슨은 마르코니보다 먼저 무선전신을 발명한 테슬라의 특허권을 취소시키는 데도 개입했다. 테슬라는 1943년 대법원 판결로 특허권을 되찾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테슬라는 ‘비운(悲運)의 과학자’로 불린다. 에디슨에게 치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 100건이 넘는 특허 말고도 숱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대부분 당시 기술로는 꿈도 꾸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탓에 ‘미친 과학자’라고 손가락질만 받았다. 이제 테슬라를 재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가 리모컨, 형광등뿐 아니라 레이저, 로봇, 수직이착륙 비행기까지 발명했다며 에디슨보다 탁월한 발명가로 받든다.

▶테슬라 탄생 150년을 맞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기념사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가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이어서 서로 연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크로아티아가 먼저 올해를 ‘테슬라의 해’로 선포했고, 세르비아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 이름을 ‘테슬라 공항’으로 바꿨다. 한편으론 세르비아 정부가 박물관에 보관된 테슬라 자료 사본을 크로아티아에 건네기로 하면서 화해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불운했지만 위대했던 발명가의 존재가 원수처럼 살육 전쟁까지 치른 두 고향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4/04/2006040470574.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04/20100504025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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