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관한 한 뒷방 신세로 여겨지던 중장년들이 온라인에 뜨고 있다

노티즌

 

네이버에서 ‘노인정 & 경로당’이라는 카페를 클릭해 봤다. “좋은 글로 자주 만나길 그리고 노후의 얘깃거리로 자주 봅시다.” ID가 ‘초록별’인 신참의 가입 인사에 회원들이 반기는 글을 달았다. “별언니 반가워요…방가 방가~ㅎㅎㅎㅎ” “울카페 누님들이넹~~~~축하드려요~~~~”. 양념처럼 쓰인 표현만 봐선 영락없이 젊은 네티즌들이다. 이 카페는 ‘노신사’가 ‘노인들의 여가를 활용하는 공간’으로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에 관한 한 뒷방 신세로 여겨지던 중장년들이 온라인에 뜨고 있다. ‘노(老)티즌’이다. ‘박약회(博約會)’는 조선조 이래 우리 유학(儒學)을 연구하고 알리는 단체다. 전국에 둔 4000 회원 대부분이 55세 이상이다. 이렇게 나이 지긋하고 고상한 모임도 ‘온라인 박약회’를 10년째 가동하고 있고 회원도 500명이 넘는다. 회원명단을 클릭해 보니 온라인 회원 모두가 자기 홈페이지를 갖고 있을 정도다.

▶노티즌들은 ‘닉네임’ 대신 ‘호’, ‘채팅’ 대신 ‘전자회의’라는 단어를 쓰고 ‘고령자’를 ‘앞선 이’라고 부른다. 포르노성 사진을 ‘조심!!’이라는 암호로 주고받기도 한다. 5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02년 17.5%에서 작년 말 35.7%로 곱절 늘어났다. 60대는 3.2%에서 11.9%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동네마다 노인 인터넷 무료강의가 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해마다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이라는 인터넷 경진대회도 연다.

▶댓글을 달거나 글과 자료를 옮겨 나르는 ‘펌질’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라는 인터넷정치연구회 분석이 나왔다. 인터넷 카페와 네티즌 이념성향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중장년층이 자주 드나들면서 인터넷공간의 이념 스펙트럼이 클릭 조정됐다고 봐야 한다. 젊은층과 급진세력에 휘둘리던 인터넷 공간의 ‘넷심’이 일반여론과 비슷해진 것이다.

▶네티즌은 잘 알려졌듯 시민(citizen)과 네트워크(network)의 합성어다. 하우번은 “네티즌이 단순히 통신망을 쓰는 사람이라는 양적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적 관계를 이뤄가는 개념”이라고 했다. 우리 인터넷은 노소(老少) 좌우 균형이 맞아가면서 문화적·사회적 공동체로 가는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남은 것은 인터넷에 넘치는 욕설과 저주를 청소하는 일이다. 거기에 노티즌들이 거들 몫이 크다.

2006.05.08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5/08/2006050870630.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3100170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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