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대접하는 국가라야

국립묘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음악재단엔 모차르트의 두개골이 모셔져 있었다. 연전에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이 두개골이 진짜 모차르트 것인지를 가려내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자체 조사와는 별도로 두개골에서 떼어낸 치아와 모차르트 가족묘에서 채취한 DNA를 미국 메릴랜드 록빌의 미 육군 DNA감식연구소로 보냈다. 이 연구소는 두개골이 모차르트 것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록빌 연구소는 멀리 오스트리아에서까지 의뢰받을 만큼 DNA 감식에 세계적 권위를 지니고 있다. 연구소엔 미군 혈액 샘플 400만개가 보관돼 있다.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하와이의 미군 전쟁포로·행방불명자 합동조사본부(JPAC)의 휘장 문구다. 2차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군들을 찾는 게 임무다.

▶옛 색슨족들은 묘지를 하느님의 땅이라고 불렀다. 기독교에선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나님 품에서 안식한다고 믿는다. 서양에서 무덤은 운명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성채이자 ‘천사의 발자국’이다. 유해를 수습해 편히 묻어주지 않으면 영혼이 방황한다는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다. 고려 문신 허문경은 버려진 시체나 유골은 물론이고 새나 짐승의 썩은 살도 묻어주기를 거른 날이 드물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박우식 소령의 유해가 4년 전 발굴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일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미군 발굴부대가 찾아내 신원까지 확인해준 덕분이었다. 우리 육군은 2000년에야 6·25 전사자 유해발굴에 나서 1090구를 찾았고 이 중 51구의 신원을 밝혔다. 국립묘지에 위패를 모신 발굴대상 10만3000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장교 4명, 부사관·사병 21명으로 구성된 육군 유해발굴팀을 확대 개편해 국방부에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는 시행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장교 10명과 사병 78명으로 감식단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425명과 18개 발굴팀을 거느린 미군 발굴부대엔 못 미치지만, 관심과 투자를 기울이겠다는 자세가 반갑다. 미국은 전사자 발굴을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재확립하는 문제’로 중시하고 북한까지 들어가 발굴한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대접하는 국가라야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2006.05.09
(김기철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5/09/2006050970526.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2/2013121200437.html

 

=============================

조선일보 인기 컬럼 만물상을 위블로그에서 재연재합니다.
기사의 저작권은 조선일보에 있으므로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