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의 가장 멋진 교향곡을 연주한 지휘자

미헬스

 

1974년 서독월드컵 2차리그에서 동독 수비수는 네덜란드 스트라이커 요한 크루이프가 신발을 바꿔 신는 동안에도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악착같은 밀착방어도 이 ‘날아다니는 네덜란드인’이 이끄는 ‘오렌지군단’을 막을 순 없었다. 36년 만에 월드컵에 나선 신예 네덜란드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에 이르는 최고 강호들을 6경기 14득점 1실점으로 압도하며 결승에 나섰다. 1실점도 자책골이었다.

▶네덜란드는 듣도보도 못한 전술을 펼쳤다. 한 선수가 포지션에서 벗어나면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메우며 팀이 전체 공격, 전체 수비를 했다. 수비수와 공격수 사이를 15m로 짧게 유지하며 무리지어 격렬하되 화려한 소용돌이를 그라운드에 그렸다. 이른바 토탈 사커의 등장이었다. 네덜란드는 결승에서 서독에 아깝게 졌다. FIFA는 크루이프를 월드컵 첫 MVP에 뽑아 토탈 사커에 경의를 표했다.

▶크루이프는 네덜란드에서 ‘지저스 크루이프 수퍼스타’라는 뮤지컬이 히트할 만큼 신(神)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신은 따로 있었다. 감독 리누스 미헬스(1928~ 2005). 토탈 사커를 창시해 크루이프를 길러낸 현대축구의 아버지다. 토탈 사커를 구사하려면 선수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기술과 시야, 공수를 오가는 강한 체력이 필요했다. 혹독한 체력훈련을 시킨 그는 ‘철의 리누스’ ‘장군’으로 불렸다.

▶미헬스는 현대축구의 손자(孫子)·오자(吳子)다. 세계 각국에서 대표팀이나 축구클럽을 이끄는 네덜란드 감독이 90여명에 이른다. 모두 그와 토탈 사커의 세례를 받은 제자들이다. 이번 월드컵에만 아드보카트를 비롯해 히딩크(호주) 베인하커르(트리니다드토바고) 판 바스턴(네덜란드)이 나섰다. 무명의 아드보카트를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로 불러 후계자로 키운 이가 미헬스다. 아드보카트의 별명이 그래서 ‘작은 장군’이다.

▶히딩크가 한국팀을 맡고서 한동안 악명 높은 체력·팀워크 훈련에만 몰두했던 것을 기억해보라. 그는 ‘오대영’이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승 미헬스의 방식대로 하면 될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작년에 미헬스가 죽자 FIFA는 그를 “현대 축구의 가장 멋진 교향곡을 연주한 지휘자”라고 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해양강국 네덜란드는 이제 미헬스라는 축구 전사(戰師)를 둔 덕분에 축구로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2006.06.15
(김기철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6/15/2006061570578.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21/2007092101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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