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뉴래너크

 

1843년 영국 정부의 한 조사관이 아일랜드 가내 수공업 직공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는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연간 200일을 일하고, 나머지 165일 가운데 52일은 안식일, 52일은 장날, 25일은 장례식과 초상집에서의 밤샘, 36일은 휴일·생일·성인(聖人)축일 등으로 보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직공들은 쾌적한 시설의 공장이나 맛있는 음식보다는 자유와 감자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영국 공장 노동자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쾌적한 공장은 어디에도 없었고, 하루 13~14시간의 중노동이 보통이었다. “식사 시간 이외에는 잠깐의 휴식도 없이 24시간 일했다”는 방적공의 증언도 남아 있다. 4~5세 어린아이들이 공장 굴뚝 청소에 투입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예외가 있기는 했다. 사회개혁가인 로버트 오언이 1800년 스코틀랜드의 ‘뉴래너크’라는 마을에서 방직공장을 인수한 뒤 10세 이하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대신 읽기, 쓰기, 산수 등의 교육을 시켰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도 하루 10시간 반으로 줄여나갔다. 그러고도 오언의 공장은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었고, 뉴래너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오언의 실험은 그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적 경제 공동체 건설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운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영국이 1848년 10시간 노동법을 제정했고, 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 총파업을 계기로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주(週)40시간 근로제가 확산됐고, 2000년에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주 35시간까지 법정 근로시간이 줄었다.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일 응답자의 65%, 영국·프랑스 응답자의 52%가 정부의 근로시간 규제에 반대한다고 했다. 정부가 법으로 주 35시간이니 주 40시간이니 하는 제한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다. 노동시간 줄이기에 앞장 서왔던 유럽 근로자들이 이제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자 보호정책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을 덜 하면 덜 할수록 동유럽과 중국 등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실업의 고통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깨친 듯하다. 세계화의 힘이 150년 이상 이어져온 노동운동의 흐름까지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2006.08.22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8/22/2006082270585.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04/20131004025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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