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입장에선 뭐라도 해서 주목을 받고 싶을 것이다

유시민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독일이 미국 상선을 공격하자 윌슨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재량으로 상선을 무장시킬 수 있는 법안을 의회에 냈다. 법안은 하원에서 402대13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폐기됐다. 공화당 초선 조지 노리스 의원의 집요한 의사방해 때문이었다. 노리스는 “헌법이 의회에 준 선전포고권을 대통령에게 내줄 수 없다”고 버텼다. 40년 뒤 존 F 케네디는 ‘용기있는 삶(Profiles of Courage)’에서 노리스를 ‘두려움 없이 소신을 지킨 참 공직자’라고 했다.

▶1964년 여당이 야당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을 국회에 냈다. 김 의원이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폭로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회기 마지막 날 국회의장이 표결에 붙이려 하자 야당 초선 김대중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DJ는 6시간 동안 마이크를 놓지 않았고 동의안은 처리시한을 넘겨 폐기됐다. 국회 역사상 가장 긴 의사방해였다.

▶22일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 토론회에서 한 의원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분법에 의한 선과 악의 투쟁정치를 했고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다. 다른 의원들 입에서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열린우리당 초선들은 탄핵 비판여론을 타고 당선된 사람이 많다. 대통령 덕분에 당선됐다고 해서 ‘탄돌이’란 말까지 듣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온 것이다.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 152명 중 108명이 초선이었다. 초선들이 저마다 튀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108번뇌’라는 말도 나왔다. 초선들 군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어느 의원은 “나 보고 군기 잡겠다고 하면 물어뜯어 버리겠다”고도 했다.

▶초선의원 중에는 돌출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도 초선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졌다. 유시민 의원은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에서 선서를 하려 했다. 당직을 맡지 못한 초선 입장에선 뭐라도 해서 주목을 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초선의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초선 시절의 DJ는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빌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노력으로 실력을 인정 받아야 정치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언제는 ‘정권 행동대’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정권이 어려워지자 대통령을 몰아세운다고 해서 패기 있는 초선이라는 말을 듣기도 어려울 것이다.

2006.08.23
(신효섭 논설위원 bomnal@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8/23/2006082370511.html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2/20110422013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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