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을 액 없는 달로 여겨온 우리 옛날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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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삼베에 순도 99.9%의 황금을 입혔다는 4000만원짜리 황금 수의(壽衣)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다. 옷에 황금 문양을 새긴 800만원짜리 ‘보급형’도 있다. 보통 때보다 수의가 10배 넘게 팔린다는 유통업체도 있다. 장묘 업체엔 가족 납골묘 분양과 묘지 이장 예약이 쏟아진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자손이 번창한다거나 이장(移葬)을 하면 좋다는 속설 때문이다. 24일부터 9월 21일까지가 윤 7월이다.

▶반면 예식장과 혼수품을 파는 가전회사, 이삿짐센터는 울상이다. 윤달에는 결혼과 이사를 꺼리는 풍습 때문이다. 윤달이 다가오면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앞당기는 임산부도 많다. 윤달에 아기 낳는 것이 불길하다는 속설 때문이다. 윤달에 태어난 사람이 음력 생일을 쇠면 많아야 평생 네 번, 보통은 두세 번 생일을 찾아먹는 게 고작이다.

▶윤달은 대략 2, 3년에 한 번씩 온다. 좀더 정확히는 19년에 7번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데 따라 날짜가 정해지는 음력에서 한 달은 29.53일, 1년은 354.37일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양력보다 한 해 약 11일 모자라는 것이다. 3년이 지나면 음력 날짜는 태양의 움직임과 한 달쯤 차이나면서 날짜와 계절이 어그러진다. 이 차이를 없애기 위해 2~3년마다 윤달을 넣어 1년을 열세 달로 만든 것이다. 1777년부터 2050년까지 따져봤더니 윤 5월이 가장 많고 윤 4월과 6월이 그 다음이었다고 한다.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는 뜻에서 덤달, 여벌달, 공달로도 불린다. 가외로 있는 달이기에 부정을 타지 않고 탈이 없는 달로 여겨져왔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윤달엔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도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고 했다. 윤달엔 서울 여인들이 봉은사에서 불공을 드리는 풍속도 있었다. 극락세계에 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산소를 손질하거나 이장하는 일도 윤달 몫이었다.

▶결혼하기에 좋다던 윤달이 언제부터인가 결혼을 하면 안 되는 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윤달에 출산이나 이사, 집수리를 꺼리는 것도 윤달을 액(厄) 없는 달로 여겨온 우리 옛날 풍속과는 거리가 멀다. 풍습은 바뀌어가는 것이긴 하지만 괜한 금기(禁忌)를 만들어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싶다. 그나 저나 이번 윤달엔 ‘바다 이야기’ 같은 어지러운 스캔들 대신 마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주는 뉴스들을 들었으면 한다.

2006.08.27
(김기철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8/27/20060827703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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