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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인연 - 나는 암이 고맙다
인연

몇일 전의 일이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여성 한 분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왔다. 50대 중반의 이 분은 단아한 외모에, 예의가 몸에 밴 듯한 태도, 또박또박 허술함이 없는 말투가 인상적인 분이셨다.

2년전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떠나기 직전 건강 검진에서 유방암 1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치료를 받고 뒤늦게 영국의 가족과 합류해 살고 있다고 했다.

항암치료의 후유증, 그리고 암 환자라면 대부분 겪는 심리적 고통, 우울감 등등을 이겨나가는 과정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내 경험을 물으셨다. 암을 이겨나가는 과정에 관한 한 내가 선배라며 나의 경험을 듣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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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헬스조선의 ‘동알프스 돌로미테 힐링 트레킹’에 스태프로 참가했던 직원이 찍은 사진. 알프스 언덕의 야생화가 아름다워서.

사실은 내가 더 많이 배웠다. 의료 서비스에 관한 한 결코 한국보다 나을 것 없는 영국이지만, 암환자에 대한 병원 치료와 사회적 통합 지원 시스템이 부러웠다.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글쓰기, 그림그리기, 요리하기, 화장법 강의 등 다양한 무료 강좌가 있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건강법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심지어는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다고 한다.

그 분은 심리상담 자원봉사를 하면서 삶이 아주 즐거워졌다고 했다. 처음엔 암환자라는 사실을 감췄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자원봉사 단체 관계자에게 실토했더니 “당신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카운셀러로 안성맞춤이라고 하면서 격려해주더라”고 했다. 상담이란, 누군가의 아픔과 분노와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라서, 스트레스를 함께 받기 쉽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먹으면 상대방을 위로하고, 그걸 통해 나를 돌아보면서 힐링이 된다는, 또 다른 교훈을 나도 얻었다.

그 분은 내게 “계속 건강을 지켜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시라”고 맑은 웃음을 선물하셨다. 웃음보따里 정기모임에도 한 번 오시겠다고 했으나, 오랜만에 방문한 모국에서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고 하시면서 아쉬워했다.

나중에 확인해봤더니, 미디어 매체에 이름이 올랐던 분이셨다. 나름 유명 인사.^*^

내게 암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 분 역시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을 운명.

그러고 보면 인연이란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맺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느님의 뜻인지도.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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