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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우리 동네 의원 원장을 名醫로 꼽는 이유 - 나는 암이 고맙다
우리 동네 의원 원장을 名醫로 꼽는 이유

의사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명의(名醫)’가 아닐까 싶다.  환자는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명의라고 부르는데, 명의가 많은 병원일수록 환자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도 힘들다. 그만큼 료 시간도 짧은 경우가 많아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럼데도 명의를 찾는 발길은 줄지 않는다. 병만 잘 고쳐준다면 서비스의 부재나 기다림의 고통 정도는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최고의 명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내가 사는 동네(서울 종로구 명륜동)  H 가정의원의 J원장을 꼽겠다. 50대 초반(나이는 정확히 모른다)의 J 원장은 2003년 우리 식구가 그 동네로 이사간 뒤로 우리 집 식구들의 주치의가 됐다. 나는 병원에 잘 가지 않는 편이지만,  아내와 두 딸은 곧잘 들른다. 특히 두 딸은 예방접종을 거의 그곳에서 맞았고,  감기 같은 사소한 질병이 생길 때마다 친절하게 진료를 하고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지난 주  생긴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가 기침을 심하게 했다. 처음은 기침도 적게 했고 열같은 다른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에 잘 듣는다는 전통차와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게 했다. 이삼일이 지나도 기침이 멎지 않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할 수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 예상대로 J원장은 최소한의 처방만 내렸다. J원장은 감기의 경우 가급적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J원장은 작년 이맘 때  진료 기록까지 제시하면서, “작년에 거의 비슷한 증상이었는데 비염 처방을 내린 적이 있어요”라고 하며 비염 약을 처방해줬다. 그의 컴퓨터에는 우리 가족의 모든 진료 기록이 담겨 있다.

2014-11-20 15.22.28

월간 헬스조선의 의료분야별 명의 시리즈 페이지 일부.

그런데 약을 계속 먹는데도 기침이 멎지 않았다. 사흘 뒤 다시 병원에 갔다. J원장은 어쩔 수 없이 항생제를 처방해줬다. 코부터  기도까지 기침이 유발될 수 있는 증상을 억제하는 약과  항생제를 5일치 처방받아 왔다. 그런데 기침은 계속됐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고,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오직 기침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저녁 취침 직전, 한 밤중,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직후엔 몇십분씩 발작적으로 기침을 몰아서 했다. 기침을 처음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을  때, 무엇인가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렴, 감기, 폐결핵….

‘검사를 받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질병을 취재해 기사를 직업을 갖고 있다보니 여러 루트를 통해 둘째의 기침 원인을 추정하게 됐는데, 위식도성역류염도 만성 기침의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단 아이를 데리고 H의원에 갔다. J원장은  “5일동안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는다면  감기도 비염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더니 입부터 가슴까지 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해부도를 꺼내 왔다. “기침이 계속되는 또 다른 가능성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위식도성역류염이라고 했다. 둘째 아이가 원래 식도와 기도가 약하고(어렸을 때 수술을 받았기에), 첫 기침 때 온몸을 쓰면서 복압이 높아지면 위에서 무엇인가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면 기침이 발작적으로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료에서 찾아본 것과 같은 논리였다. 폐렴이나 폐결핵 등 다른 질환 가능성은 없는지, 정밀 검사를 받아볼 필요는 없는지 묻자 J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으니까 일단 위식도성역류염 질환에 듣는 약만 추가로 써보자”고 했다. 항생제를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느냐는 내 요구에 그는 단호하게 “안 먹는 게 맞다”고 했다.

J원장은 늘 그런 식이다. 감기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열도 35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만 해열제를 먹으라고 했다. 아내가 너무 걱정이 돼 재촉하면 그제서야 약을 처방해줄 정도로 보수적으로 처방을 내린다. 나도 양날의 칼 같은 항생제의 성격을 잘 알기에 J원장의 말을 잘 따른다. 반면 아내는 고통받는 아이가 안쓰러워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한다. 항생제의 유혹을 참기 어려운 것이다.

다행스럽게 둘째는 마지막으로 병원을 다녀온 날 저녁 기침이 멎었다. 불안해서 처방받은 약은 계속 먹이고 있지만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기침은 거의 없다. 물론 다른 감기 증상도 없다.

10여년 이상 내가 겪은 J원장은 늘 그런 식이었다. 식이었다. 질병 관련 책도 꺼내  직접 읽어주며 예상 질병을 설명하고, 처방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곁들여 내린다.  당장 약효를 보고 싶은 사람, 뭔가 끝장을 내고 싶은 사람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증상 뒤에 숨은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 환자를 이해시켜 함께 병을 고치려는 태도, 환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은 내게 깊은 신뢰를 준다. 평일엔 오전 8시반부터 오후 8시까지, 점심시간(오후 1시부터 2시)을 제외하곤 쉴새 없이 찾아오는 동네 환자들을 늘 그렇게 대한다. 토요일에도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내가 추천하는 우리 동네 명의다.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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