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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내가 만난 이해인 수녀님 - 나는 암이 고맙다
내가 만난 이해인 수녀님

‘아직 살아있는 것을 새롭게 감사하며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이웃을 보네.’

이해인 수녀님께서 2011년 첫 날 쓴 일기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이해인 수녀님의 詩•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인생의 오후를 즐길 수 있어 감사해’라는 기사 제목 뿐 아니라 기사에 인용된 수녀님의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이 그대로 꽂혔다. 작년과 올해 두차례 수녀님께서 머물고 있는 부산 광안리 베네딕도수녀원에 간 적이 있어서, 사진 속의 성모상도 내 마음에 평화를 줬다.

기사를 쓴 김한 수 종교전문 기자가 마침 회사 입사 동기인지라 더 꼼꼼히 기사를 읽었는데, 내 생각과 어찌 그리고 딱 맞아떨어지는지, ‘그래 그래’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신간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마음산책)은 이해인 수녀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놓을 책이다. ‘만년 여고생 시인’ 같은 이미지 말이다.…깔깔 웃는 감성은 여전히 소녀다. 하지만 책갈피마다 전해지는 영성의 깊이는 그를 이제 시인이라기보다는 영성가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해인 수녀님

신문에 기사가 잘 나갔다는 문자를 드리자 “동백꽃이 한창”이라며 보내주신 이해인 수녀님의 사진.

내가 만난 수녀님은 소녀와 영성가의 두 얼굴을 지니신 분이다. 수녀원에 있는 수녀님 집필실에 앉아 사사로운 일상에 대해, 그리고 삶의 팍팍함에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깔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만 봐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수녀원 근처 칼국수집,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이 집 음식 정말 맛있지. 여기가 인기 포토 존이야” 하시면서 다정히 포즈를 취하며 깔깔깔 웃으시는 수녀님은 영락없는 ‘국민 이모’,’여고생 시인’이다.

겉으론 표현하지 않아도 수녀님도 힘겨운 시간이 많다는 걸, 나는 잘 안다. 수녀님과 나는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투병 동기이니까.  수녀님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까닭에, 당신만 특별히 대접받기를 꺼려 하신다. 누가 몸에 좋다는 음식을 가져다줘도 몰래 감춰놓고 혼자 드실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암 투병을 하면서 스스로 관리하기가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수녀님께 따뜻한 위로를 청하고, 도움을 청하는 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매일 쏟아지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픈 사연을 전달하고 위로를 청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온 국민이 늘 포근한 얼굴의 ‘국민 이모’를 원하니까, 심적 육체적 고통이 있어도 드러내놓고 하소연할 수 없는 수녀님의 어려움도 느껴졌다.  “저라고 언제나 꽃 보면 좋고 그러겠어요?”라는 수녀님의말씀이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달 초 월간헬스조선 기사를 쓰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의 암환우 대상 프로그램에 취재를 갔던 기자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수녀님께서 지치신 것 같아 예쁜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암환우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기 위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오신 수녀님을 뵙고 싶어서 카톡 문자를 넣었더니, 또 다른 나눔 행사를 위해 전주로 이동했다는 답을 주셨다. 어쩔 수 없는 수녀님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고 감사하고 있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올해 가기 전에 수녀원으로 찾아뵐 수 있을지….수녀님께 평화와 행복과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26/2014112600106.html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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