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의 악수
[만물상]국방장관의악수 이선민논설위원smlee@chosun.com
입력:2007.10.0522:49/수정:2007.10.0601:08
  • 삼국시대위(魏)나라맹장방덕이관우와맞섰다.그는죽기를각오해관(棺)을메고싸움터에나서관우와호각을이뤘다.관우에게화살을맞혀사경에빠뜨리기도했다.결국사로잡힌그는내내무릎을꿇지않고선채로꼿꼿이버텼다.관우가물었다.“당신을장수로삼으려는데왜투항하지않는가.”방덕이맞받았다.“내가국가의귀신이될지언정어찌적의장수가되겠느냐.”관우는아쉬워하며방덕의목을벴다.

    ▶후한서(後漢書)에‘질풍앞에유독꼿꼿이선풀에서그굳셈을안다(疾風知勁草)’고했다.조선후기에장원급제한문신박세당은당쟁을혐오해관직에서물러났다.소론계(少論系)인그는당대실권을쥔노론(老論)에맞서주자학을비판하다유배중에죽었다.‘끝내세상에고개를숙이지않는다.’그가남긴자신의묘비명이다.

    ▶1910년중국망명길에평북정주에들른단재신채호를오산학교교사이광수가찾아갔다.신채호는허리를구부리지도고개를숙이지도않은채세수를하느라옷이다젖고있었다.“일본놈들에게고개숙이는것도분한데세숫대야에까지고개를숙이겠는가.”고개를숙인다는것은기개와지조를꺾는것이다.충용(忠勇)을생명으로아는군인,장수(將帥)에겐더말할나위가없다.국군야전교범에도“허리를굽히거나고개를숙이거나몸을흔들어아첨하거나비굴해보이는듯한저자세악수법을삼가야한다”고돼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김장수국방장관이김정일국방위원장과악수를나눈모습이화제다.지난2일환영행사장에서대부분남쪽수행원들은고개를숙이며김위원장과악수했다.김장수장관만은상체와고개를곧게세우고김위원장의눈을주시하며악수를나눴다.4일남북정상선언서명직후김위원장이남쪽인사들과악수할때도다시꼿꼿한모습을보였다.

    ▶국방장관의악수는바로앞에서김만복국정원장이고개를깊이숙이고두손으로김위원장의손을움켜쥐었기에더돋보였다.‘고개숙인’국정원장과‘고개세운’국방장관이대비됐다.국방부는“특별한의미가있는게아니라군에오래몸담으면서몸에밴것”이라고설명했다.김국방도5일기자들이묻자“악수할때고개를숙이면이마가부딪칠게아니냐”고받아넘겼다.굳이말하지않아도그게무슨뜻이었는지알고한가닥위안받는국민이많을것이다.
    이선민논설위원

  • 2007년10월6일조선일보A30면에서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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