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루라도운동을거르면입안에가시가돋는(?)운동마니아들.이들은정말건강한걸까.
▫허약한편이었던회사원김모(40)씨는야구동호회에가입하면서운동에재미를붙였다.주말마다야구시합을한바탕벌이며땀을흠뻑흘리고나면그렇게개운하고뿌듯할수가없었다.건강에대한자신감이생기고점차운동량도늘었다.웨이트트레이닝에다마라톤까지.김씨는매일아침운동을하지않으면일도손에잡히지않았다.마라톤대회에참가하느라결근이잦아졌고,딸아이의생일파티도잊어버렸다.무리한운동으로발바닥근육을둘러싼막에염증(족저근막염)이생겨발이터질지경이됐는데도그는멈출수가없었다.진통제주사를맞고또달렸다.
여전히20대몸매를자랑하는주부박모(37)씨는6개월전부터월경이불규칙하더니,최근엔아예중단됐다.둘째를출산한이후지난3년간매일헬스클럽에서살다시피했던그녀는산부인과를찾았다가뜻밖의진단을받았다.너무운동을많이해서호르몬분비에이상이생겼다는것.과도한운동으로체지방이부족해진데다,여성호르몬이잘나오도록조절하는뇌하수체호르몬의분비가줄었기때문이라고했다.의사는“체조선수혹은육상선수에서나드물게볼수있는일”이라며“무(無)월경이계속되면골다공증까지걸릴수있으니당장운동을줄이라”고했다.
배고픔보다는비만이더심각한사회문제가된세상인데,중독이라도걸려운동을계속할수만있다면현대인에겐차라리축복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이적지않다.하지만‘건강’과동의어처럼느껴지는‘운동’일지라도중독수준에이르면몸과마음을해치게된다.가정과직장을팽개치고라도운동을꼭해야하는강박에시달리고,심지어운동때문에부상을입고서도운동을쉬지못하기때문이다.이렇듯무리한운동은심각한부상을일으킬뿐만아니라오히려면역력을떨어뜨려건강에전혀도움이되지않으며,가정이나사회생활에도지장을준다는것이전문의들의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스포츠의학센터박원하교수는“단하루도운동을쉬지않고,심지어하루2번이상하는경우엔운동중독을의심할수있다”고말했다.박교수는“운동을중단하면불안·우울하고죄책감을느끼기도하며,잠을제대로자지못하거나,식욕을잃는등의증상도나타난다”고말했다.
정신과관점에서도운동중독은엄연히중독이다.신촌세브란스병원정신과남궁기교수는“점차운동량을늘려야만만족할수있고(내성),운동을하지않으면불안·초조하며(금단증상),다른중요한일을포기하고라도꼭운동을해야하거나,의도했던것보다더심하게운동을하게되는(통제력상실)등중독이갖는전형적인특징들이그대로나타나기때문”이라고설명했다.남궁교수는“사회·경제적수준이높고,평소완벽주의성향이있는사람들이운동중독에쉽게빠지는경향이있다”고말했다.
운동중독의주된원인으로는‘베타-엔돌핀’을꼽는다.주로유산소운동을일정강도이상했을때뇌에서분비되는데,기분이좋아지고고통을잊게하는‘천연마약’이다.장거리달리기를하다보면무척힘들다가도어느순간고통이사라지고상쾌해지는데(러너스하이·Runner’sHigh),바로베타-엔돌핀의효과다.이맛을자꾸보려고강도를높여가며끊임없이운동을하게되는것이운동중독인셈이다.마라톤,사이클같은유산소운동외에도경쟁을유발하거나점수를내는골프나볼링같은운동도상대적으로중독을일으키기쉬운운동이다.
동중독에서헤어나려면운동을쉬는것이우선이다.서울아산병원스포츠건강의학센터진영수교수는“운동중독자들은과도한운동으로부상을입어야병원을찾기때문에첫단계는운동을중단하고부상을치료하는것”이라고말했다.진교수는그러나더중요한것은교육과상담을통해자신이운동중독임을인정하게하는것이라고했다.그는“그런다음에라야맞춤운동처방을따르게할수있다”며“운동종목을바꾸고적절한운동강도와시간도정해준다”고말했다.
그렇다면운동을꾸준히하는좋은습관과운동중독은어떻게다른걸까.결정적인차이는자신의판단과의지대로운동을조절할수있는가에달렸다.무리없이알맞은운동을꾸준히할수있다면좋은습관이지만,집안일이나직장까지제쳐놓고운동을먼저해야한다든지,몸이아픈데도운동을안하고는못배기는등통제력을상실하면중독이다.
중독에빠지지않으려면운동후다소미진한듯느껴져도운동량을늘리지말아야한다.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조성연원장은“몸이단련돼운동량이부족하다고느껴지더라도1회운동시간은1시간20분을넘기지말아야한다”고말했다.한번에무리한운동은피하고,다음날피로를느끼지않을정도로,일주일에최소하루는쉬면서하는것이요령이다.조원장은“약간모자란듯할때숟가락을놓아야적당량을먹게되는것과마찬가지”라고했다.그는운동할때도소식(小食)의미덕을살리는것이바람직하다고했다.적당한휴식또한훌륭한운동의일부라는것을기억하면서.
나뭇가지를지팡이삼아걷고있는산악마라톤참가자.지나친운동은독이될수도있어주의가필요하다.
/조선일보DB
◦(이지혜기자wise@chosun.com(입력:2007.10.19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