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잘못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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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내잘못이요!"


옛날하고도아주먼옛날..어떤농부가늦은나이에아들하나를얻었습니다.농부는집안형편이넉넉지못하여아들을배불리먹이거나좋은옷을입혀서기를수가없었습니다.그러나,농부는아들의성품만은그누구보다휼륭하게기르겠다고마음먹었습니다.농부의그런정성덕분에아들은성실하고마음씨착한청년으로성장했습니다.그리고,이웃마을에사는얌전한아가씨를맞아결혼을하였습니다.농부의가족들은새며느리를매우사랑했습니다.며느리역시친정는가난했으나가정교육만큼은썩휼륭하게받은처녀였으므로,시댁어른들을아주극진히모셨습니다.어느겨울날이었습니다.밖에는소담스러운함박눈이펑펑내리고있었습니다."이렇게눈이오는날은어쩐지입이심심하구나.찰떡이나좀해먹었으면좋겠군!"시아버지가혼잣말처럼말했습니다.며느리는얼른광에가서찹쌀항아리를열어보았습니다.다행이도찹쌀이조금남아있었습니다."이것으로떡을만들어드려야겠네,"며느리는기뻐했지만한편으로는여간걱정이아니었습니다.친정에있을때워낙가난하게살았던탓으로찰떡만드는법을배워두지못했던것입니다."어머님,찹쌀이조금있는데찰떡을좀만들까요?""그래,잘생각했다.솥에물을조금붓고그위에시루를얹으렴.그리고,시루에다찹쌀을넣고불을때면되느니라."시어머니는마침허리가아파서아랫목에몸을눕힌채며느리에게일렀습니다.며느리는조심스럽게시키는대로했습니다.그러나불을얼마나때야할지알수가없었습니다.그때아내를도울일이없을까해서부엌을들여다본남편이지게를지고나서며말했습니다."여보,내가나무를한짐져오리다."남편은부엌에나무를넉넉하게쌓아두어,자기아내가당황하는일이없도록하려는마음에서한말이었는데,며느리는찰떡을찌기에는부엌에있는나무가모자라는모양이라고생각했습니다.나무는가을에많이해서산밑에쌓아두었으므로,밑에있는잘마른것을한단져오기만하면되었습니다.며느리는자꾸만불을땠습니다.부엌에있는나무를다땔때까지남편이돌아오지않자,헛간에있는나무부스러기까지모두긁어서땠습니다.더땔나무가거의없을때쯤이었습니다.갑자기'퍽!'하는소리에이어무엇인가터지는소리가들렸습니다.불을너무나세게땐나머지,솥과시루가한꺼번에깨지고만것입니다.며느리는앞이캄캄했습니다.찰떡은고사하고집안의귀중한살림살이를깨버렸으니큰일이아닐수없었습니다."이일을어쩌면좋아!아,어쩌면좋아!"쩔쩔매던며느리는그만울음을터트리고말았습니다.시집온지얼마되지도않아서솥과시루를깨버렸으니,지금까지귀여워해주시던시부모님께서불호령을내리실것만같았습니다.게다가남편마저도자기를한심하게여기며미워할것을생각하니견딜수가없었던것입니다.며느리는찰떡한번해먹지못했던가난이서러워서훌쩍훌쩍울었습니다.그때따뜻한아랫목에서잠깐잠이들었던시어머니가며느리의우는소리에정신이번쩍들었습니다."아니,얘야!무슨일이있었느냐?""어머님,제가불을너무많이때어솥과시루를깨고말았습니다."며느리는울면서말했습니다.그런데시어머니입에서나온말은전혀뜻밖이었습니다."쯧쯧!아가야,얼마나놀랐겠니?내가곧내다본다는것이그만깜빡잠이들고말았구나!모두내잘못이지,내잘못이야."금방얼음같은호령을내리리라고생각했던며느리는시어머니의따뜻한말에감동하여더욱흐느껴울었습니다.그때,나무를한짐지고들어오던남편이울고있는아내를보고놀라서물었습니다."어머니,저사람이왜우는것입니까?무슨일이있었습니까?""불을너무때서솥과시루를깼다는구나.""저런!내가나무를진작넉넉하게져다놓았으면,오늘같은날집을비우지않고불때는것을도와줄수있었을텐데.어머니,제잘못이예요."남편은진심으로미안해하며말했습니다.그때,사랑방에있던시아버지가나와서무슨일이벌어졌는지를묻더니이렇게말했습니다."허허,내가공연히찰떡이먹고싶다고해서너를고생시켰구나.모두내탓이다,내탓이야"며느리는너무나감격스러워서눈물마저쑥들어갔습니다.온가족이자기를진심으로위해준다는것을안며느리는몸둘바를모르며말했습니다."아버님,어머님!정말고맙습니다.앞으로더욱정성을다해서모시겠습니다."며느리의말에늙은시부모는빙그레웃는얼굴로고개를끄떡였습니다."여보,우리집이가훈이'화목'이라고말해준것을잊었소?한번실수는누구나할수있는것이니너무걱정마오.앞으로부모님을더잘모십시다!"남편은귀엣말로속삭였습니다.비록형편은넉넉치않으나서로위하는마음,모든잘못을자기에게로돌리는고귀한마음을가진이가족은그후더욱화목하게잘살았다고합니다. 위글에합당한범충선공(范忠宣公)의글范忠宣公이戒子弟曰人雖至愚나責人則明하고雖有聰明이나恕己則昏이니爾曹는但當以責人之心으로責己하고恕己之心으로恕人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범충선공이자식들을가르치어말하기를,‘비록어리석은사람일지라도남의잘못을꾸짖는데는밝은법이요,비록총명한사람이라도자기잘못을깨닫는데는어두운법이다.그러므로,너희들은마땅히남을꾸짖는마음으로자기를꾸짖을것이며,자기를용서하는마음으로남을용서하면성현의지위에오르지못함을근심할것이없으리라.‘하였다>
-범충선공(范忠宣公)중국北宋때臣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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