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2008년 소원의 시

벼랑끝에서새해를맞습니다.

덕담대신날개를주소서.

어떻게여기까지온사람들입니까.

험난한기아의고개에서도

부모의손을뿌리친적없고

아무리위험한전란의들판이라도

등에업은자식을내려놓지않았습니다.


남들이앉아있을때걷고

그들이걸으면우리는뛰었습니다.

숨가쁘게달려와

이제젖과꿀이흐르는땅이

눈앞인데

그냥추락할수는없습니다.


벼랑인줄도모르는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핵을만들어도놀라지않고

수출액이3000억달러를넘어서도

웃지않는사람들’이되었습니까.

거짓선지자들을믿은죄입니까.

남의눈치보다길을잘못든탓입니까.


정치의기둥이조금만더기울어도,

시장경제의지붕에구멍하나만더나도,

법과안보의울타리보다

겁없는자들의키가한치만더높아져도

그때는천인단애(千斷崖)의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비상(飛翔)이기도합니다.

싸움밖에모르는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날개를주시고,

살기에지친서민에게는

독수리의날개를주십시오.


주눅들린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비행을가르쳐주시고,

진흙바닥의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높이나는

종달새의날개를보여주소서.


날게하소서..

뒤처진자에게는제비의날개를

설빔을입지못한사람에게는공작의날개를,

홀로사는노인에게는

학과같은날개를주소서.

그리고남남처럼되어가는가족에는

원앙새의깃털을내려주소서.


이사회가갈등으로더이상찢기기전에

기러기처럼나는법을가르쳐주소서.

소리를내어서로격려하고

선두의자리를바꾸어가며

대열을이끌어간다는

저신비한기러기처럼

우리모두를날게하소서.


"날자.날자.한번만더날아보자꾸나."

어느소설의마지막대목처럼

지금우리가외치는

이소원을들어주소서.

은빛날개를펴고

새해의눈부신하늘로

일제히날아오르는

경쾌한비상의시작!

벼랑끝에서날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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