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닭의새끼에대한정성은알을품을때부터시작된다.눈만뜨면먹이만을찾아다니는것으로미물의근성을그대로보이는것이닭이다.그러나천박한짐승으로만보는시각은알을품을때의암닭의헌신적태도를보면바뀔수밖에없다.병아리를깨기위하여알을품는기간은21일인데그기간동안암닭은그야말로식음을전폐하다시피한다.하루에한두번,그것도잠간씩우리에서내려와물과모이를먹을뿐이다.암닭의희생정신은병아리가깨어난후더더욱적극성을띈다.깃털을세워서경계의표시를할뿐만아니라꾹꾹거리는소리를내면서어린병아리에적이접근하는것을막는것이다.평상시같으면애들의발길질에도쫓기기바쁘던것이병아리를거느리게되면서오히려개나고양이에게도공격자세를취한다.
그러나어미닭의이러한희생적태도는어느날갑자기돌변한다.병아리의꼬리가손가락두마디만큼자랄무렵어미닭은새끼병아리를부리로쪼기시작한다.이제어제의헌신적태도는어디서도찾아볼수없다.병아리들은의아해하다가몇번이고어미닭에게달려가서는번번이쪼이고만다.어미닭은병아리들을뒤돌아볼것도없이수닭과어울리는평상시의닭으로돌아가버린다.그때의병아리들은어디의지할곳없이허전해한다.
어미닭으로부터정을떼인병아리들은닭으로서의생활을독자적으로해야한다.처음에는같은처지의병아리들끼리옹기종기모여의지하며지낸다.그러나그들은곧제각기병아리아닌한마리의닭으로독립해야한다.병아리딱지를댔다는기쁨도있겠지만뚜렷한것은앞날에대한막연한불안감일것이다.
한국사회는본격적으로산업화가이루어진것이기껏30-40년에불과하다.오랜역사를가진농업사회에서는본질적으로부모와자녀가상호의존적일수밖에없다.따라서부모들은자녀들을위하여모든것을희생하고부모들이노동력이떨어지면자녀들에게의존할수밖에없는사회구조였었다.더구나선진사회에서와같이연금제도가정착된사회와는구별될수밖에없다.최근한국도산업사회로발전되었고연금제도도도입되어부모자녀간의의존관계가서서히사라져가고있다.
그러나전세대로부터이어오는부모자녀간의전통관념은쉽게변화될수는없는것이다.더구나본능적으로자녀에게사랑을쏟는부모들로서는고정관념을변화시킨다는것은시간을요하는문제일것이다.그러나우리사회도서서히변화하고있다.서구산업사회에서흔히볼수있는바와같이자녀에게자립심을키워주고부모가모아놓은재산을자녀에게물려주지않고사회에환원하려고하는사람들이늘어가고있는실정이다.
여기에전형적인산업사회에서자녀들에게자립심을키워주는독일의가정교육을인용하고자한다.제가하겠습니다.라는말이다.
한국에서의’순종’이가정교육의핵심이라면,독일에서는아마도자립심교육이중점이될것이다.거기엔질서,청결,책임,청결,책임,개인주의등이포함되어있는개념이다.
아이가말귀를알아듣는시기가되면일상생활에서부터아이의자립심교육은시작된다.무엇이나제혼자하도록부모는옆에서지켜보고서서말로만거들어주며격려해준다.아이가혼자앉을수만있게되면홀로숟가락질을하도록지켜봐준다.우리는흘릴까봐,안(못)먹을세라,다큰아이도먹여주며애정(?)으로간섭하는데,독일부모는’냉정한사랑’을하는것같다.숟가락질배우는아이가온통’밥나무’를만들며주위를지저분하게만들어도’청결광’으로이름난독일사람이라도그것만은인내해준다.
길가다가제아이가넘어졌을때우리와는대조적이다.우리는달려가우는아이를일으켜세우며한술더떠돌뿌리를나무라며아이를위로한다.반면그들은아이자신이스스로털고일어날때까지기다리며잘못이어느쪽인가물어간다.실수의현장을잽싸게잡아교육장으로바꾸는독일부모는어떻게보면다들냉엄한교사들같다.이와같은교육철학을가진이들은어린아이에게도인간존엄성을부여하고독립된인격체로여겨민주적실험을가정안에서하고있다.그래서부모는자녀에게도과격한명령법이나무시하는말은삼가한다.
자녀를존중하곤의사를묻는대화법을사용한다.독일인에게가장큰수치는자기책임의방임이나포기그리고기나의타심이며타인을쓸데없이간섭하고타인을존중치않는일등이라말할수있다.우리와전혀다른문화권을이룬독일인이한국정서로보면썰렁하고때론살맛덜나는사회같지만,그러한자립심-책임감-개체의식을통해오늘날선진문화대국을이뤘다고생각하면우리의순종적-적응적교육의문제점을재고해야하지않을까?
가정안에서습득된자립심자율성책임감을자기것으로더욱확고하게키우기위해서는제2단계의실험장을거쳐야만한다.그것이바로18세생일을맞는성년식에서선포된다.18세면’어른’이므로부모의의존을벗어나사회시민,세계시민으로책임감과자립을배우기위해부모집을떠나야만한다.부모집에더있고싶어도특별한허락없이는불가능한관계로변한다.
18세성년은그때부터자립경제를세워야한다.학비는거의무료이므로생활비조달은부모의최소한의보조금과자신의아르바이트를통해해결한다.이때부모지원이빈약할시만정부보조금이나온다.출가(出家)한독일청년(처녀)들은졸지에학업에,생활에,경제생활까지스스로책임져야하는삼중고에시달린다.생활필수품사들여오기,밥,빨래,청소,정리정돈하기,기숙사함께청소하기,시간쪼개어아르바이트하기,밀린숙제하기,축제와토론하기,데이트하기등,이때독일청년(처녀)들은인간으로사회인으로훌쩍커버린다.이것은그들이홀로서기몇달만에부모님집을찾아가머리를조아리며고백하는첫마디에서알수있다."일상생활을유지한다는것이이렇게도어렵고귀한것입니까?이제서야부모님의은공을알수있을것같습니다.“
젊은이들의’자기삶자기손으로꾸려보기실험이야말로어떤교육보다더빠르고정확하며깊고넓은교육법이라생각된다.왜냐하면생명을유지시키기위해필요한자질구레한일들,’하찮고’번거로운일들속에서생명이살아난다는숨겨진진리를몸소체득할때인간은생명(부모)을알고사회와역사를감지하여허세가없어지고겸손해지며성숙하게되기때문이다.
<박내정의삶의지혜를찾아서>에서보고베낀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