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래가설날이라서각방송에서는온통고향가는길이나예전추억들의이야기로가득차있습니다.이글을읽는여러분들도예전의추억들이있었을것이며한참고향의친구들과옛추억을떠올리며정담을나누고있을모습을상상해보기도합니다.다음글은어느외국의소설가가자기가가아주어렸을적에그의유모에게서별이총총히박혀있던어느날저녁에그의머리를쓰다듬으면서들려준이야기이라며적은내용입니다.
유모의이야기/루이빠르고(불란서소설가)
내남편과내가고용되어있던귀이용씨의집은마을의뒤쪽으로부터조금떨어져있었으므로가장가까운이웃집도우리집과삼백미터나떨어져있었다.그해의겨울날씨는혹독하기짝이없었다.매섭게몰아치던폭설은온천하를뒤엎어버리고마침내크리스마스전날밤,집앞에는오십센티가넘게눈이쌓여있었다.그러나,그렇게짓궂은날씨도크리스마스축제준비를하는우리를방해하지는못했다.우리집의주인이었던귀이용씨는그지방의관습대로크리스마스를축하하는성대한만찬을벌써부터계획하고있었기때문이었다.수일전부터돼지를잡았고,식당의큰접시위에는순대가산더미처럼가득싸이게되었다.방바닥에는구수한냄새가가득차있었다.열한시반경이되자나를제외한모두는옷을단단히끼어입고미사예배에참석하기위해집을나섰다.담처럼높이쌓인눈을파헤치고뚫어놓은좁다란통로를그들은한사람한사람씩조심스럽게빠져나가는것이었다.
혼자집에남아,대문을건뒤에집안으로들어가려던나는,우리검의귀염둥이긴하지만사납기짝이없는개〈라바〉를기둥에묶어놓았다.그리고는텅빈대궐같은집을분주히뛰어다니며식구들이돌아오기전에일을마치려고서두르고있었다.내가영계백숙을다끝내고막이마에솟은땀을씻으려고한바로그때였다.라바가갑자나줄을질질끌어당기며죽어라고짖어대는것이아닌가.그때나는스무살이었지만그렇게대담치는못했다.나는겁이덜걱났다.라바는몸이떨릴정도로무서운소리로짖어대고있었다.머리끝에서발끝까지온통겁에질런나는감히밖에나가볼엄두도내지못한채방한구석에서꼼짝못하고서있었다.그런데이번에는「오,오,오」하는해괴한소리가싸늘한밤하늘을가로질러들려오는것이아닌가.머리끝이쭈삣쭈삣얼어나는것을느끼며나는그만얼굴을치마속에다묻어버리고말았다.그바람에석유등이넘어져꺼져버렸다.제김에또한번놀란나는활활불이타고있는화로뒤로기어가쭈그리고앉은채덜덜떨고만있었다.밖에서는그러는동안에도여전히라바의맹렬한울음소리와「오,오,오」하는야릇한소리가들려오고있었다.그이상한소리는대문앞길목에서들려오는것같았다.얼이빠져멍청히앉아있던나는마음을다시잡아보려고무진애를썼다.하지만여전히계속되는라바의울음소리와함께연신떨리는몸을가눌수가없었다.
얼마나지났을까?갑자기밖이조용해졌다.화로는점점달아올라시뻘겋게달아있었고장작타는소리는내고막을시끄럽게울리고있었다.몇분이지났다.화로에서솟아오른뜨거운열기에화로뒤창문을통해흘러들어오던달빛이흐늘거렸고따라서창문도,창문너머의산도하늘도흐늘거리고있었다.아니온세계가나의마음처럼흐느적거리며떨고있는것만같았다.밖은여전히잠잠했다.화로속의장작타는소리만없다면그야말로적막의세계였다.나는차차마음이진정되는것을느꼈다.
마침내용기를내서밖에나가보기로결심하고는한손에는초롱을켜들고,다른한손에는만일을대비해서채찍을들고뒷마당으로내려갔다.라바는내가했던대로줄에묶여있었는데흡사근처에무엇이라도나타났다고말하는듯한모습이었지만조금전같이짖어대지는않았다.라바의그런모습을보자나는훨씬안심이되었다.그래서나는라바의목줄을기둥에서푼뒤그한쪽끝을채찍든손으로단단히움켜쥐었다.그는코를킁킁거리며나를대문앞까지끌고가더니거기에서우뚝서버렸다.바로라바앞에는하얀포대기가하나눈속에파묻혀있었다.나는두려움에떨면서도초롱을내려살며시포대기를헤쳐보았다.아!거기에는어린애가들어있는것이아닌가!아니어린애라기보다는오히려한살남짓해보이는포동포동한사내녀석이었다고말하는편이더정확했을는지모른다.그어린애는옷이두텁게입혀져있었으며「오,오,오」하고괴상한소리를지르던조금전과는정반대로암흑과추위속에서평화롭게잠들어있었다.
짓궂은라바는냄새를맡아가며어린애의볼을핥았다.그런데도어린애는울지않았다.뒤에서누가목덜미라도움켜잡을것같은두려움에휩싸인나는이어린애가도대체어떻게여기에버려져있었올까하는생각을해불겨를도없이그를덥썩품에안고방으로되돌아왔다.밝은불빛아래에서자세히보니그어린애는사내아닌계집애였다.나는그애를속옷넣는광주리에다눞혀테이블위에올려놓았다.어쩜이세상에이렇게도예쁨애가있을수있담!내가다시일을시작하자그놈이눈을반짝였다.그리곤나를빤히쳐다보더니홉사나를알기라도한다는듯이생긋이웃는것이었다.정말생각만해도귀엽기짝이없는놈이었다.
얼마후돌아온귀이용씨의가족들이테이블위에놓인낯선어린애를보고놀라는모습들이란!내가그들에게그어린애에관해그동안일어났던모든이야기를들려주자귀이용써의아들과내남편은곤봉과초롱을들고라바와함께그어린애를내버렸던사람의발자국을찾아나섰다.그러나잠시후그들은되돌아오지않을수가없었다.벌써눈속에그발자취는다파묻혀버린후였으니까.
「그렇지」
마침내귀이용씨가입을열었다.
“이어린애가우리집대문앞에버려져있었다는것은하나님께서우리에게주신크리스마스선물로생각하지.만일아무도반대하지않는다면우리집에서키우기로하고이름을노옐(Nolle:크리스마스소녀)이라고하는것이어때?”
“좋아요!”
우리들모두는함성을질렀다.
여기에서유모의이야기는끝을맺었다.그러나그이야기의주인공은노엘이바로나였다는사실을안것은그로부터몇년이지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