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겨울에갓출가한행자들과함께지내는시간을갖게되었다.여름에〈실상사의두행자〉라는프로그램이텔레비전에방송된뒤이’스타행자‘들은결국둘다가버렸다.그래도관람객들중심심찮게이들의근황을묻고또관광하기를원하는이가더러있었다.
남아있는행자몇명에게파적(破寂)삼아한마디던졌다."출가와가출의차이가무엇일까?“행자들의반응은뒤죽박죽그야말로중구난방이었다."출가는어떤목적을이루기위하여집을나오는것이고,가출은집을나오는것자체가목적입니다"“출가는허락을받고나온것이고,가출은허락없이나온것입니다.‘"그럼부처님은허락받고나오셨나요?정주영은현대가를이루었지만자서전에는어릴때소한마리몰고가출했다고나와있는데요.”
“시집가는것은왜출가라고합니까?”이번에는스님들이모인지대방에서누군가가’출가와기출’을화두로던졌다.순간느슨하던방분위기에갑자기팽팽한긴장감이돌았다.
"응!그거간단해.가출한사람은입산할때국립공원입장료를내야하고출가한사람은그냥들어와도돼"그만폭소가터지고왁자지껄야단이났다.
예전에해인사로출가했을때의일이생각났다.매표소거사님이버스에올라차안을한번흝어보고는첫자리부터입장료를순서대로거두기시작했다.그런데내앞에와서는힐끗보더니그냥다음자리로건너갔다.하긴’한식구되려고온사람’정도는알아볼수있어야수문장으로서자격이있는게지.그비장하고심각한순간에입장료몇푼때문에"출가하려고왔는데요."라고했다면기분이어땠을까하고생각해보니그만피식웃음이나왔다.
출가나가출이나집을나오는것은똑같다.하지만부처님께서집을나온3월13일(음력2월8일)을‘가출일’이라하지않고’출가일’이라고하여그의미를부여하고있다.
냉정하게따져보면절집에서’출가냐기출이냐’를따지는것은무의미하다.왜냐하면절집안에서어떻게사느냐가더관건이기때문이다.설사시작이가출일지라도다시발심한다면바로그자리에서출가로바뀌는것이다.일주문밖에서발심을하든지일주문안에서발심을하든지간에시간상으로전후가있을뿐이지그가치면에서는아무런차이가없다.결국’다시발심했는가?’여부에따라서가출과출가가결정되는것이다.
일주문밖에서발심하여출가를했더라도일주문안에서‘재발심’하지못한다면그것은불가에서다시가출하는것이된다.발심이란순간적인’말뚝신심’이아니라꾸준한상태인’현재진행형’을뜻하기때문이다.따라서일주문안에서하루에도수십번가출했다가출가했다가하면서늘자기와의줄다리기를하고있는셈이다.
부처님의가출이출가가된것은출삼계가(出三界家),출윤회가(出輪廻家)했기때문이다.궁극적으로출가는삼계가에서벗어나는것이요,윤회가에서완전히벗어나는것을의미한다.그래서부처님의가출이출가로불리는것이다.영원히.
우리의출가가참으로영원한출가가되려면끊임없이자기를돌아보고점검해서나날이발심해야할것이다.우바리존자가당부한“해야할것과하지말아야할것을똑똑히구별하면서가야만할길을가는"그런일상이될때,먼훗날우리에게도출삼계가출윤회가라는이름이붙여질것이다.
<원철스님지음아름다운인생은얼굴에남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