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례사

어떤주례사

며칠친지가느닷없이자기결혼식에나더주례를달라고했다.유감스럽지만내게는주례증’이없어없다고사양했다.나는생애에서처음이면서마지막인주례를36어느적이있다.그날이런요지의말을했다.


나는오늘일찍이안하던짓을하게됐다.20년전에나가는말로대꾸한말빚때문이다.사람은자기가한말에책임을져야한다.사람만이책임을질줄안다.


오늘짝을이루는두사람도자신들이한말에책임을져야한다.’믿음과사랑으로하나되어세상에서겠다’고했니(첩장에박힌그의말이다)그믿음과사랑으로하나되어끝까지책임을져야한다.무릇인간관계는신의와예절로써맺어진다.인간관계가단절되는것은그신의와예절을소홀히하기때문이다.


두사람은같은공간대,같은시간대에서부부로서만난인연을늘고맙게생각하라.60억인구30억대1의만남이다.서로대등한인격체로대해야지집안의가구처럼연한존재로생각하지말라.각자자기식대로살아오던사람들끼리한집안서살가려면끝없는인내가받쳐주어야할것이다.자신의입장만내세우지말고맞은편의처에서생각한다면이해와사랑의길이막히지않을것다.


아무리화가났을때라도말을함부로쏟아버리지말라.말은업이되고씨가되어그와같은결과를가져온다.결코막말을하지말라.둘사에금간다.누가부부싸움을칼로물베기라고했는가.싸우고나면마음에금이간다.명심하라.참는것이곧덕이라는옛말을잊지말라.


탐구하는노력을기울이지않으면,그누구를물을것없이신속정확하게속물이되고만다.공통적인지적관심사가없으면대화가단절된다.대화가끊어지면맹목적인열기도어느덧식고차디찬의무만남는다.


삶의동반자로서원활한대화의지속을위해,부모님과친지들이지켜보는자리에서숙제를내주겠다.


숙제하나,한달에산문집2권과시집1권을밖에서빌리지않고사서읽는다.산문집은신랑신부가따로한권씩골라서바꿔가며읽고시집은두사람이함께선택해서하루한차례씩적당한시간에번갈아가며낭송한다.


가슴에녹이슬면삶의리듬을앓는다.시를낭송함으로써항상풋풋한가슴을지닐수있다.사는일이곧시가되어야한다.

1년이면36권의산문집과시집이집안에들어온다.이와같이해서쌓인책들은이다음자식들에게어머니와아버지의삶의자취로,정신의유산으로물려주라.그어떤유산보다도값질것이다.


숙제둘,될수있는한집안에서쓰레기를덜만들도록하라.분에넘치는소비는더말할것도없이악덕이다.살아가는데없어서는안될꼭필요한것외에는그어떤것도아예집안에들여놓지말라.광고에속지말고충동구매를극복하라.가진것이많을수록빼앗기는것또한많다는사실을상기하라.적게가지고도멋지게살수있어야한다.


그날은두사람다숙제를이행하겠다고대답했지만그뒤소식은알수없다.숙제의이행여부는이다음삶의종점에서그들의내신성적으로반영될것이다.


법정스님의‘아름다운마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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