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글은월드비죤구호팀장으로있던한비야님의수필집‘그건,사랑이었네’의책에있는내용의일부를그대로옮겼습니다.>>
이왕책이야기가나왔으니책을읽는것과더불어책권하는즐거움에대해말해보겠다.사실나는책을읽고쓰는것만큼이나책권하는것도좋아한다.특히원래책이랑안친한사람,내가아무리재미있다고호들갑을떨어도시큰둥한사람을꼬드겨서읽게하는건참으로보람있는일이다.내가하도살살꾀는바람에마지못해읽은사람이몇년만에책한권을단숨에읽었다며다른책도권해달라는얘기를할때는통쾌하기까지하다.
우리나라사람들이책을안읽는다고걱정하는사람들도많지만내경험으로볼때우리는독서에대한욕구가상당히강한국민이다.중국에어학연수를갔을때,안면이있는사람이베이징에들를때마다동냥하다시피해서얻은백권정도로조출한도서관을꾸린적이있다.이름하여‘419도서관’.내가묵던방이419호이어서다.같이공부하는한국학생들이나주재원가족들에게도서관을꾸렸으니까대출해가라고했더니도서대출장부가한권이넘어갈정도로인기만점이었다.
요즘우리집에치려놓은’독바위도서관’도호황이다.반납기일을어길경우하루당백원(청소년요금)과천원(어른요금)이라는연체료,월남국수사주기,영화보여주기,연대보증등엄격한조건이붙는데도많은사람들이기꺼이책을빌려간다.한번에다섯권이상열권이하로빌려주는데반납기일이빡빡하니까책을더집중해서읽는다.이렇게한번맛을들인사람들은’이달의한비야추천도서들’을기다렸다가빌려가기도한다.
한번에여러권을빌려주는이유는분야별로골고루추천해주기위한고도의전략인데,대학생조카등단골들에게는그전에무엇을빌려갔나대출장부를살펴서맞춤추천도서서비스까지제공한다.이렇게조건만만들어주면책을열심히빌려가니한국사람들이애초부터책을잘안읽는사람들이라고말할수는없는거다.
우리나라사람들은객관적인독서환경도훌륭하다.문맹률이세계에서가장낮고,국내에서출간되는책의종수도상당하며책의질도뛰어나다.게다가다른나라에비해책값도싼편이고,도서관시설도잘되어있다.이렇게온갖요소가잘갖춰져있는데왜책을안읽게되는걸까?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내짐작으로는그동안우리사회와어른들이독서를강요하며책맛을똑떨어뜨려왔기때문인것같다.
나도중학교때까지는책벌레와는거리가멀었는데,특히선생님들의추천도서는그분들도과연그런책을읽었을까의심이갈정도로너무어렵고전혀흥미롭지않은책들투성이였다.
최근에는’책따세'(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시들)선생님들이발표하는도서목록처럼아이들눈높이에맞추려는노력이눈에띄지만예전의도서추천방식이완전히사라진것같지는않다.
얼마전여의도공원에서이런일이있었다.약속시간보다일찍도착해서벤치에앉아책을읽고있는데예닐곱살정도된꼬마가날한참보더니이렇게물었다.
"아줌마,무슨시험보세요?""아니,왜?"
"시험도안보면서왜그림도없는책을읽으세요?""재미있으니까읽지"
"네?글씨만있는책이재미있어요?난하나도재미없던데.
"뭐라고?"
"엄마가공부잘하려면읽어야한다고해서억지로읽는거라구요.(작은소리로)이그,지겨워"
이아이는책이이끄는신비한이야기의바다에풍덩빠져보기도전에책이란그저공부잘하기위해서읽는것이라고생각하고있었다.요즘에는그놈의논술을미리부터준비한다며초등학생들에게까지니체를읽히고있다니어른의한사람으로서미안하기짝이없다.
이런일도있었다.친구네집에갔다가고3딸아이가읽다가놓아둔책을보고깜짝놀랐다.《체게바라평전》이었는데,그책모양이가관이다.갈피마다갖가지색깔의포스트잇이붙어있고군데군데접은페이지에는형광펜으로“*****반드시외울것"이라고씌어있었다.밑줄도총천연색으로그어져있었다.젊은이의마음을열정으로들끓게할재미있는평전을교과서나참고서처럼이렇게까지외우고분석하면서읽어야하다니씁쓸하기만했다.
친구말로는요즘논술공부는다그렇게한다는데,나같아도그런식으로책을읽어야한다면독서에대한순수한애정은커녕있던정도뚝떨어지겠다.그아이의책장에는루소의《에밀》과스피노자,데카르트시장등의요약본으로가득꽂혀있었다.
위의책들은물론양서들이지만독서도나이와수준에맞아야유익하고교육적이며재미있다.한글로씌어있으니이런책을못읽을리야없겠지만열여덟살에읽는논술준비용요약본데카르트와스물디섯살에자발적으로읽는완역본데카르트는이해의수준이나즐거움의정도에서히늘과땅만큼다를것이다.
나는책덕분에풍성한인생을살고있다고확신하기때문에이런일들을볼때마다안타까움에몸서리가쳐진다.왜우리아이들이마땅히누려야할책읽는즐거움의싹을이렇게무참하게꺾는가말이다.이렇게싹을꺾어놓을때는언제고이아이들이어른이되면왜그렇게책을안읽느냐고몰아붙일것아닌가.정말속상하다.
기왕책추천얘기가나왔으니이참에내가눈높이에맞춘책추천을해보면어떨까?
우선아쉬운대로스물네권을가려뽑아권하면서사람들을책읽는즐거움에풍덩빠뜨릴수있다면나역시매우즐거울거다.
아래책들은그래서골라본책들이다.선정기준은최근내가권해서짱짤한재미를본것중고등학생이상이라면누구나무리없이읽을수있는책이다.내가잘아는분야,즉종교구호고전.교양네개의분야에서각각여섯권을골랐고,다른책에서권한헨리데이비드소로우의《월든》이나스콧니어링의《조화로운삶l법정스님의《무소유》등은제외했다.
이목록만드느라여간힘든게아니었다.이책넣었다저책넣었다,빼고더하고빼고더하고이한꼭지쓰는데몇날며칠이걸렸지만쓰고나니기분이좋다.여기서선정한스물네권은재미,영양가,맛등을두루고려해여러분을위해정성스럽게차려낸밥상이다.
이책이라는밥상,부디기쁘게받고맛있게먹어주었으면좋겠다.앞글을읽고1년에백권읽기를결심한사람이라면올해의목록에넣어도크게후회는하지않을것이다.
여기골라놓은책들은모두나와각별한인연이있다.그중에서도내가가장큰영향을받고있는책은성경이다.성경은늘곁에두고매일읽으면서그날의말씀과지혜를얻는책이다.천주교신자인내게는생명의말씀인데특히인생의전환기나어려울때마다힘이되고길을보여주는인생의나침반이다.최근에는여호수아와사제들이요르단강을건널때,’길이있어서나선게아니라한발을디디니길이생겼다’는대목이마음깊숙이파고든다.
그러나성경을한번에일독하는것은기독교신지들에게도매우어려운일이다.한창성경을열심히읽던이십대에’1년에일독하기’를3년동안연이어한적이있는데솔직히죽을뻔했다.
그래서권하고는싶지만이번스물네권에는번외로하기로했다.큰부담이될수있기때문이다.그래도해보겠다면구약과신약으로나눈성경을창세기부터차례대로읽기보디는신약을먼저시작하길바란다.기독교신자가아닌사람에게는기독교문화와사상을이해하는데결정적인도움을줄것이다.
자,이제부터본격적으로권해보겠다.첫번째책은장지글러의《왜세계의절반은굶주리는가?》.최근세계적인식량위기를맞아더많이밑줄치고더많이책귀퉁이를접어놓으며꼼꼼하게읽은책이다.처음이책이나왔을때나는제목과지은이만보고망설이지않고샀다.번역이후져도참아주겠다고생각했다.내용이좋을게뻔하니까.내분야에서일하는사람들은제대로쓴전문분야의책에늘목말라있다.그래서특별히좋은책을만나면반드시권하게되는데,이책이바로그런책이다.
세상사람들모두를뚱뚱하게만들수있을정도로이지구상에는식량이충분하다면서왜세계의절반은굶주리는가?세계시민이라면누구나궁금해할근본적인문제를아버지와이들의대화형식으로쉽게풀어썼다.한번잡으면마지막장을덮을때까지손을놓을수없는책이다.
두번째책은이덕일의《정약용과그의형제들》.나는정약용에관한책은무조건산다.뭔가한줄이라도새로운게있을까싶어서다.한마디로’이름마케팅’이통하는사람이다.정약용은내가아주좋아하는인물이다.최근에다산초당에새로걸린안경낀정약용의초상화도복사본이라도구할수있다면한장구하고싶다.새로운정약용의모습을찬찬히보고싶어서다.
그를좋아해서그런가?나는늘정약용이궁금하고그가궁금하니까그에관한모든것이궁금해진다.그가쓴책,그의친구나형제들,그가살았던시대,그의’님’이었던정조까지.
이책을읽으면서정약용은훌륭한형제들과의교류를통해완성된사람이라는것을알게되었다.특히그의형제들이모두천주교가우리나라에정착하는과정에서맹활약을했던훌륭한신앙의선배들이라매우흥미로웠다.여러분도우리의자랑스러운전방위지식인정약용과친해지길바란다.
세번째책은포리스트카터의《내영혼이따뜻했던날들》,이책은서른아홉번째생일선물로’얻어걸렸는데’,읽고난후사람들에게권하는책중하나가되었다.
특히책을잘안읽는친구들을살살꼬드길때쓰는미끼로는그만이다.체로케인디언인할아버지밑에서자라는깜찍한인디언꼬마의성장담이자,자연과인간이서로사랑을주고받는이야기다.읽는동안저절로미소가얼굴가득피어오르는책,읽고나면영혼과가슴이동시에따뜻해지는책,그래서몇번이고다시읽고싶어지는책이다.
네번째책은안소영이엮은《책만보는바보》.이덕무와그의벗들도내가좋아하는조선시대인물들이다.시대를잘못만나제뜻을펼수없었던서자와무인들이책을매개로얽히고설키며우정을가꿔가는모습이아름답다.병풍을팔아《논어》를사고이불을팔아《한서》를샀다던이덕무.그의책에대한애정이경건하기까지하다.만듦새도예뻐서선물하기에안성맞춤이다.
다섯번째책은버트런드러셀의《행복의정복》.나는책을읽고나면그책의맨뒷장면지에간단한독서일기를적어두는습관이있다.이책에써놓은독후감을그대로옮겨본다.
2007년5월20일
Great!!역시고전은뭐가달라도다르구나!좋은영양제를한대맞은기분이다.세상에는행복을갈망하는사람들에게마셔도갈증만더하는’바닷물’같은책이얼마나많은가.이책은마시는순간바로갈증이해소되는맑고깊은샘물같은책이다.내가왜지금행복하다고느끼는지를알게해준책,어떻게하면이행복을죽을때까지누리고나눌수있는지도생각하게하는책이다.매끄러운번역덕분에예전에나온판본보다원기가훨씬즐거웠다!
늘자신이불행하다고생각하는사람에게일독을권하다.어떻게하면행복해질수있을까고민하는사람도일독.이미행복한사람은행복의확실한근거와명백한증거를제공하는책이므로일독.특히고전은무조건재미없다고생각하는사람도반드시읽어보기를권한다.
여기서자세히소개하지못한나머지책들은짧은서평으로대신한다.
〈종교영성분야〉
l)《단순한기쁨》(피에르신부저)
프랑스신부이자빈민구호운동가인피에르신부님이우리에게털어놓는고백성사다.월드비전에들어가기직전,내게‘타인없이행복할것인가,타인과더불어행복할것인가’라는강력한화두를던진책.
2)《진리의말씀법구경》)(법정역)
법구경은팔만대장경이라일컷는수많은불경중가장많이읽히는법문이다.졸고있던내영혼이죽비로한대세게맞아정신이번쩍든느낌이다.불교최고의잠언이주는기쁨과따뜻함을동시에누려보시기바란다.
3)《청바지를입은부처》(수미런던편)
아이러니하게도미국인불자친구가적극추천해서읽게된책.
반갑게도한국어번역본이있었다.미국의이십대젊은이들이어떻게동양에서온불교를받아들여불자가되고그가르침을일상생활속에녹여내고있는가가흥미롭다.
4)《이슬람교》(발터M.바이스저)
이슬람교가전세계12억신도를지닌세계4대종교임에도불구하고우리나라에는일반인을위한이슬람교책이없어도너무없다.이책이라도있어얼마나다행인지.사진과그림자료를곁들여이슬람세계의흐름을알기쉽고재미있게설명해주어고마운책이다.
5)《침묵으로말씀하시는하나님》(피트그리그저)
이번책을쓰면서우연히알게되었다.내기도가왜응답이안되는지속시원하게밝혀준책.
6)《의식학명》(데이비드호킨스저)
종교와는무관하게자신의의식수준과영성수준을어떻게높일수있는지명쾌히알려주는책.누구라도읽고나면머릿속이환해질거다.
〈구호개발분야〉
1)《왜세계의절반은굶주리는가?》(장지글러저)
2)《빈곤의종말》(제프리삭스저)
빈곤의종말이라니.이게과연가능할까?경제학자이자UN새천년개발목표의제안자인저자는가능하다고단언하고있다.그가무슨말을하는지궁금하지않은가?
3)《세계에서빈곤을없애는30가지방법》(다니카유외저)
아프리카속담에이런말이있다.거미줄도모이면사자를묶는다.우리의작은실천이세상의빈곤을퇴치하는데어떻게도움을주는지정말로친절하게설명해준다.
4)《개발협력을위한한국의이니셔티브》(권해룡저)
개발협력에관심있는친구들에게무조건권하는책.가히이분야의입문서라할수있다.OECD대표부에서개발원조를담당했던현직외교관이발로뛰며쓴글이다.여러번고개를끄덕이며읽었다.
5)《처음읽는아프리카의역사》(루츠판다이크저)
이제까지알던아프리카는잊어버리시길.여기선입견없이아프리카의다채로운역사와참모습을보여주는책이있다.대여섯장넘길때마다나오는유화또한볼만하다.
6)《가난한사람들을위한은행가》(무하마드유누스저)
가난한사람들에게묻지도따지지도않고돈을빌려준다고?그것도방글라데시에서?그런미친짓(?)을시작하여무려240만명에게돈을빌려주었는데백퍼센트에가챈대출상환률을보였다며우리에게인간에대한근본적인희망을전하는책.
〈다른사람에게권하면좋은교양서〉
l)《내영혼이따뜻했던날들》(포리스트카터저)
2)《정약용과그의형제들1,2》(이덕일저)
3)《책만보는바보》(안소영저)
4)《장미의이름》(움베르토에코저)
소설디운소설이란무엇인가를알게해주는책,역시움베르토에코리는말이절로나온다.
5)《오래된미래》(헬레나노르베리호지저)
자본주의적가치와는전혀다르게살아가는라다크마을사람들,그들의지혜와평회를배울수있는책이다.개발이라는이름의폭력이얼마나무서운지도.
6)《살아있음이행복해지는희망편지》)(김선규외저)
내눈높이로본자연과생명은어떤모습일까?평이한제목과는달리페이지마다시선을얼어붙게하는사진과가슴이멍해지는글로가득하다.다읽고나서이사랑스런책을꼭안아주었다.
1)《행복의정복》(버트런드러셀저,사회평론)
2)《데미안》(헤르만헤세저)
한때헤르만헤세의열기가뜨겁던적이있었다.젊은날이책을만나지않았다면헤세의다른주옥같은책들도모르고지냈을것아닌가?생각만해도아찔하다.
3)《그리스인조르바》(니코스카잔차키스저)
여러분께호탕하고야성적이며너무나자유로운한인간을소개한다.그이름은조르바!일단그를만나보시라.당신도나처럼그의치명적인매력에빠져들고말것이니.
4)《열하일기상,하》(박지원저,그린비)
호생전등부분적으로만읽었던방대한열하일기를그림과해설을곁들여끝까지흥미롭게읽을수있는책이다.세계최고의여행기라는이름이전혀무색하지않다.
5)《황진이》(홍석중저)
제19회만해문학상에이례적으로북한소설가의작품이선정되었다는소식기억하는가?바로이책이다.벽초홍명희선생님의손자가쓴소설로기생황진이평양황진이의과감하고도비극적인사랑을그렸다.아름다운북한식우리말을감상하는재미도쏠쏠하다.
6)《아침꽃을저녁에줍다》(루쉰저)
"광야를만나면광야를개간하고사막을만나면사막에우물을파라.이미가시덤불로막힌낡은길을찾아무엇할것인가?너절한스승을찾아무엇할것인가?이렇게토로하는루쉰을읽으면서피가끓지않는젊은이가있을까?짧은산문집안에그의역사에대한통찰과강력한다짐이담겨있다.
〈보너스로한권만더〉
《갈대는속으로조용히울고있었다-꼭읽어야할한국의명시lOO》(신경림편저)
여고시절,문고판《한국의명시선》에있는2백편도넘는시를몽땅외운적이있는데그옛날외운시가지금까지도머리에남아있고입에붙어있는게신기하다.시집은한꺼번에읽지말고매일매일몇편씩읽되목소리내어읽어보기바란다.시는글이아니라노래이기때문이다.나는지금도아침마다발음교정용으로시한편씩을큰소리내어읽는다.평소에나도모르게튀어나오는아름다운시어는다이렇게해서얻은것이리라.